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18일 (화) / 제 590 회
▣ 5.18특집 배앗긴 영혼, 버려진 육신
1. 사라진 사람들
80년 광주 민중항쟁 5.18, 24주기를 맞는다. 다행히 광주민중항쟁
은 민주화운동으로 승격되었고 몇 차례의 보상도 이루어졌다. 하
지만 행불자 문제는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있다.
며칠 전, 광주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유골 2구가 잇따라 발견
됐다. 병원에 안치된 유골을 보기 위해 광주 5.18 행방불명자 유족
들은 급히 병원을 찾았다. 혹시라도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자식들
의 유골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렇듯 광주에선 2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골이 발견될 때마다 유족들의 가슴은 타들어 갈 수
밖에 없다.
광주시에서 인정한 5.18 관련 행불자만 70명이다. 또 최근 광주
5.18 기념재단과 민주유공자유족회는 5.18피해자로 추정되는 385
명의 명단을 추가 공개했다. 그것은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암매장
의혹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취재진은 5.18 피해자로 추정되는 385명의 명단을 근거로 그들의
행적을 추적해보았다. 5.18 시위에 가담했던 이학동씨, 재판을 받
고 고향에 돌아온 그는 구타와 고문에 의한 후유증으로 제대로 치
료도 받아보지 못한 채 시름시름 앓다가 사망했다.
명단을 근거로 확인 된 사람중에는 살아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행방이 묘연했다. 그것은 당시 단순히 군중에 휩쓸려 시
위에 가담했던 부랑자나, 넝마주이, 무연고자들의 희생설을 환기
시켰다. 취재진은 당시 넝마주이와 함께 지냈던 목격자들을 만나
보았다.
대표적 암매장 사례는 이미 89년 5.18청문회에서 밝혀진 ‘주남마
을’ 사건이다. 계엄군은 마을을 지나가는 미니버스를 무차별 공격
했다. 그것도 모자라 총탄을 맞고도 살아있었던 두 명의 남학생들
을 야산에 데려가 사살하고 암매장했다. 취재진은 89년 청문회에
서 ‘주남마을’의 진실을 폭로한 당시 공수부대원 최 모씨와, 주남마
을에서 시신 7구를 수습했던 시청직원을 직접 만나 생생한 증언을
들어보았다.
2. 영혼을 빼앗긴 사람들
아직도 80년 광주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공포와 충격,
구타에 의한 뇌 손상으로 인해 정신질환을 앓았거나, 앓고 있는
5.18관련 피해자는 확인된 것만 100여명이 넘었다.
언니 집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밤길에 계엄군을 만난 당시 23세의
김영옥씨. 등뒤에서 들이대는 총과, 구타, 그리고 최류탄의 공포
와 충격으로 집에 돌아온 이후 물건을 던지고 부수고 욕하는 등의
공격적인 행동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사고로 아버지까지
돌아가시게 만들었다. 광주의 한 정신병원에서 만난 그녀는 40대
임에도 당시의 소녀 같은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며, 엄마와 같이 살
고 싶다는 투정을 부렸다. 시집 못 보낸 게 한이 된다는 그녀의 어
머니는 ‘차라리 내 앞에서 죽어버리면 묻어 버리고 잊기나 하지,
그 자리에서 죽었으면 잊어버릴텐데’ 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직도 누군가 자신을 위협한다고 믿는 이정휴씨는 당시 택시운전
기사였다. 그러던 중 시위대에 밀려 도청 앞까지 가게됐고 학생들
이 뒤에 타는 바람에 시위대로 몰려 정신을 잃을 정도로 구타당했
다. 그 후 모든 것에 극히 조심을 하는 이정휴씨는, 자신을 정신병
으로 모는 것은 이 사회에서 자신을 격리시키는 것이라며 병원에
가지 않고 혼자 살아가고 있다. 당시의 기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
지만, 아직도 그 기억속의 공포에서 빠져나온지 못한 채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었다.
도청을 끝까지 사수했던 시민군 상황실장 김영철씨. 95년 < PD수
첩-두 병동 >에서 생생한 육성고백을 했던 그는 98년까지 정신병
원에서 투병생활을 하다가 도청에서 같이 최후를 맞은 대변인 윤
상원씨를 만나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다 결국 사망했다. 도청에
서 끌려간 이후 각종 고문과 구타로 인해 휠체어 신세를 져야했
고, 비만 오면 나가서 옷을 벗는 등의 이상증세를 보였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고통을 접한 아들은 그 이후 각종 데모에 휩쓸려
다녔다고 고백한다.
또한, 취재진은 당시 대검에 찔리고 구타당한 이후 술에 의지해 알
콜 중독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조성구씨, 광주역에 갔다가
시위대로 몰려 구타당한 이후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약에 의
지해 살아가고 있는 장부용씨 가족들의 통한의 세월을 들여다보았
다.
5.18관련 정신질환자의 심리를 연구한 전문가는 ‘당시 교도소나 상
무대에 끌려갔거나 구타등으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은 사람들
이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외상스트레스 장애’ 로 인해 정신
질환을 앓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들에게 현재 필요한 것은 그런 상태 그대로 생활하게끔 도와주
는 것이라고 한다. 그 상태에서 재활하고 치료해갈 수 있도록 뒷받
침해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행법에선 보상이후 그 어떤 사후관
리나, 추가보상에 대해 지원해 줄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이번 < PD수첩 >은 아직도 의문으로 남아있는 5.18 행불자 문
제와 암매장 의혹을 진단하고, 여전히 5.18의 충격과 고통을 고스
란히 앉고 살아가는 정신질환자들의 현재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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