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일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캐릭터들의 특기는 ‘반대로 가기’다. 전복과 위반의 캐릭터가 많다는 얘기다.

권위를 갖추어야 할 한 집안의 어른(이순재)은 ‘야동’을 보다 가족에게 들키고, 전통적으로 집안 경제를 담당해온 가장(정준하)은 둘째 아들인 윤호가 성적이 80등이나 올라 축하해주려고 하지만 고기 사줄 돈이 없다.

경제력과 집안 대소사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사람은 이 집의 며느리(박해미)다. 이 집 남편은 옥탑방을 개조하면서 베이징으로 출장간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세부사항 등 모든 걸 허락받아야 한다.

그 옆에서 시어머니(나문희)는 며느리의 지시사항을 오~케이 하며 받아적는다. 술만 먹으면 아무도 말릴 수 없는 괴물로 변하는 남편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도 아내인 ‘사육해미’뿐이다.

그런가 하면 이 집 아들이자 동생 윤호(정일우)는 형 민호(김혜성)를 수시로 괴롭힌다. 입만 열면 무식이 탄로나는 윤호는 공부 잘하는 민호에게 주눅이 들기는 커녕 오히려 당당하다.

형은 자기보다 키도 크고 싸움 잘하는 동생에게 맞지 않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는 ‘제리’다. 그래서 ‘비굴민호’. 오죽하면 카리스마를 키우기 위해 코를 씰룩대고 다닐까?(씰룩민호)

교단에서 위엄과 권위를 가져야할 교사(서민정)는 항상 넘어지고 부딪히고 구른다. 몸연기의 달인으로 꼽혔다. 풍파고 교감은 시종 반어법을 구사한다.

며느리(박해미)와 함께 한방병원을 운영하는 이순재는 며느리보다 실력이 떨어진다. 툭하면 오진을 한다. TV의 건강프로그램 생방송에서 실수까지 해 많은 환자가 떨어져 나가자 병원 간판을 바꾸었다. 이순재 여성한방병원→이&박 여성한방병원. 시간이 가면서 이 간판이 박&이 여성한방병원→박해미 여성한방병원으로 바뀌어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그런데 집안 어른인 이순재는 야한 동영상 때문에 망신을 당하기는 커녕 ‘급호감’을 얻고 있다. 권위를 무너뜨릴수록 젊은이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서민정은 선생님으로서 보이지 말야야 할 실수와 약점을 반 아이들에게 너무나 많이 보이고 있지만 자신이 만난 나쁜 남자에 대해서는 반 학생들 전체가 자신의 누나가 당한 일인양 흥분한다.

이는 기성질서가 해체되고 난 후 구축될 새로운 질서와 가치체계가 어떻게 되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거리를 제공해준다. 불필요한 권위주의가 청산된 후 새롭게 싹트는 관계맺기 같은 것 말이다. 구세대는 쓸데없는 권위를 제거하면 신세대와의 소통이 훨씬 쉬워질 것 같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