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인기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윤민(윤호-민정)라인은 애절하다. 쉽게 감정을 드러낼 수 없어 오래 걸리고 답답하다.

윤민라인은 현재의 대세인 민민(민정-민용)라인에게 기를 못펴고 있기는 해도 수면 아래에서 튼튼한 토대를 구축해왔기에 일편단심의 진정성만은 흔들리지 않는다. 시청자의 반발을 불러온 윤호의 여자친구(나혜미)의 투입은 현재로서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윤호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는 서선생뿐이다. 엄마(해미)도 말썽쟁이 윤호를 이해하지만 그 마음은 ‘어버이날’ 같은 특수한 날에 한정돼 발현된다. 하지만 서 선생은 윤호와 소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다. 학교에서는 윤호가 승현을 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무도 믿지않는다.

하지만 서선생은 믿는다. 그래서 계속 윤호를 찾는 문자를 보낸 거다. 문자를 계속 친 데에는 윤호가 ‘보고 싶은’ 기분도 작동했다.

서 선생은 그 믿음을 농구골을 성공시킴으로써 입증한다. 하지만 서 선생은 농구 공을 제대로 던질 줄도 모른다. 그러나 키가 큰 윤호의 도움을 받아 탭슛으로 연결시킨다.

공부를 못하는, 또는 공부에 흥미가 없는, 또는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는 윤호에게 농구는 매우 중요하다. 윤호에게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오토바이와 농구다. 오토바이는 기성세대를 거역하는 일탈의 기호다.

하지만 윤호에게 농구는 학생이라는 신분의 제도권에서 합법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그래서 기성세대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문화다. 윤호와 서선생과 농구공, 골인은 학교내에서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일궈낼 수 있는 ‘성취’다.

젊은 시청자들은 윤민라인에 대한 열광적 반응이 한갓 ‘~빠들의 떼쓰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윤민라인 지지자들은 배우 정일우와 배우 서민정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윤호 캐릭터와 서선생(민정) 캐릭터 자체의 매력과 그 캐릭터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화학작용을 일으켜 엄청난 시너지를 발생시킨 그 조합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하이킥’ 공식 홈페이지의 한 시청자의 다음 글은 윤민라인을 지지하는 인식 수준을 잘 보여준다.

“강한 척하지만 형과 늘 비교당하며 애정 결핍이라 실은 자신을 진심으로 믿어주고 아껴주는 사람이 늘 고팠던 윤호와, 선생님이지만 실수투성이에 덤벙대고 마냥 순수한 서선생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빚어낸 일종의 화학작용일 겁니다. 이런 커플이 자연발생적으로 탄생하는 건 정말 드문 일입니다.

무엇보다 다른 여자에겐 무관심하고 차가운 윤호가 자신을 믿어주고 처음으로 따뜻함과 순수함을 느낀 한 사람만을 바라본다는 사실, 그리고 그 사랑이 승현이처럼 무작정 들이대거나 막무가내가 아니라 조용히 바라보면서 몰래 위해주는, 순수함과 성숙함을 동시에 지닌 거였기 때문에 시청자를 감동시킨 것이지 무조건 정일우라는 연기자가 멋져서, 상대역이 누구든 이런 열광적인 반응이 가능한 게 아닙니다”.

윤민라인 지지자들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기회(천재일우)인 윤민라인을 저평가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달라고 간청하고 있다. 한 제작진은 윤민라인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통해 본격적으로 윤민라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사진출처: 디시인사이드 정일우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