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연재 1탄> 본프레레를 말한다....

민병호 기자 fairplay@mbc.co.kr

1. 본프레레는 이렇습니다...

축구대표팀이 사우디에 0-1로 패한 지난 수요일.
월드컵 최종예선이 모두 마무리된 터라 취재부의 축구기자들이 간단한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단연 안주는 축구대표팀과 본프레레 감독이었죠.

4년전 히딩크란 감독을 꽤 오랜 시간동안 지켜봤습니다. 분명 히딩크에겐 특별한 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월드컵에서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과연 지금까지도 식지 않고 있는 히딩크 신드롬이 가능했을까요?

술자리에서 제가 농반진반으로 얘기했습니다. 갑자기 학교 다닐 때 기억이 떠올라서...본프레레와 히딩크, 올해로 환갑을 맞은 동갑내깁니다. 하지만 스타일은 정반대죠. 학창시절에 이런 기억들 있으실 겁니다. 공부는 언제 하는지 맨날 잠만 자고 틈 만나면 놀고, 멋도 잔뜩 내고... 하지만 공부 잘하는 녀석..참 얄밉죠.
반면에 애들하고 얘기도 안하고 공부만 죽으라 하는데 성적은 지지리도 안나오는 녀석..참 안쓰럽죠
히딩크와 본프레레를 놓고 보면 이 두 스타일을 보는 것 같습니다.(단 히딩크 감독도 최종 수능을 보는 시점에서만 성적이 좋았지만...)

감독 재직 시절 히딩크 감독은 개인적인 생활을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대표팀 성적이 아무리 안 좋아도 자기에게 주어진 휴가는 칼(?)같이 가야했고 국내에서도 시간이 나는대로 여자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등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K리그 경기를 지켜보는 일도 참 드문 일이었죠. 그래도 히딩크... 참 머리가 좋은 감독이었습니다. 가끔씩 위기가 찾아와도 특유의 언변과 기지로 난관을 잘 돌파해나갔습니다.

하지만 위기에 몰린 우리의 본프레레 감독... 참 열심히는 합니다. 지금까지 왔었던 외국인 감독 가운데 이렇게 K리그 경기를 열심히 보러 다닌 감독은 없었습니다, 가끔씩은 기자인 제가 봐도 “오늘은 좀 쉬시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인적인 생활도 일체 없습니다. 머릿속에 오로지 100% 축구만 생각하며 사는 노감독이죠.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해도 누구 하나에게 인정받지 못합니다. 본인도 좀 억울하겠죠... 결과도 결과지만 대화가 없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여 집니다.

제 생각엔 혼자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도 성적이 계속 안나오고 그런다면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거나 친구들이나 선생님한테 도움을 청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습니다.
이를테면 주위의 애들은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 어떤 과목은 어떤 방식으로 공부를 하면 좀 효과적인지, 선생님들의 성격은 어떻고 출제 경향은 어떤지... 그러면 아무래도 다음엔 좀 더 나은 결과가 돌아오지 않을까요? 물론 각자가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는 만큼 그 색깔은 유지를 해야겠지요.

축구는 감독만 뛰어나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감독이 어떤 보좌진들을 구성하고 있고 얼마나 그들이 충실하게 대표팀을 위해서 감독을 보좌할 수 있는지... 이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주는 것도 중요하겠죠...

지금 여러 언론들은 앞다퉈 자극적인 표현들을 써가면서 본프레레 경질을 유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MBC 축구 기자들도 생각이 조금씩은 다 다릅니다. 하지만 현장을 많이 다니면서 보고 느낀 건 아쉬움입니다. 여러 팬들은 작금의 한국축구 위기에 대해 본프레레 감독에게 가장 많은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약간 부족함이 있어 보이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본프레레 감독을, 제대로 지원해주지도 않고 도와주려는 적극적인 움직임도 없으면서 오히려 뒤에서 비난하는 협회와 기술위원회가 더 밉습니다... 다음 회엔 좀 더 구체적인 얘기를 해드리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