2005년 9월 6일 / 제 649회
참여정부에도 낙하산은 내려온다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9월 6일(화) 방송될 「PD 수첩」은 참여정부 임기의 절반이
지난 지금 공기업과 정부산하기관 등의 사례를 통해 시스템 인사
가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투명한 국가 경영을
위한 인사 시스템을 모색해본다.
▶ 청와대로 간 장수천
지난해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소유했던 것으로 알려
진 샘물회사 ‘장수천’의 직원들 대다수가 청와대와 정부산하기관
에 취업해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어 지난 6월에는 노대통령이
장수천 사업에 어려움을 겪던 시절,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
대표의 사돈 김정복 씨가 국가보훈처 차장에 임명됐다. 이에 참여
정부의 ‘낙하산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과도
한 자기 사람 챙기기 아니냐는 비난이 흘러나왔다. 건설교통부 산
하의 한 기관에 감사로 임명돼 낙하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장수
천 출신의 한 인사는 “우리는 단순히 물장사하던 사람들이 아니고
대선 때까지 정치적으로 보좌하던 사람들”이라고 주장하며 “큰 자
리를 받게 되면 신문에 나고 할 것을 우려해 다들 조그만 자리로
갔다”라고 증언했다. 또 ○○ 공사의 4급 전문위원으로 내려간 모
직원에 대해서는 “더 좋은 자리를 주려고 했는데 실패했다”라고 아
쉬워하기까지 했다. 「PD 수첩」 확인 결과 당사자인 모직원은 청
와대에서 제안이 왔었음을 인정했다.
▶ 낙하산 줄을 끊은 한전?
직원 수 2만명, 자산규모 98조원, 지난해 예산 29조원의 국내 최대
의 공기업인 한전. 지난 1월 5일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정찬용
전 인사수석은 “한전 인사를 아주 폼 나게 해버리려고 한다”라며
한전 개혁의 의지를 밝혔다. 이어 1월 16일 주요 일간지 하단에는
‘낙하산 줄을 끊었습니다’라는 제하의 대대적인 기관장 공개 모집
광고가 실렸다. 그러나 4개 발전 자회사의 감사와 본사의 감사, 비
상근감사, 비상임이사 등에 8명의 여권인사가 대거 임명됨으로써
정 전 수석의 公言은 空言이 되고 말았다. 한전 측은 전문성을 갖
춘 인사로 정식 절차에 의해 선임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에게서
한전 관련업무나 감사 관련 업무 이력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
다. 「PD 수첩」의 취재에 응한 한 인사는 낙하산 인사를 인정했
지만, 대부분의 인사들은 취재진의 취재요구를 거부했으며 심지
어 취재진의 눈앞에서 뛰어 도망치는 모습도 연출했다.
▶ 허점을 드러낸 시스템 인사
지난달 2일 소비자보호원 부원장에 임명된 김철 씨. 소보원 임원
선임 규정에 따르면 부원장은 원장의 제청에 따라 재경부장관이
임명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소보원 이승신 원장은 김철 부원장이
부임하기 전까지 그의 얼굴조차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 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부원장을 비롯한 임원들에 대한 공모제
를 실시한다고 말해왔던 터라 의문은 증폭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PD수첩」 제작진은 한 제보자로부터 “김철 부원장의 임명에는
열린우리당 최고위층의 밀어주기가 있었다”라는 증언을 확보했으
며, 김철 부원장은 취재진과의 인터뷰도중 이 부분에 대한 질문에
‘노코멘트‘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밖에도 낙하산 의혹이 있는 인사
들의 대부분이 본인의 임명 과정에 정치권의 입김이 상당 부분 작
용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모 공기관의 이사는 “(선거가 끝난 후)티
켓 한 장이 있다는 언질이 있었다. 기다리고 있으니 연락이 오더
라”며 “사실 이 자리는 내가 올 자리가 아니었다”고 말해 자신의
임명이 적절치 않았음을 시인했다.
▶ 개혁의 기수, 청맥회?
「PD수첩」 분석 결과, 105개 주요 정부산하기관의 490여명에 이
르는 임원 가운데 80여명에 이르는 인사들이 대통령/참여정부와
정치적 인연을 맺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그들은 현 정부
와의 인연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었다. 실제로 참여정부와의 정
치적 인연을 기반으로 공기업 임원에 임명된 100여명의 인사들은
‘청맥회’라는 모임을 구성하고 있었다. 목패(木牌)까지 만들어 책
상에 올려둔 채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을 씻고 조직을 혁신하는 사
람들이 되겠다는 취지로 모임을 만들었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주
변에서는 ‘현 정부의 파워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우려를 밝히
고 있다. 청맥회로부터 회원가입을 제안 받았다는 한 공기업의 임
원은 “참여정부와의 정치적 인연을 강조하고 과시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자신은 가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청와대가 인정한 부적절한 인사
낙하산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임명된 임원들에게는 자
리에 걸맞은 역할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맡은 분야에 대한 전
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임기 동안 업무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낙하산이 올 거라면 차라리 질 좋은
낙하산으로 왔으면 좋겠다”라고 푸념했다. 더욱이 낙하산 인사들
은 공기업 임원을 정치권으로 돌아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 공사의 직원들은 기관장이 임기를 2, 3개월
정도 남겨놓은 채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바람에 업무의 공백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 공사의 직원은
“기관장이 자신이 속한 지역구 구민들을 데려와 시설 견학을 시키
는 것을 보고 정치권 복귀의 의사를 감지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은 「PD 수첩」 취재진과 만난 자리
에서 “인력풀의 재활용일 뿐 낙하산 인사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거
듭 표명하면서도 “최근 감사원에서 44개 기관 기관장과 감사를 평
가했으며 조만간 기관장 두 명과 감사 두 명이 교체예정이며 기관
장 일곱 명과 감사 두명이 경고 대상이다”라는 말을 덧붙여 일부
부적절한 인사가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인선•평가시스템의 제도화, 정부산하기관 인사
운영 합리화 계획을 수립해 인사 문제만큼은 과거 정부와 다른 모
습을 보여주겠노라 다짐했던 참여정부, 2년 반이 지난 지금 과연
그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PD 수첩」에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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