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연재 3탄] 정말 본프레레가 한국 축구 부진의 주범인가...

민병호 기자 fairplay@mbc.co.kr

제가 시리즈를 준비하는 동안 그만 본프레레 감독의 경질이 이루어지고 말았군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아쉽고 감독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암튼 지나간 건 지나간 거니까 제가 하려고 했던 말(본프레레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는데...)을 압축해서 간단하게 얘기하고 미래를 생각해야겠습니다.

(이하는 본프레레 경질 전에 쓰던 내용을 압축했습니다...)
이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도록 하죠.
흔히 본프레레 감독은 전술이 없고 색깔이 없다고들 말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진짜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판단할 수 있는 시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히딩크 감독도 월드컵 개막을 불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제대로 된 전술과 색깔을 보여줬으니까요.

지금 우리나라 축구도 선진축구 대열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예전처럼 히딩크때처럼(그땐 해외파가 거의 없었고 k리그 구단들이 많은 배려를 해줬으며 2002년엔 월드컵 전까지 아예 리그 경기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장기간 합숙을 해서 구성되는 팀이 아니라 선수 개개인이 소속된 리그에서 활약을 펼치고 발전해가다가 월드컵을 앞두고 2-3달 정도 모여서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그런 축구 스타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몸살을 앓고 있는 거구요.

그렇다면 현대 국가대표급 축구에서 감독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게 무엇일까요?
크게 볼땐 용병술과 선수 관리, 그리고 계속적인 새로운 선수 발굴로 원활한 세대교체를 이뤄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히딩크 감독은 떠나면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한국 축구는 당분간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월드컵 4강이란 성적이 부담도 되겠지만 더 중요한 건 세대교체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홍명보, 김태영, 최진철 등을 대신할 수비수가 없다는 건 한국축구를 상당히 괴롭게 할 것이다.”라고... 그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고 쿠엘류 감독이 한차례 홍역을 치르고 간데 이어 다음 타자로 들어선 본프레레 감독도 코너에 몰려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두가지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많은 선수들을 보러 다니고 테스트해보고 한국 축구의 문화를 이해가고 뭐 이런 거겠죠. 현 대표팀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소집기간과 훈련시간이 짧다는 걸 감안하면 그 작업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김남일.송종국 등등, 흔히 히딩크 감독이 발굴해 낸 최고의 작품이라고들 말합니다. 그런데 정말 히딩크만의 능력이 뛰어나서였을까요? 히딩크가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모든 걸 혼자해낼 수 있는 수퍼맨은 아닙니다. 그리고 사실 그런 수퍼맨은 없습니다.

히딩크 감독에겐 이용수 기술위원장이란 걸출한 도우미가 있었습니다. 히딩크를 진정한 대표팀 감독으로 받아들이고 먼저 손을 내밀었던 이용수 위원장. 영어가 가능했고 국제적인 감각이 있었으며 특유의 인화력까지 지녔던 이용수 위원장은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4강이란 목표를 달성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이용수 위원장은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과 함께 하는 자리라면 어디든지 따라다녔습니다. 자신을 비난하는 언론과 여론의 집중포화에도 히딩크 감독이 견딜 수 있었던 건 이용수 위원장이 보여준 믿음이었습니다. 월드컵 16강과 1승이라는 열망도 있었겠지만, 기술위원장이 이러다보니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은 감독을 어떻게 대했겠습니까? 말씀 안드려도 아시겠죠?

언론도 지금과는 달랐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선합니다만...항상 이용수 위원장은 히딩크에게 들은 얘기를 기자들에게 해줬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훈련이 뭘 위한 거고 히딩크 감독은 어떤 비젼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당연히 의식있는 언론들은 히딩크에게 시간을 더 줘야한다고 믿어줬고 대표팀이 힘든 시간을 거칠 때도 변치 않는 신뢰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고 검증하는데 있어서도 히딩크 감독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 나라의 축구를 가장 잘 아는 축구협회 기술위원장과 눈여겨 볼 선수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선수의 특징과 장단점에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의견을 나눴습니다. 그러다보니 평가전이나 연습경기에서 선수 파악을 위해 허비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죠.

본프레레 감독은 어떻습니까. 선수들을 모아놓고 훈련할 시간도 충분치 않은데 선수 선발과 테스트에 드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너무 많이 걸립니다. 2002년처럼 기술위원장 정도 되는 책임 있고 능력 있는 인사가 본프레레 감독을 진심으로 도와줬더라면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바람을 사치라고 한다해도 가장 아쉬운 건 본프레레 감독이 한국 축구에 대해 정말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본프레레 감독을 고집불통 영감쟁이라고들 부릅니다.
일반 팬들은 그렇게 말해도 뭐 큰 상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축구협회 관계자들 특히 기술위원들은 그러면 안될 것 같습니다. 한국축구가 본프레레 감독 혼자만이 짊어질 짐은 아니지 않습니까.... 축구협회와 기술위원들은 결국 본프레레 감독의 동반자가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여기까지 쓰다가 제가 중단을 했었는데...다시 쓰려고 보니 감독이 자진사퇴해버렸습니다.)

일단 이 글은 여기서 마무리해야할 것 같습니다. 본프레레 감독의 사퇴 의사를 듣는 순간 왠지 모를 눈물이 눈가에 맺혔습니다. 제 생각엔 한 노 감독에 대한 동점심이나 측은감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한국 축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감독을 이런 방식으로 보내는 건 예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던 것도 같고....

암튼 잘 모르겠습니다...감독이 경질된 후 그렇게도 본프레레 감독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었던 몇몇 언론들의 또 한번 확 변해버린 모습이 무섭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합니다.
이제 지나간 일을 뒤로하고 한국 축구의 앞 일을 걱정해야할 때지만..왠지 새롭게 맘을 다지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