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20일 (화) / 제 576 회
▣ 한국정치의 고백-불출마와 물갈이
총선 100여일 전, 한 초선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도미노처럼 번지
기 시작한 국회의원들의 불출마 선언! 매번 총선마다 물갈이론은
있어왔지만 이번 경우처럼 스스로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것은 이례
적이다. 불출마 선언의 실체는 무엇이고, 그것은 총선 90일전 그
파장은 어디까지인가?
태풍의 서막이 오르다 - 20여 현역의원의 불출마 선언
새해 벽두부터 국회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지난 4년 참으로 부끄
럽습니다’란 말을 남기며 초선의원인 오세훈 의원이 17대 총선 불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파만파 20여명이 넘는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어졌고, 각 당들은 태풍권 내로 진입
했다.
선거를 앞두고 비리 혐의가 있는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낙
천된 현역 의원이 정계 은퇴를 선언한 것은 전에도 있는 일이었지
만, 이번처럼 ‘당선 가능한’ 초선 의원을 비롯하여 40여년의 정치
경력을 자랑하는 중진 현역 의원들이 줄줄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
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한나라당은 대선 패배 이후, 소장파 의원들 중심으로 계속해서 60
대 퇴진론, 5.6공 세력 용퇴론이 제기됐다. 민주당도 예외가 아니
었다. 호남 중진 퇴진론이 불거져 나왔고, 아직도 당내의 화두로
서 중진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
당의 당무감사 자료의 유출은 이들에게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취재진은 정창화, 양정규, 박헌기, 오세훈, 이창복, 정문화, 김동
욱 의원 등 불출마 선언을 한 의원들을 직접 만나 불출마를 선언하
게 된 솔직한 심경을 들어보았다.
‘물갈이'' 가 정치개혁을 보장하는가?
선거 때마다 ‘젊은 피 수혈론’ 즉 물갈이는 있어왔다. 지난 16대 총
선에도 40%가 넘는‘젊은 피’를 대변하는 신인 정치인들이 국회에
입성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에 비하면 기대
이하였다. 전문가들은 당시까지만 해도 이른바 ‘물갈이’는 카리스
마 있는 보스의 낙점에 의한 공천이었다는 것에서 원인을 찾는다.
정치판은 구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구성원의 얼굴만 바뀌
었기 때문에 개혁은 제자리걸음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취재진은 96년과 2000년에 각각 불출마 선언을 하거나 공천
을 받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공천권의 실체 그리고 공천탈락자인
자신들이 그 대가로 공공기관에 임명되었다는 증언을 통해 낙하
산 인사비리의 내막을 확인했다.
주목되는 결과, 인물갈이냐 판갈이냐!
지난 1월 15일, ‘물갈이 연대’ 출범식이 있었다. 이들은 16대 국회
의 의정활동을 평가함과 아울러 ‘당선운동’을 통해 아래로부터의
정치개혁을 선포했다. 또한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2000
년 총선때 선보였던 ‘낙천 낙선운동’을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 이
번 선거는 그 어느때보다 정치권의 물갈이에 대한 국민적 여망이
큰 상황에서 치러질 예정이며, 그 결과가 인물갈이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정치권 판갈이까지 확장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물론 각 당은 이러한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개혁공천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지 새로운 인물만으로 정치
개혁을 이룰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향식 공천이라는 낡은 정치 시
스템을 바꾸는 것, 그리고 새 인물이 국회 안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번 < PD수첩 >은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는 정치권 ‘물갈이’
태풍을 진단하고, 현직 의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2004년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