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취업문, 어떻게 뚫을 것인가?!

정규묵 기자 mook@mbc.co.kr

그 해 10월, 동국대에서 필기시험을 봤는데 아주 못 봤다고 생각했죠. 근데 붙었더라구요. '웬일이니...'

11월초였던가. 기사작성 시험을 봤는데, 의도 파악을 못해서 완전히 엉뚱한 기사를 쓴 듯 한데...
그 기사 가지고 카메라테스트와 오디오 테스트까지 했는데, 여러 부장님들 앞에서 아주 진땀을 뺐죠. 얼굴까지 빨개지고 근데 어찌된 일인지. 또 붙었더라구요(절대 자랑아니니 오해 마시길)...'별 일 다있네'(물론 속으론 엄청 좋았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고비. 최종면접
꿈 많아보이는 젊은이들 몇 명이 모였더군요. 다들 공부에 찌든 듯 보이기도 하고, 암튼 기자 준비생들의 첫 인상이 상큼하지 않고 다들 칙칙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스포츠기자 지원한 사람이 누군지도 몰랐죠. 모든 시험 단계를 일반 기자 지원한 사람들과 같이 봤으니까요.

그런데 인사부 사람이 오더니 스포츠 기자 두 명을 부르더라구요. 저와 대학생 여자분. 그러면서 둘(스포츠 기자)만 먼저 최종면접을 본다고 하더라구요.

'오호 2:1의 경쟁률이라.'

순간 그 어설퍼 보이던 사람들이 경쟁자로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인사부 사람한테 붙어서 어떤 질문들을 하는지 일일이 캐물었죠.

"영어 질문은 안 하니까 걱정마시고, 생각나는대로, 자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세요"

일단 안도의 한 숨 몰아쉬고,
사장실에 들어가니 임원 몇 분과 인사부 사람, 의자 3개가 보이더군요.
그 여자분과 나란히 앉았죠.

그리고 질문이 하나씩 오갔죠.
2대1의 경쟁률을 넘기위해 서로를 밟고 일어서야만했던 우리 둘은 지금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 없는 말로 임원들의 환심을 사려고 했었죠.
아니 그런데, 갑자기 우측에 있던 임원 한 분이 저한테 영어로 자기 소개와 함께 포부를 말해보라고 하더군요.
물론 my name is....introduce...어쩌구를 유행가 가사 외우듯이 달달 외워갔지만 순간 방심한터라 너무 당황한 나머지, 머리에 방송사고가 나듯 블랙과 화이트가 번갈아 뜰 때즘 시간이 오래 지체된 듯 했습니다.

그러자 그 임원분 왈,

"정규묵 씨, 긴장하지 말고 천천히 말해보세요. 못해도 돼요........."

이 '못해도 돼요'라는 말은 나의 우측부 대뇌를 강하게 때리고, 박동수가 빨라진 심장을 강타하면서 '탈락'의 의미로 메아리쳐왔고 물론 작은 위로도 되지 않았습니다.
방송 스포츠기자 하나 되겠다고 2군데의 회사를 때려치고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서 주저앉을 순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입은 열리지 않았고, 외국인을 만났을 때처럼...."엄~......엄~......엄~.....을 수차례 반복하고 지금은 생각도 안나는 영어를 중학생 수준으로 하고 말았죠. 물론 옆에 있던 여자분도 상당히 당황한 듯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둘은 엘리베이테에서 어색한 웃음으로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네요"라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주고 받으며 MBC를 떠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누구나 말을 하듯이 , 언론사 입사 시험은 운이 정말 따라줘야 하는 것 같습니다. 하긴 비단 언론사 입사 시험 뿐이겠습니까마는 물론 필기나 논술 시험도 중요하고, 카메라나 오디오 테스트도 중요합니다.
면접시 자신의 소신도 중요하고, 그 소신을 얼마나 잘 피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조직 생활에 얼마나 적합한 사람인지도 중요하구요.

이 글을 읽으실 때, 필기나 논술 시험 요령, 카메라 테스트 잘 받는 방법, 면접시 어떤 질문을 하는지가 궁금하셨나요?
제가 볼 때는 그런거는 사실 지금 여러분이 하고 있는 방식, 그대로 하시면 될 듯 합니다.

일단 책이나 신문을 많이 읽으세요. 영화도 많이 보시고, 그러면서 생각을 키우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과 인간적인 만남을 많이 가져보세요.
공부가 전부는 아니니까요. 상식과 논술 공부에만 매달리지 마시고, 다양한 경험을 많이 가져보는게 훨씬 더 큰 도움이 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