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16일 (화) / 제 572 회
▣ 교수님과 성폭력
* 제자 위에 군림하는 교수, 성폭력도 예외일 수 없다!
며칠 전, D대학의 한 교수가 두 명의 여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
속되었다. 사건 당일, 대학원생들과 교수들은 친목모임을 가졌고,
제자, 교수 모두 만취한 상태였다고 한다. S교수의 제자인 K씨와
L씨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땐, 이미 옆에 S교수와 나란히 누워있는
상태였다. 제자 K씨와 L씨는 성폭행 혐의로 S교수를 경찰에 신고
했다.
피해자 K씨에 의하면 사건 다음날에도 S교수가 자신을 불러내 ‘소
문나면 좋을 게 없지 않느냐’ ‘앞날을 걱정해라’ ‘잘 돌봐주겠다’는
식으로 또다시 성폭행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S교수 측은, 사건
당일의 일은 자신도 만취상태라 기억이 나지 않고, 다음날의 일은
서로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취재진은 여러 학내 성폭력 피해 사례를 취재하면서, ‘왜 가해현장
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했나?’라는 기본적인 의문을 해소
할 수 있었다.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교수님이 설마?’라는 생각에
부딪혔고, 이후에는 교수와 제자라는 위치 때문에 그 순간을 뿌리
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 교수사회는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서명을 하는가!
취재진이 일본에서 만난 일본인 M씨는 그동안의 싸움과정을 참담
한 마음으로 털어놓았다. 사건당시인 2000년 7월, M씨는 한국 D대
학에서 교환학생을 마치고 일본에 돌아온 상태였고, K교수는 객원
교수로 일본에 체류 중이었다. D대학에서 제자였던 M씨는 K교수
와 반갑게 재회했고, 그 날 K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한다.
성추행 사실이 알려지자, D대학 학생들은 K교수에게 공식사과를
요청했지만, K교수는 계속해서 사실을 시인하지 않았다. 결국 학
교측에서 해임을 결정했고, 이렇게 상황은 끝나는 듯 했다. 그러
자 교수들이 가만있지 않았다. K교수의 해임철회를 요구하는 탄원
서가 팩스로, 메일로 돌았고, 교수 500여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이
교수들의 서명으로 K교수는 해임에서 정직1개월로 경감되었다. 여
전히 강단에 서고 있는 K교수와, 자신들의 수업권을 포기한 채 수
업거부를 계속하고 있는 학생들. 그리고 진실은 외면한 채, 교권
찾기에만 급급한 소위 ‘교수사회’의 단면 등, 아직도 해결되지 않
고 있는 학교 안팎의 현실을 취재했다.
* ‘학문적 성과’ 때문에 면죄부를 준다?
피해자들과 학생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학교에서 중징계를 내렸
다해도 교수가 다시 강단에 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교수가
학교의 결정에 불복해 교원징계재심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기 때
문이다. 전문가들은 재심위원회의 목적이 부당한 학교권력에 맞
서 교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인 만큼, 가해교수는 재심위에
가는 순간 피해자로 규정된다고 한다. 그 결과, ‘성범죄’에 대한 죄
는 도외시된 채, 가해교수의 ‘부당한 징계’에 대해서만 신경을 쓰
게 된다는 것이다.
또, 설사 재심위에서 교수의 ‘성폭력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교수
의 ‘학문적 성과와 업적’ 때문에 본질은 묻히고, 면죄부만 주게 되
는 실정이라고 한다. 취재진의 확인 결과, 성폭력 사건으로 해임되
었다가 재심위를 통해 복직된 교수들 대부분의 해임취소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학문적 성과와 업적’ 이었다.
이번 PD수첩<교수 성폭력, 강단 위에 서다!>편에서는 피해자
만 양산되는 대학내 교수 성폭력의 실태을 파헤치고, 아울러 ‘교권’
찾기로 똘똘 뭉친 패거리 교수 사회의 단면을 꼬집는다. 또한 대학
내 교수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바람직한 해결방안도 모색해본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