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MBC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기세가 매섭다. '거침없이 하이킥'은 23일 22.3%(TNS 미디어코리아 집계)의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순재 정준하 서민정 등 '거침없이 하이킥'의 상승세를 추동하는 인기 캐릭터가 많지만 '나본좌'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나문희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호랑이 시어머니'를 동경하지만 능력있는 실세인 큰며느리 박해미의 눈치를 살피며 두 아들의 건강과 성공을 존재의 이유로 삼는 그녀의 모습은 웃음과 함께 짙은 페이소스를 남긴다.

이러한 나문희의 모습은 지난 17일 방송에서 잘 드러나 있다. 온갖 심부름을 시켜 몸살이 나게 하고서도 박해미가 세탁물을 빠뜨린 것, 자동차에 흠이 간 것을 추궁하자 화가 난 나문희는 욕설과 함께 거칠게 며느리를 몰아세우며 얼굴에 물을 끼얹고 지폐를 집어던지고 밥상을 엎는다. 마침내 며느리를 집에서 쫓아내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은 나문희의 상상이었다. 현실의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미안하다"며 힘없이 실수를 인정할 뿐이다. 1986년 MBC 드라마 '사랑과 야망'의 서슬퍼런 시어머니 김용림을 부러워하면서도 사진을 찍자는 며느리의 요구에 억지로 웃음을 짓는다.

극중에서 나문희가 지켜보는 '사랑과 야망'의 김용림은 며느리를 무릎꿇게 하고 호통을 치며 거세게 채근한다. 하지만 나문희는 "싹퉁바가지"라며 뒤에서 며느리를 욕하고 신지가 박해미를 놀리자 속으로 고소해 할 뿐이다. 식모살이하다 '주인집 순재 도련님'과 맺어져 고된 시집살이를 했을 나문희로서는 '고구마호박'이라고 이야기했다 무시당하는 시대의 변화가 야속할 뿐이다.

나문희의 버팀목은 아들들, 특히 큰아들 정준하다. 때문에 정준하가 취직됐을 때 눈물을 흘리며 하루종일 노심초사했고 건강검진에서 정준하의 몸에 이상이 드러나자 방귀 냄새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자신을 끝없이 책망하며 직접 음식을 관리해 '방구보감'까지 작성한 그녀다.

예전의 권위를 대부분 잃고 아들들에 의지하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나문희는 연기자의 호연과 더불어 현실을 반영한 인상적인 캐릭터로 자리잡고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나문희. 사진 = MBC 화면 캡처]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