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10일 (화) / 제 579 회
▣ 타워팰리스 옆 판자촌, 23년의 보고서
▶ 강남, 포이동 266번지
단 한 평에 몇 천 만원하는 아파트가 줄지어 서 있는 곳. 우리나라 외제차의 50%가
다니고 돈 많고 높
은 사람만 모여 살며, 좋은 학교가 많아 8학군이라 불리는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동
네. 그 강남의 한
복판에 밤에도 불이 켜지지 않는 동네가 있다. 다름 아닌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자
활근로대 마을. 거
리부랑아와 극빈층의 자활과 근로의욕 고취라는 명분으로 정부에 의해 반강제적으
로 만들어진 이 마
을은 공교롭게도 펜트하우스가 있는 수십억 원짜리 아파트와 양재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서있
다.
▶ 판자촌 보고서
< PD수첩 >은 20년이 넘게 주변 아파트 단지의 재활용품을 수거하며 힘겹게 살아가
고 있는 포이동
주민의 실태조사를 위해 주민들이 직접 작성한 설문지를 분석, 25년간 거주해온 주
민들의 살아있는
삶을 닮은 판자촌 보고서를 완성했다. 그들 중 4년제 대학을 나온 이는 1명에 불과하
며, 30 대 이상의
주민 대부분이 학교를 다니지 않았거나 초등학교만을 졸업했고 현재 20대 이하의 젊
은 층도 대부분
중졸, 고졸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의 75%가 빚에 허덕이며, 10명 중 4명
은 직업이 없었으
며 직업이 있는 대다수도 고물수집과 막노동으로 생을 이어 가고 있다.
▶ 대물림되는 가난의 현장을 가다
아이들을 도무지 가만두지 않는 사교육의 전시장, 강남에서도 과외는 고사하고 학원
조차 다니지 못하
는 아이들이 있다. 포이동의 중학생인 김00양은 말한다. "학원이 달나라만큼 가고 싶
다"고. 그러나 이
들에게는 사교육은커녕 하루 종일 방에서 뒹굴어도 그들을 꾸짖어줄 부모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촌지를 가지고 가지 못해 선생님에게 이유 없는 구박을 받고 거지마을에 산다며 같
은 반 남학생이
뒤 쫓아와 동네를 한참 배회한 후 집에 와야 했던 여중생, 박물관 견학 숙제가 돈이
아까워 못가는 초
등학생 남자아이, 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장밋빛 희망을 기대할 수는 없다. 같은 교
복을 입고 같은 교
실에 앉아있지만 강남아이들과 그들의 경쟁은 결과가 너무 뻔한 경쟁일 뿐이다. 대
부분 재활용품 수
거와 막노동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포이동 1세대의 꿈이자 미래였던 그곳 아이들에
게도 그들 부모의
가난이 온전히 세습되고 있는 것이다.
▶ 박해와 내몰림의 역사 - 포이동 266번지의 과거 그리고 현재
전쟁고아로 혹은 극빈층에서 태어나 넝마주의가 된 그들은 불도저식 개발이라는 용
어가 판치던 시
절, 자활이라는 화려한 명분으로 당시 양재천 둑변에 불과했던 지금 그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왔다.
이렇게 흐른 세월이 벌써 20년. 그러나 그들의 시간은 당시 이 마을에 들어올 때 멈
춰버렸다. 불과 몇
년 전에 수도가 들어왔고, 서울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연탄이 이들이 겨울을 나
는 주요 수단이
다.
이 마을 주민들은 여력이 있어도 시멘트는 고사하고 흙과 벽돌로조차 집을 고칠 수
없다. 20년 전 강
제로 이들을 이 곳으로 데리고 온 정부는 언제부턴가 그들이 서울시 땅을 무단점유
하고 있다고 주장
하기 때문이다. 266번지로는 주민등록전입신고가 되지 않아 편지도 제때 받을 수 없
고, 조그마한 아
이들이 큰 길 건너 먼 초등학교를 다녀야 한다.
이번 주 < PD 수첩 > <타워팰리스 옆 판자촌, 23년의 보고서>에서는 강남의
한 가운데 존재하
는 판자촌을 심층취재해, 빈곤이 더욱 고착화되고 결국 그것이 대를 이어 세습되는
현상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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