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연재 2탄> “본프레레 감독이 불쌍하다...”

민병호 기자 fairplay@mbc.co.kr

각종 신문과 인터넷 언론들에는 “본프레레 경질 임박”이란 단어가 도배를 하고 있습니다.
쿠엘류 감독이 떠날 때도 같은 심정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과연 본프레레 감독이 한국에 와서 이렇게 욕을 먹을 만큼 무능한 감독인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일부 언론들은 본프레레 감독에게 축구열기를 가라앉혀 올스타 전의 흥행을 가로막았다며 3억원을 배상하라는 농담아닌 농담까지 던지는가 하면 호텔 방에서 두문불출하며 경질 통보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합니다.

본프레레 감독은 왜 이리 욕을 많이 먹을까요? 물론 가장 큰 건 성적이 안 좋아서겠죠.
하지만 부임 초기 만만치 않게 욕을 먹었던 히딩크 감독 때와는 조금 다릅니다.
문자 매체들 때론 일부 방송뉴스에서까지 본프레레 때리기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구는 인터뷰입니다. 여러분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본프레레는 선수 탓만 한다.’는 등등의... 그렇다면 그게 정말 다 사실일까요? 물론 말을 했으니까 그건 사실이겠죠.
하지만 전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건 분명합니다.

경기를 마치고 나면 항상 감독은 기자회견을 갖습니다. 그러면 기자들이 그날의 경기 내용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감독들에게 던지게 되죠. 그렇다면 감독은 어떤 얘기들을 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뭐가 잘 됐고 뭐는 잘 안됐으며 어떤 부분은 문제가 있었다.”정도의 얘기겠죠.
제가 지난 3월 사우디 1차전에 취재를 갔을 때 본프레레 감독은 선수들의 정신력을 꼬집었습니다. 제가 볼때도 맞는 얘기였습니다. 선수들은 여전히 아시아 최강이라는 자부심을 버리지 않고 있었고 우리보다 확실히 한 수위의 개인기를 선보였던 사우디 선수들을 막아내는데 방심했던 게 사실입니다.
현대 축구에서 선제골을 내주면 얼마나 힘든 경기를 하게 되는지는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그런데 본프레레 감독의 그 인터뷰는 사우디와의 1차전 전부를 대신하는 발언으로 둔갑해버렸습니다. 다른 인터뷰들은 어디론가 다 날아가버리고 말이죠...

히딩크 감독은 더 신랄하게 선수를 비판했었습니다. 감독의 인터뷰는 팀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히딩크 감독은 가끔씩은 선수들 이름까지 직접 거명했을 정도로 직접적인 비판을 가했고 그의 마음속엔 여러 가지 생각이 있었을 겁니다. 선수들 전체를 자극시키고 싶었을 수도 있고 특정 포지션이나 선수간의 경쟁을 유도하고 싶은 의도도 있었을 겁니다.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선 중요한 과정 가운데 하나죠.

감독의 인터뷰와 언론들의 보도행태.....
절대적이진 않지만 대표팀 운영에 영향을 끼치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대다수 팬들과 국민들은 이런 보도를 통해 대표팀과 감독을 이해하게 되죠.
하지만 언론들이나 협회.기술위원회 등이 본프레레 감독을 과연 진정한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최소한의 경외감을 가지고 대했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처음부터 하자가 있다며 비판하기 시작하더니 협조는 커녕 힘들 때 힘이 되어주지도 않습니다. 앞에 나서서 생산적인 비판을 하기보다는 뒤에서 안좋은 소리나 슬슬 흘리고 감독이 고집쟁이라서 아무 얘기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말만 앞세웁니다.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본프레레를 조금이라도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언론 보도도 좀 더 생산적이었을테고 대표팀 운영도 좀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며칠전에도 어느 방송사 뉴스엔 “본프레레 감독이 싫어요”라는 어린 꼬마의 인터뷰가 나가더군요. 그렇게까지 본프레레 감독을 공격하고 싶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아주 오래전 기억 속에 숨어있던 이승복 어린이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란 말이 생각나면서....

우리는 항상 축구대표팀과 관련된 모든 일에 히딩크를 떠올리고 히딩크와 비교를 합니다.
뭐 다른 거 다 제쳐놓겠습니다. 히딩크 감독이 좋은 결과를 남긴 건 분명하니까요. 하지만 히딩크 감독도 4강이란 결과를 얻고나서 지금같이 하나의 신화로 남았습니다. 월드컵 개막 2달전까지만 해도 히딩크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 역시 지금의 본프레레 감독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으니까요.

본프레레...이름의 뜻이 좋은 친구들이라는데요.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인 본프레레 주위엔 친구가 하나도 없어보입니다. 저도 축구발전을 위해 좋은 친구가 되어주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하구요..
가을 날씨 분위기가 나는 오늘, 혼자 힘들어하고 있을 본프레레 감독이 유난히 더 불쌍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