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7일 (월) / 제 18 화
<노래하는 남자와 시를 쓰는 여자>
제 1 편 : 운명적으로 그들은 만난다
출 연 : 우희진, 서우영
식물원에 두 개의 벤치가 놓여 있다. 왼쪽 벤치에는 남자(서우영)
가 앉아 있고 오른쪽 벤치에는 여자(우희진)가 앉아 있다. 남자는
기타를 치고 있고 여자는 타자를 치고 있다. 경쟁을 하듯 소리가
높아지다가 어느 순간, 뚝, 하고 동시에 끊어진다. 두 사람, 서로
를 본다.
여자, 일어나서 남자 쪽으로 걸어와 남자에게 말을 건넨다. 여자
는 요즘도 이런 기타가 있냐며 얼마나 된 거냐고 묻고, 남자는 요
즘 타자기 쓰는 사람도 있냐고 반문한다. 15년 전쯤 옛 애인이 타
자기를 사주고 떠났다는 여자의 말에 남자는 오른쪽 벤치에 놓인
낡은 타자기를 바라본다.
제 2 편 : 운명적으로 그들은 쓸쓸하다
남자는 왜 하필 타자기였냐고 묻고 여자는 그 때 시를 썼다고 대답
한다. 남자도 기타를 선물 받은 거라고 하고, 여자는 남자에게 노
래했냐고 묻는다. 남자는 지금은 못한다고 말한다. 갑자기 며칠 전
에 생각이 나서 기타를 다시 끄집어냈다는 남자. 여자는 자기도 그
랬다고 한다. 두 사람은 벤치 위에 기타와 타자기를 놓고 함께 걷
기 시작한다.
제 3 편 : 운명적으로 그들은 사랑한다
남자와 여자, 약간 떨어져서 걷고 있다. 걷다가 여자는 걸음을 멈
추고 아무 것도 없는 땅에 꽂혀 있는 팻말을 유심히 본다. 여자는
사랑에도 팻말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남자는 그 사
람이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아직도 기대하고 있냐고 묻고 여자는
오래 전에 포기했지만 가끔 그런 생각한다고 말한다.
여자는 남자에게 만들었던 곡들을 들려주면 자기가 시로 쓰겠다
고 하며 쓴 시들을 노래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여자는 남자
의 가슴에 가만히 기대고, 남자는 여자의 어깨를 가만히 안는다.
제 4 편 : 운명적으로 그들은 헤어진다
왼쪽 벤치에 여자가 앉아 있고 옆에는 기타가 놓여 있다. 오른쪽
벤치에 남자가 앉아 있고 옆에는 타자기가 놓여 있다. 여자는 기타
의 줄을 건드려 보고 남자도 타자기의 자판을 건드려 본다.
여자는 언젠가 이 기타가 싫어질지도 모른다고 하고, 남자도 언젠
가 이 타자기가 보기 싫어질 거라는 말을 한다. 여자는 남자에게
하지만 타자기를 버릴 순 없다고 하고, 남자는 자기도 그렇다고 한
다. 일어선 여자는 오른쪽 벤치로 가서 타자기를 들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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