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21일 (월) / 제 20 화 

<꽃 피우는 아이> 
제 1 편 : 기차역에는 아이
출 연 : 이정우, 김석, 이옥정

열두 살짜리 아이가 역 대합실에서 혼자 다리를 흔들며 놀고 있
다. 제복을 입은 창구 안 쪽의 남자는 웃으며 아이를 쳐다보지만 
아이는 고개를 확 돌리며 무시한다. 이십대 중반의 나이에 꾸벅꾸
벅 졸며 간이역에서 표나 팔고 있는 삼촌을 한심하게 생각하는 아
이는 삼촌에게 다가가 다리를 툭 치고 기찻길로 나가버린다. '삼촌
은 그래도 쓸만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제 2 편 : 마음속에는 소년

기차가 지나가자 아이는 침을 꼴딱 삼키고 기찻길로 뛰어 간다. 선
로 위에 올려놓은 십 원짜리가 납작해졌다. 만족하면서 동전을 쳐
다보는데 삼촌이 다가 온다. 요새 눈독들이고 있는 여자와 잘 좀 
해보라고 나무라는 아이에게 삼촌은 웃으며 말한다. 사랑의 시작
은 잠자고 있는 소년에게 소녀가 다가와 똑똑 문을 두드리는 거라
고. 약간 어리둥절한 소년은 삼촌과 함께 아득한 기찻길을 바라본
다.

제 3 편 : 추억 속에는 비밀

기찻길이 보이는 곳에 삼촌과 아이가 앉아 있다. 삼촌은 아이에게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어린 시절 달리기도 잘하고 담 넘기
도 잘했던 아빠는 딱 한가지 못하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꽃밭을 가
꾸는 일이었단다. 그리고 삼촌은 아이에게 비밀을 한가지 알려준
다. 아빠는 꽃밭을 가꾸는 일은 실패했지만 결국 꽃은 피웠다고.

제 4 편 : 땅 속에는 꽃씨

다음날 아이는 대합실에 앉아 있다가 창구 안의 사무실을 들여다
본다. 삼촌과 여자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이
는 여자가 좀 촌스럽긴 하지만 삼촌의 인생에 봄날이 온다면 별 상
관없다고 생각한다. 기찻길을 건너 야트막한 언덕으로 간 아이는 
자신이 세상에서 그렇게 불행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흙 속에서 자그마한 꽃씨 하나를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