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 수첩 681회 홍보안
교실 안의 거래,‘촌지’(가제)
2006. 5. 30 화요일 밤 11시 05분~12시 00분
기획 : 최승호
취재, 연출 : 김만진
‘무릎 꿇은 교권’ 논쟁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올해도 스승의 날은 찾아왔다. 그러나 올해 ‘스승의 날’에는 전국 각급 학교의 72%가 자율휴교일로 지정, 학생들의 등교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유는 스승의 날을 전후하여 촌지문제가 대두되는 것이 학교차원에서도 부담스러웠던 것. 과연 스승의 날 하루 학교를 쉬면 촌지 문제는 근절될 것인가?
<PD수첩>은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와 공동으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및 부산, 대구, 광주, 대전의 학부모 1,300명을 대상으로 한 ‘촌지’ 및 ‘불법찬조금’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경우는 이를 다시 서울 강남권, 목동권, 일산권, 분당권과 이외 기타 서울지역의 5개 권역으로 나누어 설문을 진행했다. 이에 의하면 최근 3년 이내에 교사에게 3만원 이상의 물품이나 선물을 제공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부모는 40% (전체 1,300명 학부모 기준) 로 나타났다. 촌지를 제공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부모들의 경우, 평균 금액은 1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역별로 볼 때 서울 강남권이 20만6천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불법찬조금 및 촌지 근절 촉구 집회
지난 3월 29일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와 ‘전교조’는, 불법 찬조금과 촌지 없는 학교 만들기에 교사와 학부모가
같이 나서겠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선언하고 거리 서명운동을 펼쳤다.

▲ 스승의 날 학교 교실
올해 스승의 날에는 전국 각급 학교의 72%의
학교가 자율휴교일로 지정했다. 스승의 날 텅빈 교실 모습
▣ 촌지 때문에 전학까지 고려한다?
전체 평균 금액은 10만원이었지만 일부 부유층 거주지역의 경우 이보다 훨씬 심각한 촌지행태가 발견되기도 했다. 스승의 날 전부터 서울 부유층 거주 지역에 있는 백화점들은 스승의 날 기획행사로 분주했다. 화장품, 상품권 등은 물론이고, 100만원이 넘는 명품 가방을 스승의 날 선물용으로 구입하는 학부모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서울 일부지역의 경우 현금 촌지 액수가 30만원은 기본이며, 50만원 심지어는 100만원에 이르는 경우까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스승의 날 며칠 후 제작진이 어렵게 설득하여 만난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만 원짜리 신권 50장이 든 돈봉투를 가방에 지니고 있었다. 스승의 날 선물을 해야 할 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오늘이나 내일 선생님을 만나면 봉투를 드릴 계획이라는 것. 그는 일 년에 네 차례 정도씩 촌지를 드려야 하는 학교 현실이 너무 싫다면서, 아이의 전학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 스승의 날 선생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학생과 학부모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는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주는 모습
▣ 촌지를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다
<PD수첩> 제작진은 최근 들어 학교 차원에서의 촌지 엄금방침이 내려진 이후, 촌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더욱 교묘하고 은밀해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일부지역의 경우, 택배를 통한 선물 전달 방식이 주로 이용되고 있었는데 이 때 선물포장에는 상품권이나 현금봉투가 동봉되는 경우가 잦다는 점을 확인했다.
교실에서 봉투를 전달하는 경우 돌려보내지만 선물과 같이 배달되는 촌지는 거부하지 않았다는 학부모의 증언. 어떻게든 전달하고자 하는 학부모와, 이를 거부하지 못하는 교사. 과연 촌지 문제는 누구의 책임인가?
‘촌지를 주고 받는 관행에 대한 책임이 어디 있는가’라는 질문에 촌지를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라는 응답이 40.3%, 그 다음으로 교사와 학부모 둘 다 책임 있다가 26.5%, 학부모에게 책임이 크다가 19.3%, 교사의 책임이 크다가 12.2%로 나왔다. 대체로 응답자들은 촌지 문제를 교사들만의 책임으로 보기보다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있고, 학부모의 책임도 크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 스승의 날을 앞두고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하는 학부모들
▣ 집단화되고 제도화된 촌지, ‘불법 찬조금’
개별 학부모들의 촌지가 초등학교에서 일반적이라면, 고등학교에서 보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소위 ‘불법찬조금’이라는 점도 취재 결과 확인할 수 있었다.
현행법은 학교운영위원회가 주도하고, 사용처를 지정하여 자발적으로 납부한 ‘학교발전기금’만을 합법적인 학교 내 기부활동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이는 그야말로 구호일 뿐 현실의 학교 사정과는 너무도 달랐다. 학생 간식비나 도서구입, 비품마련 등의 명목으로 할당되어 조성되는 불법찬조금은, 어디에 얼마의 돈을 어떻게 썼는지도 모르는 채로 ‘그저 내라니 내는 수밖에’라는 학부모들의 탄식에 뒤섞인 채 거둬지고 있었다. 심지어는 단속이 심해지자 학부모들이 ‘일일찻집’을 열어 티켓을 반마다 할당 판매하고 그 수익으로 소위 ‘학교발전기금’을 조성하는 기형적인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 스승의 날 학교 앞 풍경
선물과 케이크 등을 준비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보인다.
▣ 179만 원 촌지 수수 교사, ‘국내 최초’로 교직박탈 판결
지난 3월 부산지방법원은 촌지를 요구, 수수한 초등학교 교사에게 징역6월,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내렸다. 교사는 항소 중이지만, 1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해당교사는 교사직을 박탈당하게 되며, 이는 사상 최초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촌지를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인식수준은 어떠한가? 받는 교사만이 문제일 수 있는가? 대다수의 교사들을 ‘촌지나 요구하는 문제 교사’로 비난하는 학부모들의 시각에는 문제가 없는가? 주는 학부모와 받는 교사 양쪽 모두를 처벌해야 한다는 최근의 주장은 현실성이 있는가? 주는 행위 그 자체로 대가성을 인정, 형법이 규정하는 뇌물공여, 뇌물수뢰 조항을 적용하자는 주장에는 어떠한 한계가 있는가?...
<PD수첩> 제작진은 촌지 문제에 대해, ‘부도덕한 교사집단이 문제’라는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보다 심층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흔들리는 교권’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교권 세워달라는 아우성’이나 ‘문제 있는 교사 몇몇을 언론이 혼내주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선 촌지 문제에 있어서라도 우리사회의 인식수준을 조금씩 높여나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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