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비를 타고','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사운드 오브 뮤직' 등 화려한 뮤지컬의 전통을 가진 미국에서는 춤이나 노래를 소재로 한 영화나 TV드라마가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드라마 배경음악을 제외하고는 본격적인 소재로서 춤이나 노래는 주목받지 못했다.  

특히 TV드라마의 경우 결혼이나 세대간 갈등,불륜 등 진부한 소재를 반복해 온 것이 사실. 때문에 지난 26일 첫 방송을 내보낸 MBC 수목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주인공을 맡아 연기 데뷔한 가수 환희의 선택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윤은혜,비,성유리 등 많은 가수들이 연기에 도전했지만 이들은 드라마 속에서 정작 자신들의 '본업'인 가수 역할을 맡지 않았다. 

그러나 환희는 이번 작품에서 가수 캐릭터를 선택한 데다 장르 역시 음악드라마여서 더 주목받고 있다. 흥행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은 장르를 굳이 선택했다는 사실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가수로 7~8년 활동하면서 뮤직비디오 출연은 많았지만 정통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부담이 크다"는 그는 "하지만 늘 하던 것이기에 그나마 연기하기가 편하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연기수업을 따로 받은 게 아니라 현장에서 틈나는대로 배우고 있다"는 고백도 뮤직드라마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해 줬다.  

연출을 맡은 한희 PD도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촬영이 진행되면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초반부 연기력 문제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환희는 그가 맡은 렉스라는 인물이 "몇만명의 팬클럽을 가진 댄스가수로 한번 보면 어떤 춤이든 어떤 노래든 모두 완벽하게 따라 할 수 있는 천재"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한마디로 싸가지가 없어요. 제 평소모습이라고 생각하실까봐 걱정돼요. 저는 정말 그렇게 재수없는 사람이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가수 활동도 계속해야 하는 그는 연기력 만큼이나 가수로서의 이미지 관리에도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가수와 탤런트는 카메라 앞에 선다는 공통점도 있지만 다른 점이 더 많다"는 게 그의 설명. "가수는 3~4분만 노래를 하면 되지만 연기자는 긴 호흡이 필요하고 특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도 카메라 앞에서의 움직임은 신인 탤런트들에 비해 나은 느낌. 김옥빈과의 키스신 촬영 당시 "상대역이 리드를 잘 해줘서 촬영을 편하게 할 수 있었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지현우,서지혜 등 청춘스타들이 총동원된 이번 작품은 첫방송에서 8.4%의 실망스런 출발을 보였다. 독특한 소재 때문에 드라마 시청률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30대 팬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 환희가 비(정지훈)처럼 성공을 거둘 지 이효리처럼 상처를 얻을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종우기자(kjongwoo@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