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   커

문지기 특파원, 만리장성 앞에 나가있는 걸 보니 만리장성에 대해 전해주시려는
것 같은데 오늘은 어떤 내용입니까? '달에서도 보이는 건축물'이다 '총연장은 2,700km'다 이런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문지기

혹시 '하룻밤만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라는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

앵   커

흔히 남녀간의 애정행각이나 결혼하는 친구들 놀릴때 써먹는 말 아닙니까?
'짧은 동안의 사귐일지라도 그 인연이 매우 소중함을 이르는 말'이라는 속뜻이 있는걸로 아는데 갑자기 물으시니 당황스럽군요.

문지기

오늘은 '하룻밤만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라는 말에 대한 일화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돌을 쌓다 깔려 죽은 사람들도 많아 중국인들은 만리장성을 무덤이라고 부르던 그 무렵 남편이 만리장성을 쌓는 부역장에 징용을 당합니다. 안부 정도는 인편을
통해서 알 수 있었지만 부역장에 한 번 들어가면 공사가 끝나기 전에는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생이별하게 되었으며 아름다운 부인은 아이도 없는 터라 혼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부인 홀로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외딴집에 나그네가 찾아 들었습니다. 남편의 나이쯤 되는 사내 한 사람이 '헛간이라도 좋으니 하룻밤만 묵어가게 해 주십시오'하고 정중하게 부탁을 하는지라 여인은 혼자 살기 때문에 과객을 받을 수 없다고 거절하였지만 사정하는 나그네의 말에 어쩔수 없이 방을 내주게 되었습니다.

앵   커

여기까지는 마치 '전설의 고향'을 보는 듯한 정직한 이야기네요.

문지기

나그네는 혼자사는 여인의 사정을 물었고 부인은 그간의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나그네는 노골적인 수작을 걸었고,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 부인과 실랑이가 거듭되었습니다. 나그네의 저돌적인 행동에 여인은 저항해도 소용없는 일이라 생각하여 한가지 제한을 하게됩니다.

앵   커

잠시만요! 문지기특파원 '신돈'은 15세 이상 관람가 입니다. 수위조절을 해주세요!

문지기

어차피 살아서 만나기 힘든 남편이니 수의(壽衣)를 마련해 주는 기분으로 옷을 주고 나그네를 따라 나선다면 마음이 홀가분해질 것 같다며 몸을 허락할테니 새로 지은 옷을 전해주고 그 증거로 남편의 편지를 받아다 달라는 거였습니다. 나그네는 그리 어려운일도 아니다 생각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하며 부인과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게 됩니다. 아침이 되자 나그네는 양귀비 같은 부인과의 지난밤을 생각하며 부인의 부탁을 들어주고 빨리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한걸음에 부역장까지 갔습니다.
감독하는 관리에게 면회를 신청하고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옷을 갈아 입히려면 공사장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한 사람이 작업장을 나오면 그를 대신해서 다른 사람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옷을 갈아입을 동안 나그네보고 대신 일을 하라고 했습니다. 나그네는 대신 일을 하겠다하며 여인의 남편을 만나 옷 보따리를 건네줍니다. 그 보따리 속에는 옷과 함께 한장의 편지가 있었습니다.
'당신을 공사장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이 옷을 전한 남자와 하룻밤을 지냈습니다. 이런 연유로 외간 남자와 하룻밤 같이 자게 된 것을 두고 평생 허물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서시면 이 옷을 갈아 입는 즉시 집으로 돌아오시고 혹시라도 그럴 마음이 없거나 허물을 탓하려거든 그 남자와 다시 교대해서 공사장 안으로 도로 들어가십시오'
평생 못나올지도 모르는 부역장에서 빠져나와 부인을 용서하고 알콩달콩 사는게 낫지 다시 부역장에 들어갈 바보가 세상에 어디있겠습니까? 남편은 옷을 갈아입고 그 길로 집으로 돌아와 부인과 행복하게 살았는 이야기입니다.

앵   커

나그네처럼 욕정에 눈이 어두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의 만리장성을 영원히 쌓아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주위를 살펴볼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문지기 특파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