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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를 사랑하는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의사들 사이에서도 단연 화제는 바로 MBC 주말 특별기획 드라마 ‘하얀거탑’이다.
13년 전 화제를 몰고 왔던 드라마 ‘종합병원’ 이후 선보인 ‘본격 메디컬드라마’라는 점에서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방영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표했고, 실제 대학병원 외과의들이 자문을 자청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하얀거탑’이 방영된 다음 날인 월요일에는 이 드라마와 관련된 기사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각종 포털사이트 드라마 검색어 순위에서도 ‘주몽’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주인공 장준혁(김명민 분)과 라이벌이 될 노민국(차인표 분)의 등장으로 극의 박진감을 더했던 4회 방영분은 ‘하얀거탑’ 방영 이후 자체 최고시청률 14.7%(TNS미디어코리아 집계결과)를 기록하며 드라마의 흥행몰이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들과 의사들은 메디컬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는 ‘하얀거탑’의 최근 방영 내용이 외과 과장을 놓고 대학병원 의료진뿐만 아니라 의사회장이 개입하는 등 의료계 권력 다툼으로 묘사되고 교수 부인회까지 등장하는 모습 등이 자칫 실제 의료현장에서 고생하는 의사들의 모습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큰 것이 사실.
이에 드라마 ‘하얀거탑’의 외과 분야 자문을 담당하는 한편 방영된 대본의 의학용어 설명까지 직접 하고 있는 순천향대학 부천병원 외과 주종우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의사들이 ‘하얀거탑’에 거는 기대와 실제 대학병원의 현실을 들어봤다.
먼저 주종우 교수 자신은 “이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일본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 간담췌 질환과 수술 및 치료에 대한 부분 외 드라마 내용 전개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전제하고 “의사 개인보다는 선진국에 비해 뒤지지 않을 정도로 높은 역량을 가진 우리나라 간담췌질환 치료 수준에 대해 시청자들이 올바른 이해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적극 참여하게 됐다”고 자문 배경을 밝혔다.
◇ 드라마 속 듀얼 생체 간이식 “실제로 성공했다”
주 교수는 또한 이런 바람 때문에 자신 외에도 같은 대학병원 김형철 외과 과장이 전체적인 자문을 맡았고, 내과 문정호 교수도 소화기내과 조교수로 등장하는 최도영(이선균 분)의 역할 등에 대해 자문을 맡았다고 전했다.
특히 4회 방영분에 나온 ‘듀얼 생체이식’은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하는 것이 아닌 살아있는 기증자로부터 장기를 이식하는 것으로, 서울 아산병원의 이승규 교수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시행한 바 있어 이 같은 수술 사례 등을 시청자에게 알리면서 우리의 우수한 의학수준을 전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고.
주종우 교수는 “듀얼 생체 간이식은 두 명의 기증자로부터 간의 일부분을 취해 한명의 수혜자에게 주는 것으로, 기증자의 안전과 수혜자의 안전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술로서 고난도의 수술”이라면서 “4회 방영분에서는 듀얼 생체 간이식 150례 달성 심포지엄 장면을 비롯해 간과 췌장과 신장, 3가지 장기를 세계 최초로 동시 이식하는 시도가 그려지면서 듀얼 생체 간이식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었다고 본다”고 전했다.
실제로 듀얼 생체 간이식에 대한 수술 장면이 그려진 이후, 드라마 홈페이지에는 실제 듀얼 생체 간이식 수술에 참여했던 기증자가 “자신의 수술 사례가 드라마에 그려져 굉장히 반가웠다”는 소감을 밝혔고, 이에 대해 네티즌들도 “이런 수술이 실제로 가능한지 몰랐다”며 호감을 표했다.
