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설기현,그리고 아드보카트 ③아드보카트 편

민병호 기자 fairplay@mbc.co.kr

아드보카트....

아드보카트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지도 2달이 다 되가는군요.
아드보카트 감독은 일단 성공적인 부임 초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약간의 행운도 따르긴 했지만 주위 사람들의 충고나 조언을 잘 흡수하는 열린 성격과 선수들에게 약간의 위기의식과 경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람 다루는 재주(?)를 갖춘 사람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나름대로 많은 인기와 이에 걸맞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분명한 사람입니다. 한번 한다면 하고 안한다면 안합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 있어서도 한번 안한다고 하면 정말 절대로 안합니다. 그래서 일하기가 조금은 편하기도 합니다. 입을 열지 않겠다고 한 이상 아무리 따라다녀 봤자 안해주니까 아예 안 따라다니죠. 처음엔 그래도 조금 귀찮게 하면 해주겠지 생각했습니다. 히딩크나 쿠엘류나 본프레레가 그러했듯이....근데 아드보카트는 진짜 안합니다.
그래도 외국에서 만나면 친절하게 대해줍니다. 자기가 할 말도 여유있게 털어놓고...설기현 선수의 경기를 관전하러 갔을 때는 취재진에게 끝나고는 일찍 떠나야 되니까 인터뷰 못 할 거라고 배려 섞인 얘기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인간적인 매력에도 끌리는 것 같습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대표팀 선수 차출에 대해 반대하는 k 리그 구단들을 이해할 수 없으며 이번 전지훈련 소집에 불응하는 선수는 독일에 갈 수 없을 것이다.”라고 엄포 섞인 강성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이미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각종 미디어 뉴스에는 아드보카트 감독과 프로구단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를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들여다보면 상황은 약간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전 솔직히 아드보카트 감독이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떤 프로구단들이 선수를 보내주지 못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얘기를 한 적도 없고 타이밍도 아직 그럴 때가 아님은 물론 순리적으로 봤을때도 아드보카트 감독이 그렇게 서로가 조금은 서먹해지고 상처받을 수 있는 얘기들을 굳이 하지 않아도 대표팀 운영엔 별 지장이 없을 것 같았으니까요.
k 리그 구단 관계자들과 가끔 만나서 얘기해보면 속으로야 안타까운 얘기들을 많이 하긴 합니다. 솔직히 차출 선수가 많은 구단의 경우 올 시즌 성적도 안좋았기 때문에 내년 시즌을 위해서도 훈련이 많이 필요할 때이기도 하고 좀 억울하기도 하겠죠. 선수들에게 직접 투자하는 건 사실 구단인데...(암튼 이야기가 길어지니 대표팀과 구단이 겪어온 역사 얘기는 생략하도록 하구요) 각설하고 구단들도 할 말은 많습니다. 그래도 겉으로는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라고 말들을 했었죠. 보내줄 수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제가 볼때는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여러 정보를 건네는 축구협회 전달 루트에서 좀 오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순리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문제를, 몇몇 구단이 비공식적인 자리를 통해 조금 불만을 표시했다고 해서 축구협회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강수를 두게 만든 셈이죠. k리그 구단들도 손해를 보는 건 분명한데 마냥 웃으면서 선수를 보내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외국같은 차출 시스템이 제대로 되있지 않은 우리 현실상 구단들이 조금 푸념을 늘어놓았을 뿐인데..예전의 경우처럼 민감한 대립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뭐 효과는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전지훈련 참가안하면 독일에도 안 데려간다는데... 구단과 선수들이 많이 위축됐겠죠. 괜히 또 맞섰다가는 여론에 밀릴 수도 있을테고...어쩌다보니 좋은 선수를 데리고 있는 게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오늘 일본으로 출국했습니다. j리거 선수들을 보러 잠깐 나갔다 오는 건데요. 표정이 평소와는 달리 너무 어두워보였습니다. 입을 굳게 다문 채 출국했는데요. 이건 순전히 제 사견입니다만...아드보카트 감독은 국내외 언론 보도에 대해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제 자신의 발언이 몰고 온 여러 파장에 대해 아마도 조금은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신은 협회에서 전달해준 정보를 통해 k리그 구단들에 일종의 경고장을 날린 셈인데...사실 그렇게 해서 국내 구단들과 날을 세울 필요는 없어도 됐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거라고 느껴졌구요. 내년 월드컵을 위해선 국내 구단들과의 협조가 참 중요하고 대표팀과 구단 사이에서 선수들이 어떤 껄끄러움이나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고 맘 편하게 훈련에 전념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서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가는 게 필요한데 말이죠.

내년 전지훈련에 참가할 예비명단이 발표됐습니다. 뭐 여러 선수들이 포함됐는데 중요한 건 예비명단 자체는 별 의미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말 그대로 예비명단일 뿐이니까요. 그렇다면 예비명단을 발표한 이유는 뭘까...제가 볼때는 두가지입니다. 긍정적인 목적에서는 미리 선수들에게 내년 초에 전지훈련에 함께 할 수도 있으니까 지금부터 연말까지 꾸준히 몸만들기에 주력해달라는 의미일 테구요. 다른 한가지는 몇몇 구단들에 또 한번의 경고를 보내는 겁니다. 선수 차출에 협조하지 않아도 대체할 수 있는 선수들은 이렇게 많이 있고 결국 독일 월드컵에도 이 선수들이 갈 수 있을 거라는..... 뭐 여러 가지 의혹들이 있습니다...베어백 코치의 작품이라는 둥...K리그 구단들에 대한 축구협회의 선공이라는 등.....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겠죠...

어쩨됐던 축구대표팀의 지금 목표는 내년 월드컵입니다. 그리고 독일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들이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발휘해줘야 됩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효과적으로 뛰어주는 거겠지만요. 또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 2002년때처럼 국내 구단들의 어쩔 수 없는 희생도 필요합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국내 정보를 전달해주는 루트에 많은 고민과 생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아드보카트 감독은 생각이 열려있는 감독입니다. 또 한번 하겠다고 맘 먹으면 지체없이 바로 일을 추진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드보카트 감독을 받쳐주는 여러 기능들이 제 역할을 해줬을 때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는 장점으로 평가받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성격과 스타일이 오히려 잦은 마찰과 불협화음을 초래할 수도 있으니까요.
명장을 만들어 내는 건 선수들 그리고 다름 아닌 좋은 코칭 스태프와 협회의 지원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