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23일 (화) / 제 614 회
▣ 불임의 그늘
지난 9월과 10월 광주와 전남 무안에서 임신이 되지 않음을 비관
해 30, 40대 주부가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애를 가지고 싶어도
가지지 못하는 그야말로 여자의 ‘천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세
상을 저버린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애 못 낳는 여자’로 살기는 이
처럼 힘이 드는데...... 불임 여성 4명 중 한명이 매우 심각한 정식
적 고통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심지어는 애 못 낳는다는 이유로 가
정이 파탄나기도 하는 기막힌 현실을 취재했다.
“자식! 돈이 얼마가 든다 해도......”- 불임부부는 봉?
아기가 없는 대부분의 불임부부는 제일 먼저 동네 산부인과부터
시작해 준종합병원 대학병원을 거쳐 불임 전문 클리닉의 치료를
받게 된다.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치료비는 천문학적인 숫자로 올
라간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좋다는 소리를 들으면 어쩌
지 못하고 찾게 되는 한의원의 약값 또한 왠만한 직장인의 반 달
치 월급 수준이다. 이처럼 불임 치료에 용하다고 소문난 지방의
한 한의원의 경우 진맥조차 짚지 않고 약을 택배로 전국적으로 배
달하기도 했다. 또한 양약과 한약치료를 병행하는 대부분의 불임
환자들은 점집에 찾아가 자신의 사주에 ‘자식’이 있는 지를 확인하
고, 한차례에 수 백 만 원에 달하는 소위 ‘정결하게’ 올려야 한다는
삼신굿을 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좋다고 하면 뭐든지 다하는 불임
환자들이 병원과 한의원 그리고 점집과 굿당에서 ‘봉’이 되는 현장
을 취재했다. 또한 취재진은 난자․정자 혹은 자궁에 문제가 생긴
경우, 불임환자들이 난자 정자를 공여 받거나 대리모를 구하는 현
장을 포착했다. 굴지의 대학병원 홈페이지 게시판과 각종 불임환
자들의 카페에서는 난자를 사고파는 사람들과 대리모를 의뢰하고
수락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난자를 사고 자궁을 빌
려서라도 아이를 낳고 싶은 불임환자들의 절박한 목소리와 함께,
빚을 갚기 위해 혹은 생계 자금, 학자금 등을 조달하기 위해 그들
에게 난자나 자궁을 빌려주겠다고 나서는 경제위기 시대의 어려
운 서민들을 직접 만나보았다.
신용불량의 나락으로...... 사회적 생존을 위협하는 불임
불임 치료 중 마지막 단계로 일컬어지는 시험관 시술의 경우 평균
시술비는 수 백 만원에 이른다. 성공률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 이
런 어려운 시술을 불임 부부들은 수없이 반복하고, 심지어 10년간
수 십 차례 받아온 주부도 있었다. 불임치료 7년에 번듯한 아파트
한 채를 날리고 임대아파트로 옮긴 김00씨는 올 가을 “이번이 마지
막”임을 또 한번 다짐하며 산부인과 싸늘한 시술대 위에 몸을 뉘였
다. 김00씨의 경우 이제 나이도 많아져 점점 시술 성공 가능성은
떨어지지만 다니고 있는 직장을 쉽게 그만둘 수 없는 실정이다. 이
미 집은 날아갔지만 그동안의 시술비를 지불해왔던 카드 값으로
신용불량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달은 친
구의 카드로 ‘돌려 막기’해 겨우 위기는 넘겼지만 평범한 직장생활
을 하는 30대 후반인 김00씨 남편의 월급만으로는 불임 시술비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시
험관 시술 당일 날도 회사일을 걱정해야 하는 김씨의 ‘시험관 시
술’ 길을 동행 취재했다. 불임시술 때문에 카드빚을 져 신용불량으
로 고통받다 결국 돌 지난 아들을 안고 이혼을 결정을 해야 한 젊
은 주부. 이처럼 천문학적인 불임 치료비는 ‘아이 한명 낳고 싶은’
소박한 우리 서민을 울리고 있다.
세계 최고의 저출산 시대 - 이렇게 낳고 싶다는데 ...
올 10월 보건복지부 장관이 출연한 ‘출산장려’ CF. 정부 수립 후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성공한 산아제한정책을 공식적으로 포기하
고, 이제 ‘아이 놓읍시다’라고 주무부서 장관이 천명하고 나선 것이
다. 2003년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1.17명으로 세계 최저수준. 이미
수 십 년 전부터 저출산 사회를 우려하며 각종 정책을 내놓던 일본
보다도 월등히 낮은 수준으로 저출산의 문제는 이미 우리 코앞에
닥쳐있다. 이에 정부는 셋째 자녀 출산비를 지원한다거나 자녀출
산마다 30만원 가량의 출산축하금을 지급하는 등의 출산장려책을
속속 내놓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불임부부들의 마음은 편치 않
다. 이에 지난 국정감사 당시 한 국회의원은 불임 보조생식술의 건
강보험 적용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는데...... 생존을 위협받는 사회
적 약자, 전국 70만 불임부부의 절절한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무전무자 유전유자>(가제) 편에서는 뿌리 깊은 혈연주의 사
회에서 ‘아이 못 낳는 죄’로 고통받고 시름하는 불임부부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불임치료 지원의 절심함에 대해 취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