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닷컴｜고재완·구수진기자] 신인들에게 캐릭터 강한 역은 '독'이 될 수 있다. 독특한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역에 끌려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MBC 일일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하 하이킥)의 엉뚱발랄한 여고생 강유미역을 맡은 박민영. 그는 이러한 걱정을 '거침없이' 날렸다.

"첫작품으로 시트콤을 시작하면서 부담이 컸어요. 처음에는 도대체 어떻게 연기를 해야할지 몰라서 울기도 많이 울었구요. 하지만 이제는 유미를 연기하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워요."

이제야 연기의 맛을 알았다는 박민영. 지난 14일 서울 청담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났다. 오랜 대화를 나눠본 박민영에게서 '도도, 까칠, 섹시, 사극'의 4가지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도도유미, 사실은 수줍은 민영!

하이킥 속 유미는 거침없다. 언제나 당당하며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꺼낸다. 박민영의 유미 연기는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사실 연기 반 실제 모습 반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기자가 만나본 실제 박민영은 유미와 너무나 달랐다. 조각같은 외모만 그대로였다. 실제 박민영은 낯을 많이 가리는 수줍은 소녀였다.

말투, 표정, 목소리등 많은 부분이 유미와 매치되지 않았다. 유미가 속사포처럼 쏘아댔다면 박민영은 조용하고 차분했다. 또한 새침한 표정의 여고생 유미와 달리 박민영은 살짝 미소를 지어보일 줄 아는 숙녀였다.

"유미는 실제 제 모습과는 전혀 달라요. 전 유미와 다르게 소심하기도 하고 그렇게 직설적이지도 못해요. 낯도 많이 가려 '하이킥'에 같이 출연하는 또래 친구들과도 3달이 지나고 나서야 편해졌는걸요. 그리고 저는 유미와는 달리 공부 욕심도 있어요. 사실 공부가 좋은게 아니라 자존심이 세서 꼴찌하는 것은 못참거든요"

▶ 까칠유미, 모티브는 '안나 조'

'하이킥' 속 유미는 종잡을 수 없다. 용감할 정도로 무식하며, 이를 전혀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남자친구 민호(김혜성)을 쥐락펴락 할 만큼 여우같은 연애기술도 지녔다. 또한 담임 선생님 민용(최민용)만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나 도도하다. 아니 까칠하다.

정형화 돼있지 않기 때문에 신인이 연기하기엔 어려운 캐릭터 일 수 있다. 하지만 박민영은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심지어 박민영 아닌 유미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캐릭터 속에 자신만의 컬러를 확실히 심어 넣었다. 사실 박민영은 처음에 캐릭터를 어찌 연기해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고 한다. 목소리 부터 표정까지 유미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진짜 유미'로 태어났다.

"대본을 받았을때 유미라는 캐릭터가 정말 이해가 안됐어요.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였는걸요. 한참 그 고민에 밤을 지새울때 '환상의 커플'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었어요. 저도 모르게 나상실 말투를 따라하다보니 어느새 유미 말투가 나왔어요.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죠. 안나조의 유행어가 '꼬라지 하고는~'이라면 유미는 '그래서?'가 아닐까요?"

▶ 섹시유미, "제 S라인은…"

지난 2월 13일 방송된 '하이킥'에서 박민영이 샤론스톤으로 변신했다. 범이(김범)의 상상신이긴 했지만 박민영의 섹시한 매력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박민영은 영화 '원초적 본능'의 명장면이었던 샤론 스톤의 다리 꼬는 장면을 패러디했다. 또한 비키니를 입고 잘빠진 몸매도 드러냈다. 많은 사람들의 그의 섹시함에 감탄했다.

그렇다면 박민영은 자신에 섹시 변신에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잠깐의 섹시 변신으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만큼 후한 점수를 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박민영은 자신의 섹시한 매력에 낮은 점수를 줬다. 섹시한 S라인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하기엔 너무 게으르고 과감히 노출하기엔 소심하다는 까닭이었다.

"저에게 이효리나 전지현 같은 S라인은 없어요. 섹시하게 봐주시는건 아마 제가 옷으로 잘 가렸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요즘은 섹시화보 이야기를 꺼내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제가 찍으면 아무도 안보시지 않을까요?(웃음). 노출도 몸매가 되는 사람이 해야 멋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아직 제게 노출은 남의 얘기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저도 운동을 열심히 해서 멋진 S라인이 생긴다면 그때는 섹시화보 찍어보고 싶어요" 

▶ 사극유미, "기대해주세요"

'하이킥' 속의 유미는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캐릭터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하이킥'이 끝나고 나면 박민영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고 한다. 이어 그의 입에서 의외의 단어가 흘러나왔다. 바로 사극이다. 신인치고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대사톤, 분장, 선배 연기자들과의 호흡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는 어려운 장르다. 그러나 당찬 신인 박민영은 사극을 너무 해보고 싶다.

박민영이 사극을 원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조만간 꼭 사극을 해보고 싶어요. 한복도 좋아하지만 사극 톤이 너무 매력적인 것 같아요. 몇몇 분은 유미 이미지가 강해서 차기작 선택이 힘들지 않겠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근데 저는 이제 시작하는 입장이라서 여러 컬러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조만간 사극 유미로 멋지게 변신해서 그런 걱정 안하시게 해드려야죠"

보통 갑자기 인기를 얻은 신인들은 그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불안해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박민영은 편안해 보였다. 그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박민영이 연기를 시작한 계기만 들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너무 하고 싶고, 잘할 자신이 있어서라고 한다. 간단하지만 너무나 명확한 이유였다.

"어릴때는 디자이너가 꿈이었어요. 그러나 조금 철이 들고나서는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졌죠. 하면 잘할 수 있고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유학을 포기하고 연기의 길로 들어섰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후회요? 전혀 없죠. 앞으로도 노력하는 연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이 지켜봐주세요"

<사진=PCM스튜디오 백종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