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2일 (수) / 제 17 화 

<꿈을 꾼 후에> 
제 1 편 : 텅 빈 마을에서 
출 연 : 정하나, 변재원

사람이 살지 않는 듯한 텅 빈 시골의 거리. 30대 초반의 남자(변재
원)가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다. 어디선가 낮은 음악소리가 
흘러나오고, 남자는 그 곳으로 향한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는 곳
은 시골의 주막. 한쪽에 놓인 술독들, 막걸리가 들어 있는 장독대, 
술 빚는 데 쓰이는 도구들 등이 보인다. 남자는 한잔 할 수도 있겠
다 싶어서 기쁜 표정이다. 부엌 쪽에서 한복 차림의 여자(정하나)
가 걸어 나오며 남자를 반긴다. 여러 종류의 술이 담긴 그릇들을 
소반에 담아 내어오는 여자. 남자는 술의 종류가 많은 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제 2 편 : 기다리는 주막에서 

남자는 여러 종류의 술 중에 몇 잔을 비우고 기분이 좋아서 한숨 
돌리고 있다. 무슨 술이냐고 묻는 남자에게 여자는 술의 종류를 설
명하고, 남자는 이걸 전부 직접 만드냐며 놀란다. 남자는 여기까
지 오면서 한 사람도 못 만났다며 이 마을에 사람이 살긴 사느냐
고 묻는다. 여자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글쎄요 라고 대답한다. 

여자는 다시 오겠다고 약속한 사람을 기다리며 술을 담갔다고 한
다. 그러면서 남자를 가만히 보더니 그 사람과 닮았다는 말을 남긴
다.

제 3 편 : 멈춰진 시간 속에서 

아직도 해가 떨어지지 않은 낮 또는 저물 무렵. 남자와 여자 모두 
취기가 오른 듯하다. 그 사람이 떠난 게 삼십 년 전이라는 여자의 
말에 남자는 놀라고, 여자는 그 사람이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 기다
려야 하기 때문에 나이를 먹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 사람이 와서 
술 한 병을 비우고 나면 보내드려야 한다는 여자의 말에 남자는 지
금까지 장난처럼 놀리듯이 굴다가 갑자기 마음이 찡해진다. 자리
에서 일어선 남자는 망설이다 그 사람 죽었다고 말한다. 여자는 그
럴 리가 없다며 남자에게 나가는 길을 알려준다.

제 4 편 : 언젠가 꿈속에서 

남자는 무서운 표정으로 여자를 보며 더 이상 기다리지 말라며 자
기가 그 사람 아들이라고 한다. 여자는 놀란 표정이 됐다가 이내 
차분하게 알았으니까 이제 가라고 한다. 여자는 부엌으로 들어갔
다가 얌전히 싼 떡과 술 한 병을 들고 나와 남자에게 내민다. 그것
만 전해달라는 여자에게 남자는 죽은 사람에게 어떻게 술을 주냐
고 한다. 여자는 이제 안 기다릴 테니 받아 달라고 하고, 남자는 무
거운 표정으로 술과 떡을 받아들고 터덜터덜 걸어간다. 

걸어가다가 돌아보면 주막에 여자가 앉아 있는 뒷모습이 흐릿하
게 보인다. 머리가 하얗게 세어 있는 여자의 뒷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