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준하가 물이 오를대로 올랐다. MBC 오락프로그램 ‘무한도전’과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뮤지컬 ‘풀몬티’에서 거침없이 맹활약하고 있다.

정준하는 활동을 쉬고 있던 지난 3월 ‘무한도전’에 투입될 때만 해도 적응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박명수의 독주를 견제하는 임무를 부여받았지만 당시 대세인 박명수의 ‘호통개그’가 워낙 강해 상대적으로 초라해보였다.

그러나 갈수록 콩트와 애드립에 강한 그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돼 어느새 유재석, 박명수에 이어 확실한 3인자 자리에까지 올랐다. ‘노브레인서바이버’ 시절인 2003년만 해도 박명수보다 훨씬 우위에 있었던 정준하가 아니었던가. 박명수-정준하 라인이 팽팽해지면서 중간에 있는 유재석도 안정감이 생겼다.

정준하의 기존 이미지는 식신(食神)이다. 여기에 ‘헬멧준하’와 잘 삐치는 성격 등이 추가됐다. 제작진은 정준하에게서 ‘오즈의 마법사’의 겁장이 사자를 연상했다고 한다. 큰 덩치에 비해 겁많은 성격은 ‘무한도전’의 캐릭터와 잘 부합됐다. ‘무한도전’에서의 정준하는 언젠가 자기 속에 있는 용기를 찾아내 훌륭한 사자처럼 되는 로드무비를 지향한다. 그러나 그 시점은 언제가 될지 모른다. 그 날이 안올지도 모른다.

‘무한도전’은 무질서가 판을 치는 것 같지만 ‘동물의 왕국’처럼 철저히 서열화돼 있다. 유재석이 1인자, 박명수가 2인자... 정준하는 1, 2위의 권위를 인정하고 3인자에 만족해버린다. 이런 캐릭터 속성이 정준하에게는 오히려 매력이다. 정준하는 서열이 하위권인 노홍철과 하하도 자신에게 함부로 대하기 때문에 덩치에 비해 오히려 귀엽다는 이미지가 남는다.

뿐만 아니라 지난 추석 특집 ‘형돈아 놀자’때 먹을 것을 많이 싸가지고 형돈집에 가는 등 인간적으로 호감 요소도 충분히 있다.

정준하는 개그맨으로는 드물게 정극 연기가 가능하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정준하는 처음에는 개인기로 연기를 하는 등 과장된 연기가 조금씩 드러났다. 하지만 어느새 강박적인 웃음을 유도하지 않는 자연스런 연기를 해내 시청자들이 감정을 이입하기에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병욱 PD는 정준하의 뛰어난 센스와 NG가 거의 없는 대사전달력 때문에 가능한 점이라고 말한다. 극중 어머니와는 죽이 잘 맞는다고 하지만 아버지와 아내에게 기를 못피는 그의 40대 아버지 연기는 연민을 자아내기도 한다. 술먹은 괴물준하의 모습, 아버지와 우는 준하의 연기는 꽤나 잘 어울린다.

앞으로 준하는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가슴 찡한 모습들을 보여줄 것이라고 한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