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월~금 저녁 8시 20분
기획:김정욱 / 연출:김병욱,김창동,김영기
이름: 예능지기 조회:
'하이킥' 캐릭터는 어떤 의미가 있나?

[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한 가족이 있다. 잘 빠진 근육질 몸매에 쌈질 잘하고 공부와 친하지 않는 동생 윤호, 잔머리를 잘 굴리며 머리 좋은 모범생으로 공부를 잘하는 형 민호, 명퇴해 말이 주식투자자이지 백수이고 먹을 것을 가장 좋아하는 낙천적 아버지, 실력을 바탕으로 매사 200% 자신감 충만으로 생활하는 한의사 엄마, 그리고 체육교사로 이혼으로 졸지에 스물일곱살에 싱글대디인 윤호 삼촌, 세속적 권위와 돈을 제일 좋아하지만 실력 없는 한의사 할아버지와 남편에게 무시당하고 똑똑한 며느리에게 늘 당하는 할머니로 구성된 ‘하이킥’가족. 이들‘하이킥’가족이 생활하는 곳은 MBC 일일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하이킥’가족이 요즘 사람들의 배꼽을 쥐게 하는 웃음 폭탄을 연일 터트리고 있다. 웃음 폭탄 폭발 뒤에는 되새김질 할 수 있는 아니 할 수밖에 의미가 남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단순한 시청에서 머물지 않고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하는 생비자(Prosumer)로서 시청자들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해 제작하는 콘텐츠 이용자 제작 콘텐츠 UCC의 원재료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화제는 확대재생산 되며 우리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요즘 어린이에서부터 어른까지, 신세대에서 노년세대까지 많은 사람들이 하이킥 가족 구성원과 에피소드에 대해 때로는 내 처지와 같다며 때로는 대리만족을 준다며 화제로 올리고 눈길을 주고 있다.

노년층의 절대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순재와 문희 노부부. 보수적이며 서울대가 무조건 좋다는 식의 세속적 권위를 신봉하고 실력 없지만 실력 있는 며느리 한의사 덕분으로 한방병원을 운영하는 한의사 순재는 잘 삐치고 칭찬에 금방 녹는 단순한 성격이다. 우리들 아버지의 모습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고생 고생해가며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줬지만 세상이 변해 가장으로서의 권위는 허울로만 존재해 노년이 서러울 수 있는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 닮아 있다. 체면과 권위 때문에 야한 동영상 몰래 보다 가족에 들켜 체신머리 없는 어른으로 전락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는 가족의 버팀목이다. 우리들의 아버지가 그런 것처럼 존재하는 것만으로 순재가 있어 하이킥 가족이 구성된다.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 다하다 자식들 출가시키고 좀 쉬려나 했다가 똑똑한 며느리, 이혼한 아들의 자식, 일하는 며느리의 손자까지 챙겨야하는 노년조차 자식들을 위해 살아야하고 시대가 변해 시어머니라는 이름만으로 며느리를 굴복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남편에게 치이고 며느리에게 치인다. 이웃 할머니랑 큰 며느리 흉보는 것이 큰 낙이 돼버린 문희는 자신을 위해 옷 한벌 제대로 사지 못하고 남편과 자식 그리고 며느리를 위해 사는 우리의 어머니중 한 사람이다.

돈버는 기계로 인식되고 명퇴나 구조조정 당하면 고장 난 기계로 취급되며 가족의 대화조차 끼일 수 없는 오늘날의 중년의 가장들. 하이킥의 준하는 증권회사 명퇴한뒤 두 고등학생 아들과 똑똑한 한의사 아내에게 체면서지 않는 중년이다. 술만 먹으면 괴물이 되고 먹는 것만 보면 마냥 좋은 식신 준하의 모습에서 웃음은 나오지만 그 웃음 뒤에 서글픈 중년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의사로서 최고이기를 바라는 슈퍼우먼 해미는 전통적인 며느리상과 현대적인 며느리상의 과도기에 선 직업을 가진 중년의 기혼여성의 대표주자다.

그리고 사랑과 결혼 그리고 이혼을 쉽게 한 뒤 갓난아이를 키우며 이혼은 흠이 아니라며 또 다른 연애에 몰두하는 민용은 신세대적 가장의 표상이며 그리고 쌈장이고 말썽쟁이지만 잘생긴데다 몸짱이어서 여학생들에겐 인기가 많은 윤호, 그리고 공부를 잘해 전교 1등을 해 부모에게 사랑받고 기대를 한 몸에 받지만 여학생들에겐 인기가 없는 민호는 우리 청소년들의 아이콘이다.

이들 하이킥 가족의 캐릭터와 이들이 버무려내는 에피소드는 우리 집에서 그리고 우리의 이웃에서 만날 수 있는 인물이며 일상이다.

권위를 세우고 싶지만 이미 가부장적 권위가 무력화하고 있는 가정에서 유니폼 순위를 매겨 1번의 옷을 입고 흐뭇해하며 물에 빠지면 자신을 반드시 구하라고 엄명하는 순재의 모습에서 그리고 옆집 할머니와 비교하며 남편이 늙었다고 하자 어색한 화장을 하다가 구박받고 똑똑한 며느리에게 늘 당하다 꿈속에서 통쾌하게 꾸짖으며 좋아라하는 문희의 모습에서 배꼽을 잡으면서 명치 끝이 아려옴을 느낀다. 모든 것을 자식들에게 준 노년층의 오늘의 모습이 전해오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도 인정받지 못해 명퇴를 하고 집에서도 환영받지 못하지만 아버지와 자식에게 그래도 인정받고 싶어 집의 컴퓨터 단말기 앞에서 주식투자 했다가 모두 날리고도 좋아하는 통닭이 나오자 허겁지겁 먹는 준하와 힘들지만 그런 내색 못하고 집에서나 병원에서나 최고의 며느리와 어머니,아내 그리고 최고의 의사여야 하는 해미는 영락없는 신세대와 구세대의 낀 중년, 쉰세대의 웃음과 눈물, 즐거움과 힘듦과 환치된다.

이혼한 아내와 쿨하게 만나고 그 아내의 친구와 연애를 하는 돌아온 싱글, 민용은 고도성장의 과실을 먹으며 자란 우리의 오렌지족에서 X세대의 얼굴이며 공부하지 않으면 경쟁의 사회에서 도태된다는 강박관념이 절정에 달하는 고등학교에서 자신의 존재의미를 쌈장과 폼생폼사에서 찾는 윤호와 역시 부모말 잘 듣고 공부 잘해 좋은 대학가는 것이 자신의 인생에도 도움이 된다는 민호는 오늘의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두개의 자화상이다.

시대와 사회, 산업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족 구성원의 역할과 가족의 형태도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적응하는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 삶의 자세는 천차만별이다. 어떤 이는 과거를 그리워하고 어떤 이는 변화된 오늘의 세상을 좋아라한다. 하지만 어쩌랴, 우리네 인생은 현재를 살아야하는 것을. 그것도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을.

2007년 오늘의 우리 가족의 모습을 코믹하게 전달하는 ‘하이킥’가족의 구성원은 삶은 힘들어도 살만하고 어려워도 웃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족은 시대가 변해 외양과 구성원의 역할이 달라도 행복을 담보할 수 있는 강력한 근원이라 것도 보여준다.

['거침없이 하이킥' 가족은 우리에게 때로는 대리만족을 주고 때로는 동일시의 감정을 유발하기도 한다. 사진제공=MBC]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knbae@my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