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   커

상처 입은 불꽃의 나비가
쉴 새 없이 파닥거린다.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함 인가.
애달픈 날개 짓은 쉼이 없다.

뜨거운 진리에 욕심을 태워
다시 태어나는 불사조
이승의 미련은 육신을 벗어나고
법당 곳곳에 묻은 번뇌의 흔적은
해탈로 타 오른다.
공(空)을 찾아 평생 걸어 가더니,
독경소리 벗하고/불꽃을 날개삼아
한순간에 스르르,

바람으로,
땅으로,
물로,
불로,
자연과 동화되어
둥근 구슬 여럿 구른다.

주대생님이 '다비식'이라는 시(詩)입니다. 마지막까지 신돈의 앞날을 걱정하며
육신의 옷을 벗고 영겁속으로 월선스님이 떠나셨는데요. 신돈, 덕운스님, 곰순네,
반야 뿐만 아니라 [신도니안] 여러분들도 많이 슬프실거라 생각됩니다.
지금 큰스님의 다비식 현장에 나가있는 문지기특파원을 불러 큰스님 가시는 마지막 길을 함께하겠습니다. 문지기 특파원!

문지기

네, 문지깁니다. 신돈에게 있어 아버지였고, 스승이었고, 조력자였고 고려 불교계의 거성(巨星)이셨던 큰스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나와있습니다.

앵   커

문지기 특파원, 불교의 장례의식은 화장의식으로 치뤄지지 않습니까?
불교의 장례식을 통칭하는 다비식에 대해 전해주시겠습니까?

문지기

다비라는 용어는 산스크리트어 '사비(jhapita)'를 음역한 것입니다. 다비장 조성에서 쇄골과정에 이르기까지 매우 복잡한데요, 다비의식을 상세히 기록한 문헌은 없으며, 전래되는 관습에 따라 합니다. 다비식의 진행과정은 먼저 나무와 숯, 가마니 등으로 화장장을 만들고 거기에 관을 올려놓은 후 '이 불은 삼독의 불이 아니라 여래일등삼매(如來一燈三昧)의 불이니, 이 빛을 보고 자성의 광명을 돌이켜 무생을 깨달으라'는 거화편(炬火篇)을 외웁니다. 불은 5월과 9월에는 서쪽부터 거화하고, 2월과 6월과
10월에는 북쪽부터 놓으며, 3월과 7월과 11월에는 동쪽에서, 그리고 4월과 8월과
12월에는 남쪽에서부터 놓는다. 불이 타면 아미타불을 모신 미타단에서 불공을
드리고 영가를 일단 봉송한 뒤에 위패를 만들어 창의(唱衣)합니다. 시신이 어느 정도 타면 뼈를 뒤집으며 기골편(起骨篇)을 하고 완전히 다 타서 불이 꺼지면 재 속에서 뼈를 수습하며 습골편(拾骨篇)을 하고, 뼈를 부수면서 쇄골편 (碎骨篇)을 하고,
마지막 재를 날리면서 산골편(散骨篇)을 합니다. '한번 뒤집으니 허망한 몸뚱이가
마음대로 구르며 찬바람을 일으킨다. 취해도 얻지 못하고 버려도 얻지 못하니
이것이 무엇인가. 뜨거운 불 속에 한줌의 황금뼈를 이제 쇠소리가 쩡그렁하며
뼈들을 부수어 청산 녹수에 뿌리노니 불생불멸의 심성만이 천지를 덮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이렇게 법문을 외우면서 환귀본토진언(還歸本土眞言)인
'옴 바자나 사다모'를 외며 마지막으로 연꽃 모양의 보련대(寶蓮臺)에 오르도록
권합니다.
법신은 온 세계에 가득 차서(法身遍滿百億界)
인간과 천상을 비추고 있습니다(普放金色照人天)
물 따라 달 그림자 못 속에 나타나듯(應物現形潭底月)
바른 몸을 연대에 앉히소서(體圓正坐寶蓮臺)

앵   커

문지기 특파원, 신돈이 불을 놓으며 '큰스님. 불 들어갑니다. 어서나오세요. 불 들어갑니다 큰스님'이라고 말하던데요. 큰스님이 살아 돌아오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건가요? 아니면 화장할 때 돌아가신분이 갑자기 불이 들어가면 뜨거울까봐 하는 말인가요?

문지기

그런게 아닙니다. 우리나라 불가에 내려오는 전통인데요, 덕을 많이 쌓으신 스님들은 마지막까지도 자신의 정신을 놓치지 않으신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제 이승에서 인연이 다 되었는데도 제자나 주위사람들은 그 인연을 끊기가 힘들지요. 그래서
아직 스승님이 살아계신듯하다는 생각에 그리고 마지막가시는 길 열반하셨나
확인할 겸, 그리고 스승님에 대한 마지막 인삿말 삼아 관행상 하는 말로
'스님! 집에 불 들어 갑니다. 어서 나오십시오.'라고 외칩니다.

앵   커

문지기 특파원 개태사 다비식 현장에서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