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동쪽 끝 섬 사할린. 최근 한인동포 3, 4세대들 사이에서 혼혈이 점차 늘고 있다. 한인 사회와 러시아 사회 모두에서 편견 어린 시선을 받았던 러시아계 혼혈인 ‘미치’들은 이제 러시아 사회의 한 일원으로 당당히 나서고 있다. 28일(일) 새벽 1시 15분에 방송될 MBC 특집 다큐멘터리「2006 사할린 아리랑」에서 희망으로 가득찬 미래를 구상 중인 사할린 혼혈 세대들을 만나보자.

▶ 사할린 혼혈 세대 "미치스"들의 이야기-'나는 한국계 러시아인이다'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알렉세이는 특이한 외모 때문에 러시아 학생들에게서도, 한인 학생들에게서도 놀림을 당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러시아인이면서 동시에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당당한 혼혈 3세대로서 자리 잡았다. 사할린에 진출한 한 항공사에서 최고의 엘리트 사원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한국과 러시아 양국을 대상으로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펼치고 있는 그를 만나본다.
한편, 혼혈 한인들의 성공 뒤에는 1, 2세대들의 고통이 있었다. 강제 징용된 조선인이 가장 많았던 탄광도시 브이코프는 혼혈 세대들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 한인 여성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러시아 여성들과 가정을 이루었던 동포 1세대들. 혼혈 첫 세대가 된 예브게니와 그 가족들을 통해 사할린 혼혈 세대의 역사와 아픔을 들어본다.
▶ 13세 혼혈 소녀 제냐, 남도 가락에 빠지다
남다른 주위의 시선과 문화적 갈등으로 늘 방황의 기로에 놓여있는 혼혈 3, 4세대. 이들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프로그램이 사할린과 국내 문화 예술인들에 의해 조심스럽게 펼쳐지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15년 째 명맥을 이어오며 한국의 전통 예술을 가르치고 있는 에트노스 예술학교. 이곳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한국의 가야금과 풍물을 전수하기 위해 한국인 선생님들이 직접 찾아온 것. 북한의 전통 예술만 접해 왔던 학생들은, 생전 처음 들어 보는 남도의 가락과 장단에 흠뻑 빠져 든다. 혼혈 4세대인 13세 소녀 제냐 역시 집에서도 입으로 장단을 외울 정도로 한국의 멋과 정취에 취한다.
▶ 2006년, 사할린 하늘에 울린 아리랑
혼혈 3, 4 세대들에게 한국인이 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이 당당한 한국계 러시아인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뿌리 깊은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와 자긍심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의 젊은 국악인들이 나섰다. 사할린 한인문화센터 개관을 앞두고 동포들을 위한 공연이 열린 것. 에트노스 예술학교 학생들과 숙명가야금연주단은 한국 전통음악의 우수성을 알리고, 혼혈 3, 4세대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키울 수 있는 희망과 공감의 한바탕 장을 펼친다.
60여 년 전 일제 강제 징용의 아픈 역사가 서려 있는 동토의 땅, 사할린. 이곳에 뿌리내린 5만 한인 동포들의 삶은 과거완료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이제 사할린 동포들의 과거를 끌어안는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들의 미래를 보듬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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