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병이라면 좋겠어요
아직 걷지도 못하고 말도 잘 못하는 네 살 예린이. 매끼마다 먹어
야 하는 수십 가지의 약과 가슴에 연결된 정맥 영양 주입관으로 하
루하루를 이어가는 위태로운 생명. 예린이는 소장에 융모가 없어 
영양분을 전혀 흡수하지 못하는 ?터프트장병증?이라는 희귀질환
을 앓고 있다. 아무리 먹어도 피와 살이 되지 않아 자랄 수가 없는 
병. 3kg의 정상체중으로 태어난 예린이의 몸무게는 지난 3년 동안 
2kg이 늘었을 뿐이다.  투병생활은 너무 힘겹기만 하다. 
성장이 늦은 예린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말은 '엄마'. 24시간 예
린이의 손발이 되어주는 엄마는 단 한시도 예린이의 곁을 떠날 수
가 없다. 지난 5월 둘째를 낳은 이후, 두 아이를 돌보느라 더 힘들
어진 엄마지만, 자기가 원하는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예린이
의 의사표현을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은 엄마밖에 없기 때문에 엄
마는 힘들지만, 씩씩하게 예린이의 곁을 지킨다. 치료할 수 없는 
병이니 포기하라는 말을 들었어도, 엄마에게 예린이는 세상의 전
부다. 엄마는 딸의 병을 언젠가는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을 놓지 않는다. 엄마와 예린이, 그리고 새로 태어난 동생 민석이
와 아빠, 예린이 가족의 희망이야기를 들어본다.

- 올 겨울, 따듯하게 보낼 수 있을까? 
삼일 아파트 철거현장을 가다!
복원 공사가 한창인 서울 청계천. 지난해 7월 많은 갈등과 논란속
에 공사가 시작된지 15개월이 지나, 어느덧 공사는 막바지에 이르
고 있다. 복원된 하천변에는 파랗게 풀이 자라고 있고, 바뀌어가
는 환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에는 조심스러운 기대가 베어 
난다. 하지만 그 기대를 함께 나눠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
로 청계천 삼일아파트에 남아있는 주민들... 
삼일아파트는 1969년 서울시가 무허가 건물 철거민들을 위해 지
은 최초의 시민아파트. 한때 290여 가구가 생활했지만, 청계천 복
원과 함께 철거 방침이 정해지면서 이웃들은 하나둘씩 떠나고 지
금은 50여 가구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반쯤 폐허가 되어버린 이곳
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당장의 먹거리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삶터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불안
감속에 닥쳐오는 겨울을 준비하는 청계천 삼일아파트 주민들의 절
박한 목소리를 카메라에 담는다. 

- 너희가 돌탑을 알아? 세월과 함께 돌탑 쌓는 할아버지
마을 어귀나 조용한 산사의 길 한 모퉁이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
의 작은 소원들이 쌓여 만들어진 돌무더기. 여러 사람들이 한 두개
씩 모아 쌓여진 돌들을 보면 경건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여기 
전남 벌교에 , 그런 돌무더기보다 높고 많은 돌탑들이 쌓여 있어
서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고. 그 돌탑을 만드는 주인
공은 평범한 60대 초반의 할아버지. 농사짓기 위해 구입한 땅에 버
려진 돌들을 버리기 아까워 땅 어귀에 세운 돌탑을 시작으로 오십
여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돌탑들을 세운지도 어언 5년. 이제 돌탑
에 관한 한 득도의 경지에 이를 지경이다. 지금은 섬진강 옆쪽으
로 지역의 화합을 모색하는 조형물을 시의 요청에 의해 만들고 있
는 등 입소문을 타고 할아버지의 돌탑은 지역의 명물이 돼가고 있
다고. 돈이 되는 것도,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지만 묵묵히 쌓이
는 세월만큼 돌탑을 쌓아올리는 할아버지, 돌을 줍고 탑을 쌓는 마
음으로 그의 돌탑 이야기를 들어본다.

- 영화 자막 끝에서 만난 사람, 이미도의 영화사랑 영어사랑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무심히 지나치는 스
크린 속으로 익숙한 이름이지나간다. 빠른 순간이지만 웬만큼 영
화를 보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이름 ‘ 번역, 이미도’. 영화 번역이라
는 제2의 창작의 세계에 빠져 사는 영어 번역 전문가다. 영어를 전
공한 것도, 미국에서 오래 살다 온 것도 아니지만 그가 풀어내는 
자막 속에는 우리가 미처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이 생생하게 살아
서 우리에게 전달된다.  11년 동안 그가 번역한 외화는 400여 편, 
일년에 40여 편씩의 외화가 그의 손을 거쳐 나온다. 그런 그의 작
업을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 우리가 보는 영화의 자막
이 탄생되는 곳은 조용한 작업실이 아닌 사람들이 북적이는 커피
숍과 음식점.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의 날카로운 표현과 현장감 있
는 번역의 영감이 나온다. 단순한 말의 번역이 아닌, 영화에 말을 
입혀 새로운 단장을 하는 작업 번역. 11년 동안 영어와 영화와 함
께 살아온 세월들, 그의 별난 영어 사랑법과 일상을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