◇ 교수 부인회·의사회장 이권 개입 등 “실제론 없어”
그러나 이처럼 우수한 치료법에 대한 이해를 구할 수 있다는 순기능적인 측면 외에 의료계에서는 ‘하얀거탑’의 스토리상 여러 요소로 인해 의사들의 실상이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아지면서, 주종우 교수 역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일본 원작에서도 주요하게 대학병원의 권력 다툼을 묘사하고 있고, 제작사 입장에서는 극의 흥미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외과 과장 자리를 둘러싼 암투에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나라 의료 환경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주 교수에 따르면 실제 우리나라 대학병원에서는 과장 자리를 놓고 후임자에 대해 교수들이 투표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이상 해당 과장이 후임자를 선정해 자연스럽게 이임하는 방식을 취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학연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특성상, 자신의 대학출신을 끌어오려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드라마 상에서 장준혁 대신 노민국이라는 자신의 대학 출신 후배를 데려오려는 과장도 있고, 병원재단 차원에서 현직 과장의 의견을 무시하고 타 대학에서 후임자를 영입해 갈등을 빚는 경우도 아주 드물게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 드라마에서 특히 흥미를 일으켰던 ‘교수 부인회’ 의 경우, 실제 우리나라 대학병원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주 교수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 대학병원에서는 교수 부인들이 자체적으로 부인회 등의 친목모임을 꾸리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연말 송년회에서나 부부 동반으로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부인들이 개인적으로 친하지 않는 이상 굳이 모임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의사회장이 과장 선출을 하는 모습에 대해서도 “개원의들의 목소리를 주로 담아내는 의사회에서 실질적으로 대학병원에 관여할 필요가 없다”며 “이 역시 원작에서 그려진 의사회장 캐릭터를 드라마에 양념처럼 반영하면서 생겨난 실제와는 매우 다른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사회 경만호 회장 역시 “아직 드라마를 보지 못해서 어떤 모습으로 그렸는지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의사회장이 대학병원 과장 선출에 관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드라마에서 앞으로도 계속 의사회장의 모습을 왜곡시키고 품위를 손상시킬 경우 강력 대응 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외화 시리즈 ‘그레이 아나토미’의 수술실과 흡사한 ‘하얀거탑’의 수술실 장면도 실제와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이에 대해 주종우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드라마에서처럼 의료진이 바로 위에서 참관할 수 수술실을 갖춘 대학병원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 교수는 “대신 수술을 담당하는 수술방과 강당을 연결, 강당에 의료진이 모여 수술생중계(Live Surgery)를 보면서 학회를 진행하는 경우는 많다”며 “굳이 참관실을 갖춘 수술실을 만들지 않아도 이미 우리나라 대학병원에서는 수술을 실시간으로 참관할 수 있는 장비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 대학병원 외과의 “노력하는 의사들, 애정으로 대해주길”
이처럼 닮은 점도 다른 점도 많은 드라마 ‘하얀거탑’에 대해 주종우 교수를 비롯한 의사들이 시청자들에게 거는 바람은 “장준혁이라는 의사 개인이 추구하는 야망과 이를 둘러싼 권력 다툼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일선 의료현장에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의사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아 달라”는 것.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 레지던트라는 김모 씨는 “수술 와중에 배가 고파 불어터진 자장면을 한입에 우겨넣는 모습 등은 전공의가 봐도 실제 대학병원 의료진의 고단한 삶이 잘 묘사돼 있다”고 공감을 표했다.
그러나 김 씨는 “의사들이 자칫 권력을 추구하는 데만 미쳐 환자들은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줄까봐 두렵다”며 “돈을 많이 버는 성형외과, 피부과 대신 굳이 외과를 선택한 많은 의사들은 명예와 소신 하나만을 위해 오늘도 밤을 꼬박 새우며 메스를 잡는다”며 부디 하얀거탑이 드라마적 재미를 위해 현실을 왜곡하지 말기를 당부했다.
주종우 교수 역시 “많은 의사들이 이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자문을 한 내게까지 기대 반, 우려 반을 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의료 현장과 드라마 내용이 실제와는 많이 다르지만, 수술이 힘든 간·담·췌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만이라도 치료를 포기할 지 말고 우리나라 의료수준에 대한 믿음과 애정으로 외과의들을 대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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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