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설기현..그리고 아드보카트 ① 이영표 편

민병호 기자 fairplay@mbc.co.kr

어느덧 29살이 된 초롱이 이영표

스포츠뉴스 주말 시간대가 잠시(?) 8시 대로 옮겨졌습니다. 그래서 개편이기도 하고 해서 이영표.설기현 두 선수를 만나러 영국에 다녀왔습니다. 물론 아드보카트 감독도 만났습니다만 선수들에 대해 그리 깊은 얘기를 듣진 못했죠.^^ 이번에 가서 선수들 보고 가장 크게 받은 느낌은 이제 유럽생활에 익숙해져가고 있다는 건데요. 그 얘기나 잠깐 해드리죠....

첫날 이영표 선수 훈련장에 갔었습니다. 원래 경기 전날엔 취재가 안되기 때문에 그냥 혹시나 해서 가봤습니다. 연습장 앞엔 열성 팬들이 진을 치고 서있더군요..선수들 사인이라도 받으려고...이영표는 역시 인기가 좋았습니다. 예전에 이천수 선수나 송종국 선수같은 경우도 그랬지만 우리 선수들은 체구도 좀 작고 해서 어린이 팬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암튼 연습마치고 나오는 이영표 선수...팬들한테 딱 걸렸습니다. 사인하느라 한동안 정신도 못차릴 정도였죠...그리고 이례적으로 간단하게 인터뷰도 해줬습니다.
다음날 아스날과의 경기는 이영표 선수 개인적으로는 좀 불만족스러운 듯 했지만 그다지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이영표 선수 집앞에 가서 1시간 정도 얘기를 나눴습니다. 축구에 대한 얘기야 뉴스에도 다 나오고 했으니 그건 생략하구요.

이영표 선수와 언론과의 관계를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그러겠지만 축구 선수들도 언론에 대하는 태도나 자세가 모두 다릅니다. 이영표 선수의 경우엔 언론들의 관심에 친절하게 대하는 편이고 그리 꺼려하지는 않습니다. 보통 기자들은 착하다고 표현하죠... 이영표 선수...생각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벌써 올해 29이죠.. 근데 아직도 자기한테 반말하는 기자들이 많답니다. 기자들 이름을 모두 기억할 순 없어도 낯이 많이 익은 취재진들의 경우엔 그래도 이해를 할 수 있답니다. 하지만 처음 봤는데 바로 반말하는 사람들한테는 불쾌하답니다...당연한거죠...개인적으로 가까운 관계가 아니면 안면이 있어도 반말을 하면 안되는 거죠...그리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무리 친해도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자리에선 존칭을 쓰는게 맞다고 봅니다...그렇게 보면 지금까지 선수들이 비인격적인 대우를 많이 받은 셈이라고 할 수 있겠죠...

물론 지금은 환경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사실 그런 기자들을 요즘 찾아보긴 힘듭니다. 그리고 축구 선수들의 가치나 위상이 몰라보게 높아진 지금엔 누구도 감히(?) 그러지 못합니다. 그랬다가는 밥 숟가락 놓게 되겠죠..이영표 선수가 그러더군요. 예전엔 기자들이 어떤 선수에 대해 기사를 써준다라는 표현을 썼고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했다고...근데 지금은 아니랍니다...특히 자신들이 인터뷰한 내용이 왜곡돼서 기사로 전달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왠만하면 언론을 피하고 운동만 하고 싶다고... 하지만 이영표 선수도 이젠 아마 알겁니다. 축구라는 스포츠는 특히 프로화된 축구는 팬들을 필요로 하고 팬들을 위해서는 경기장 안팎에서 자신들이 느꼈던 생각들을 말해주는 것도 하나의 서비스란 것을 말이죠...물론 언론들이 그런 팬들의 궁금증이나 호기심을 대신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말이죠...저도 개인적으로 노력은 하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대부분은 명함을 건네며 인사를 하고 서로 안면을 트죠. 하지만 선수들은 그러기 쉽지 않습니다. 사실 훈련장에서 또 경기장에서 자주 보는 게 어떻게 보면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보통 어떤 한 선수에 대해 관심이 집중될 경우 너무 많은 취재진들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에 선수 본인도 그 사람들을 다 기억하긴 쉽지 않겠죠. 특히 방송기자의 경우 선수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관계를 쌓아가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런 해외출장 같은 경우는 선수들과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누고 인사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죠.

이영표 선수를 알게된 지 4년 반만에 처음으로 명함을 내밀었습니다. 뭐 이영표 선수가 더욱 유명해져서? 다른 걸 부탁하려고?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만나기까지 4년 반이 걸린 것 뿐입니다. 서로는 좀 쑥스러운 순간입니다.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시간동안 서로 보아오면서 수많은 인터뷰를 했었고 농담도 해왔었는데 지금 와서 ‘내가 누구요’ 한다는 게 말이죠. 하지만 그래야 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약속도 했습니다. 내가 취재를 하면 외국 언론들이 한다는 것처럼(이영표 선수가 말해주더군요) 뉴스가 어떻게 언제 방송되고 그 내용은 이러이러 하다라는 사실을 메일로 꼭 보내주기로 말이죠.

이영표, 항상 만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만나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지는 선수입니다. 저도 선수들이 만날 때 언제나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아니 그것까지는 아니라도 선수들의 맘에 상처는 주지 않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영표 선수, 아마 이번 평가전에서도 국민들을 기분 좋게 해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