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는 현재 해체되고 있는 한국가족을 반영하는 캐릭터다."

MBC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당찬 맏며느리 역을 맏고있는 박해미는 "과장돼있기는 하지만 '해미'는 IMF이후 많이 위축된 남자와 대조적으로 더욱 독립적이고,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상을 보여준다"면서 "해미 캐릭터에 대한 지지는 우리 사회가 여성의 주장과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해미는 "한국의 이혼률은 세 부부중 한쌍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지며 가족 해체가 가속화되면서 가부장적인 모습도 상당히 약화되고 있다. 해미는 그 과정에서 나온 하나의 과도기적 여성상이라고 본다"면서 "앞으로 해미 캐릭터를 어떻게 끌고가고, 그 모습에 시청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미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이 재미도 느끼면서 가족이 해체되고 있는 이 시대 사람들이 바람직한 가족의 모습, 엄마와 아빠의 역할 등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는 시간도 가졌으면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어 박해미는 "극중 자신은 이혼녀가 아니고 시동생이 이혼남으로 살지만 이런 대가족이 함께 모여 살면서 가족의 본질과 문제 등이 수시로 수면위로 올라온다"면서 "그 중심이나 곁가지에는 항상 해미가 있다. 따라서 해미는 해체기 가족의 성격을 크게 좌우할 수 있는 캐릭터다"고 강조했다.

극중 박해미는 야무지고 기가 무척 세다. 사육해미, 주몽해미, 장군해미, 오케이해미, 싹퉁해미, 재수해미, 포스해미, 독불장군해미, 위풍당당해미, 원더해미, 파워해미 등 시청자들이 박해미 캐릭터에 붙여준 닉네임만 봐도 얼마나 강한 여자인지 알 수 있다.

무당은 그녀에게 옛날같으면 나라를 건국할 상이라고 한다. 술취하면 아무도 못건드리는 남편 준하를 혼자만 제압할 수 있게 사육시킨 여자다. 모두가 무서워하는 시아버지 순재 앞에서 자기주장을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다. 하지만 박해미는 "시부모에게 함부로 하는 며느리는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해미는 직장(한의사) 일도 잘하고 집안 일도 한다. 시어머니에게 '밥 갖다 주세요' 하고 요구하는 며느리가 아니다. 시부모의 지시에도 결국 며느리가 오~케이 라고 최종결정해 받아들이게 한다. 그래서 특히 자신의 생각을 안에 담고 사는 며느리일수록 해미의 행동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시원하게 시청할 수 있는 것같다."

박해미가 시집 사람들을 쥐고 사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어떻게' 쥐고 사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다. 그녀의 집은 경제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고민이 적지않다.

40살이 되자 명예퇴직후 집에서 주식 투자로 돈을 야금야금 잃고있는 마마보이 남편, 결혼 2년만에 이혼하고 아기를 데리고 들어온 시동생, 아들과 한통속인 시어머니, 공부는 안하고 오토바이만 타는 고교생 아들. 하지만 그녀는 항상 신바람이 나있다. 모든 게 자기를 중심으로 굴러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모두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그녀(모든 현대인은 이런 속성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이 점에서 '환상의 커플'의 나상실과 박해미를 한번 붙여놓으면 꽤 흥미로울 것같다)는 나름대로는 상당히 논리적이며 합리적이다.

아들인 윤호가 다리를 다친 형 민호를 업고 가는데 10000원을 달라고 하자 1m에 얼마줄테니, 영수증을 끊어달라는 식이다. 그래서 결국 6000원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두 아들이 오디어 기능이 시원치않는 노트북을 교체해달라고 하자 "미디어 플레이어 버퍼를 늘려 봐. 네트워크 버퍼링을 10초 지정하고…"라고 말해 거짓말을 못하게 한다.

준하처럼 무능한 괴물 남편을 두고도 금슬이 좋은 해미의 테크닉은 보통을 넘어섰다. 물론 혼자 자기감정에 빠져 스스로에게 침을 놓으며 질질 짜기도 하지만 할말 다하는 , 그것도 팩트(fact) 위주의 대화로 가족과 시집식구들을 제어할 수 있는 그녀는 요즘 대중에게 어필할 요소를 충분히 지니고 있는 셈이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