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회는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을 공양하는 법회인데, 신돈 집권기에 문수회가 자주
개최된 까닭은 후사가 없음을 근심한 공민왕에게 문수회를 열면 원자가 탄생할 것이라고
신돈이 건의하였기 때문이다.

신돈이 수많은 불교행사 중에서 문수회를 선택한 까닭은 우선 대몽항쟁기와 원 간섭기를
거치면서 문수신앙이 대중화되었기 때문이었고, 지혜의 상징인 문수는 사자를 타고
칼을 들고 있는모습으로 표현되는, 남성적이고 용맹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문수의 남성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졌는데, 하나는 신돈 집권기를 전후한 때에도 크고 작은 전란이 계속되었기에 전란을 물리치기 위해 문수의 힘을 필요로 하였던 점을 들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공민왕이 여성적이고 성적으로 불능에 가까워서 원자를 낳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보통 자식을 얻기 위해서는 여성적인 관음보살에게 비는 것이 보통인데,
왕의 배우자가 아니라 왕의 남성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남성적인 문수에게 빌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