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월~금 저녁 8시 20분
기획:김정욱 / 연출:김병욱,김창동,김영기
이름: 예능지기 조회:
완전 소중한 '거침없이 하이킥'의 남자들

[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MBC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김병욱 김창동 김영기 연출)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방송 초반 한 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던 '거침없이 하이킥'은 15일 KBS 1TV '열아홉 순정'의 종영을 틈 타 17.9%(TNS 미디어코리아 집계)까지 시청률이 치솟았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매력은 무엇보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의 집합이다. 특히 부조리한 할아버지 이순재부터 귀여운 미소로 여성 시청자를 사로잡은 막내 손자 정일우(이윤호)까지 '완소남'들이 작품의 1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야동 순재'의 진면목

지난 1992년 장안을 뒤흔든 주말연속극 '사랑이 뭐길래'에서 탁한 발성과 서릿발같은 권위로 이 시대 아버지상을 그려냈던 이순재는 15년 후 업그레이드된 할아버지를 구현하고 있다. 집안 전체의 주도권을 장악하며 장성한 아들들에게 거리낌없이 발길질을 해 대는 이순재는 그 이면에 소심하고 유약한 면을 포함하고 있어 더 흥미로운 캐릭터다.

컴퓨터 등에 약해 '야동 순재'가 되는가하면 술취한 큰 아들 정준하(이준하)가 비행기를 태우면 '땅꼬마 순재'로 둔갑한다. 한방병원을 되살린 큰 며느리 박해미에 한없이 약하고 증시의 당락에 목숨을 건다. 대발이 아빠의 21세기형 진화 버전이다.

▲'괴물 준하'와 '브래드 피트 민용'

정준하는 MBC '무한도전'의 '식신' 이미지를 차용한다. 건강검진을 위한 12시간의 금식을 위해 사투를 벌이며 술만 취하면 '괴물'로 변해 온 집안의 먹을 것을 초토화시킨다. '괴물 준하'를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아내 박해미. 직업과 권위를 잃은 중년 남자의 자화상이 웃음 속에 짙은 페이소스를 남기는 에피소드도 잦다.

서민정으로부터 '브래드 피트와 똑같다'는 극찬을 듣는 최민용(이민용)은 전처인 신지와 서민정 사이에서 멜로 라인을 형성하며 극에 또다른 재미를 부여하고 있다. 신지에 대한 아쉬움과 서민정에 대한 호감이 공존하며 '이혼남과 왕자님' 이미지를 겸비한 최민용은 상반된 두 여성 캐릭터 덕에 더욱 빛을 발한다.

▲'완소남' 손자들

한 배에서 튀어나왔지만 형제라 믿기 힘든 정일우와 김혜성(이민호)는 성적부터 키까지 닮은 구석을 찾을 수 없다. 작은 키 때문에 여자친구에게 키높이 구두를 강요당해 '굴욕 민호'가 되고 1살 아래 동생으로부터 '형'이란 소리를 들어본 적 없는 김혜성은 귀여운 얼굴과 뚜렷한 이목구비로 '순진한 모범생'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반면 정일우는 여자들을 사로잡는 눈웃음과 우수에 찬 눈빛으로 "거짓말 대왕"같은 대사를 뱉는 불균형이 최대 매력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싸움을 일삼으며 이종격투기 선수를 꿈꾸는 반항아지만 텅 빈 머리 덕에 '귀여운'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담임교사인 서민정과 살짝살짝 내비치는 러브라인도 연하남을 꿈꾸는 '누나'들에게 대리만족의 기쁨을 안기고 있다.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정일우 이순재 정준하(왼쪽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 DB, MBC]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