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의
코드가 바뀌고 있다.
불치병,출생의 비밀,삼각관계 등 그동안 효과가 입증됐던 극적 장치들이 식상해지면서
코믹과 만화같음,가벼움 등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이는 불치병 등의 상투적
코드가 너무 칙칙해졌다는 지적들이 나온데다 새봄이라는 계절적 변수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최근 시작된 MBC ‘원더풀 라이프’와 KBS ‘열여덟 스물아홉’, 오는 21일과
23일 각각 첫 방송을 타는 SBS ‘불량주부’와 MBC ‘신입사원’은 모두 가벼운 웃음을
선사하기 위한 코믹물이다. ‘신입사원’에서 전산착오로 대기업에 수석으로 들어간
신입사원 에릭은 완전히 만화같은 캐릭터다.
이들 드라마의 특징은 만화나 인터넷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영화에서는
지난해 ‘늑대의 유혹’이나 ‘그놈은 멋있었다’ 처럼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10대용 작품들이 대거 선보였지만 평균적인 시청자를 상대해야 하는 TV 드라마는
이런 변화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MBC ‘옥탑방 고양이’와 KBS ‘쾌걸춘향’ 등 단순하면서도 코믹한 설정으로
시청률을 올린 드라마가 하나둘 성공하자 가벼운 코믹성 드라마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가벼운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장치로 이들 드라마는 개그맨이나 코미디언의 감초연기
비중을 높이고 있다.
‘원더풀 라이프’에서 유진의 언니로 나오는 코미디언 김효진은 조연임에도 출연
분량이 만만치 않고, ‘열여덟 스물아홉’에는 개그우먼 김다래가 극중 배우인 박은혜의
코디네이터로 등장한다. ‘불량주부’에도 코미디언 이경실이 억척스런 아파트 부녀회장
역으로 출연한다.
드라마 코드의 변화는 외피 못지않은 내면의 텍스트 변화도 수반한다.
과거 드라마 제작에 영향을 미친 건 시청률뿐이었다. 수용자는 드라마 작가와
PD의 절대적 권위 아래 만들어진 드라마를 보거나,안보거나 하는 양자택일의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터넷 문화는 드라마 수용과 제작방식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왔다.
드라마 홈페이지의 시청자게시판과 인터넷 싸이트에 올리는 글들은 바로 ‘언론권력’이
돼 드라마 줄거리까지 바꾼다.
시청자 게시판은 현실과 상상의 세계가 겹쳐진 배설의 공간이며 놀이터다. 귀여니와
지수현의 인터넷 소설은 사이버 공간의 이런 글들의 취향을 반영해 이야기체로 구성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 인터넷 소설들은 경험치의 병렬과 공간의 이동만 있는 ‘하이퍼 텍스트’에
기반한다. ‘사랑이 뭐길래’부터 ‘부모님전상서’까지 김수현 드라마처럼 직선적
연결성을 가진 일반텍스트(인쇄환경)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다.
가령 ‘혼전동거’ ‘전업주부 남편’ ‘동성애’를 그려도 철저한 인과성이 없다.
하이퍼텍스트 양식의 소설은 독자의 평가와 반응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준비가 돼
있다.
이미 사회시스템도 인터넷 공간처럼 하이퍼텍스트로 바뀌고 있다. 대중스타가
힘을 발휘하는 방식도 수직적 지배(슈퍼스타)가 아니라 수평적 침투와 연계력(하이퍼스타)으로
변했다. 슈퍼스타의 메카니즘은 격리와 추앙에 있지만 하이퍼스타의 그것은 침투와
동화에 있다.드라마도 이런 취향과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아직 많은 시청자들이 현실세계(오프라인)의 논리와 감각으로 인터넷 소설과
만화에 기반한 드라마를 소비하는 건 아닌지?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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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3.17 (목) 헤럴드 프리미엄 서병기
대중문화 전문기자]
2005-03-17(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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