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인기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 출연중인 박해미의 캐릭터가 업그레이드됐다. 초기에는 ‘오~케이’를 외치며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주로 강조됐지만 후반에 접어들면서 해미의 인간적인 매력이 자주 발산되고 있다.

어버이날에 평소 속 썩이는 아들 윤호의 손을 잡고 조명이 꺼진 거실 한가운데서 감동적인 블루스 장면을 연출한 것은 박해미의 매력을 크게 올려놓았다. 박해미가 설문조사에서 가장 호감가는 중견 여배우 1위에 오른 건 우연이 아니다.

박해미 처럼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해서 돌아간다’고 믿는 여성 캐릭터는 전에도 종종 있었다. 이런 캐릭터는 처음에는 주목을 받다가 금세 도식화돼버려 시청자들이 식상함을 느끼게 된다. 박해미는 이런 캐릭터의 한계를 극복해 이미지의 수명을 늘려놨다.

박해미는 겉으로는 능력도 있고 완벽한 여자 같지만 약점도 있고 갈등도 적지않다. 이 약점을 인간적인 매력으로 바꾸는데 성공한 듯하다.

박해미는 어떨 때는 사정없이 유치하다. 시동생인 민용을 괴롭힐 때의 모습을 보면 거의 초등학생 수준이다. 동서인 신지와도 기싸움을 벌인다. 하지만 극중 박해미도 여느 학부형과 똑같은 엄마다. 말썽꾸러기 작은 아들 때문에 마음이 상한다.

박해미는 이런 갈등을 해결하고 화해를 시도하는 모습이 지극히 자연스럽다. 특히 이를 위한 이벤트를 할 때는 뮤지컬 배우라는 속성을 십분 발휘한다. 윤호와 춘 블루스춤은 모든 아들의 로망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조기 실직에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사회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남편 준하(정준하 분)와도 좋은 금슬을 유지하고 있고, 금실 좋은 모습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는 점도 박해미에게 점수를 줄만한 요인이다.

김병욱PD가 박해미를 ‘하이킥’에 캐스팅 할 생각을 굳힌 계기는 박해미가 나온 KBS ‘해피투게더 프렌즈’를 보면서 였다고 한다. 30년전의 친구에게 손을 내미는 제스처가 “너무 스타일리쉬했고 멋있었다”고 한다.

후반부에 접어들며 박해미의 인간적인 매력이 자연스럽게 보여짐으로써 단순히 나서기만 좋아하는 여성이 아니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극중 박해미의 가장 큰 매력은 자기 주도적 삶이다. 노래를 하나 하더라도 도식적이지 않고 자신의 체질대로 부른다. 여기에 인간적인 모습까지 보여주니 매력을 안느낄 수 없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