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2일 (화) / 제 611 회
▣ 위헌결정 그 후 - 남겨진 상처
“풍선이 이 만큼 부풀어졌는데 옆에서 누가 바늘로 찔러 터뜨린
겨. 누가 찔른겨? 누가 바늘인겨? 부풀리지를 말던가!”
2004년 10월 21일. 헌법재판소,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 위헌 판
결! 건설주가가 급락하고 충청권을 둘러싼 부동산 시장은 일대 혼
란에 빠졌다. 위헌판결과 동시에 신행정수도 사업은 모두 무효가
됐지만 해당지역 주민들은 무효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연기군 전체 농협 대출액만 1,000억원 규모! 억대의 돈은 고스란
히 빚이 되어 주민들에게 남겨졌다.
집도, 논도, 꿈도 한순간 무효가 돼버린 현장! 평화로워 보이는 농
촌에 신행정수도이전사업은 오지 말았어야 할 태풍이었나, 한가
닥 희망이었나? 신행정수도 이전 사업 위헌판결 후, 남겨진 문제점
과 갈등을 집중 취재했다.
* 누구를 믿을 것인가
- “국책사업이 우리를 빚쟁이로 만들었어요.”
지난 8월, 연기군이 신행정수도예정지로 확정되면서 6만원 하던
땅값은 금세 20만원 이상 치솟고 조치원읍 아파트 분양권은 웃돈
을 2천만원 넘게 줘도 살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연기군에서 양돈산
업을 하던 K씨는 부랴부랴 은행에 4억여원을 대출받아 외지에 땅
을 샀다. 이제껏 가꿔온 터전을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서울에서 기
관들이 내려오면 다른 곳으로 축사를 옮겨야만 했다. 보상금이 나
오면 어느 정도 빚을 갚을 수 있다는 나름의 계산도 있었다.
그런데 K씨가 미래를 위해 대출받은 4억은, 하루 아침에 갚을 길
이 없는 빚이 돼버렸다. 1년에 이자만 3,200만원. 한 해 돼지를 팔
아 남기는 순이익이 3,000만원인데 이자도 채 못갚게 된 K씨.
평범한 농촌마을이었던 연기군은 현재 K씨와 같은 사연들로 넘쳐
난다. 그들은 왜 이런 상황에 몰릴 수 밖에 없었는가? 누구의 잘못
인가? 졸지에 빚쟁이 마을이 돼버린 연기군의 사연과 대책을 긴급
취재해본다.
* 투기가 빠져나간 자리, 적색경보!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투기세력과 건설, 부동산 업체가 벼랑끝에
몰렸다. 개발이 있는 곳에 투기가 들끓는 건 당연지사, 충청권에
도 어김없이 불었던 투기붐! 충청도 전체 땅값은 1년사이 30조원
이 증가했고 2003년, 2004년 상반기동안 적발된 행정수도 관련 부
동산 투기혐의자만 5043명, 1300억원대의 세금이 추징됐을 정도!
그러나 위헌 판결후, 부동산중개업소들은 거의 문을 닫았고 아파
트 분양 당시 1억 5천만원까지 웃돈이 올랐던 대전 노은지구의 경
우, 현재 입주중인 아파트의 공실률이 30%, 내년 6월에 입주할 예
정인 아파트마저 전세와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널뛰는 부동산, 그 속에는 피눈물 흘리는 개미투자자들과 위헌 판
결이 나기 전에 이미 치고 빠진 전문 투기꾼들이 있었다. 신행정수
도건설 특별법 통과 후, 그로부터 1년이 채 안돼 위헌 결정이 나오
기까지 그 엇갈린 희비속에서 펼쳐졌던 다양한 투기 문제점들을
집중 진단한다.
* 평화롭던 마을에 깊은 갈등의 골만...
헌재 판결이 있은 다음날, 부안 임씨들의 만세소리가 마을을 가득
채웠다. 700년간 집성촌을 이뤄온 부안 임씨들은 분명 마을의 실세
였고 신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한 주축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신
행정수도 문제는 끝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후유증의 시작이었다.
임씨들에게 불만을 품은 타성(他姓)의 주민들. 그리고 판결을 환영
하는 임씨와 뒤에서 곤혹스러워 하는 또 다른 임씨. 한쪽에서는 위
헌판결이 나고 자신들이 빚더미에 앉은 것이 모두 임씨들이 반대
를 해서라며 성토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임씨들의 행위는 반대 아
닌 반대였다고 말한다. 도대체 연기군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
인가? 임씨들은 마을 사람들과 어떤 갈등을 안고 있었고 신행정수
도이전 사업은 이들 사이에 어떤 골을 만들어 낸 것인가? 취재팀
은 위헌 판결 이후, 그 동안 드러내 놓지 못한 그들만의 속마음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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