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드라마」시즌2  제 1 화 <교토에서 사라지다> 
2004년 11월 1일 (월)~11월 4일 (목)  

▶ 제 1 편 : 내 것이 아닌 기억
출 연 : 유민, 박현준

교토역의 실외 에스컬레이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사
람들 사이에 여행객 차림의 30대 중반에 평범한 샐러리맨 스타일
의 남자가 복잡한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에 타고 있다.

고개를 숙인 채로 내려가다가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든 듯 흠칫, 하
고 시선을 들어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보면 한 여자가 남자의 
옆을 바로 스쳐지나 올라가고 있다. 어딘가 비현실적인 분위기의 
여자.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 등이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십 년 전쯤의 그림에서 빠져나온 듯하다. 여자의 뒷모습을 물끄러
미 바라보는 남자.

▶ 제 2 편 : 내 것일지도 모르는 기억

오래된 일본 가옥들이 늘어서 있는 한적한 길, 남자가 천천히 걸어
가고 있다. 길거리의 작은 신당(또는 다른 구조물) 앞에 움직임 없
이 서 있는 여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남자는 걸음을 멈추고,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돌아본다.

자신을 아느냐고 묻는 남자의 말에 여자는 슬픈 듯 미소를 짓고 몸
을 돌려 내려간다. 남자는 주머니에서 여자가 떨어뜨렸던 목걸이
를 꺼낸다.

▶ 제 3 편 : 내 것이었던 기억

약간의 거리를 두고 남자와 여자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혼잣말처
럼 대화가 이어진다. 남자는 한국어로, 여자는 일본어로. 어떻게 
하면 자기를 기억해 줄거냐며 우는 여자를 보며 남자는 당황해서 
자기가 뭘 잘못했냐고 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목걸이를 건네고 여자는 그것을 받지 않고 가만
히 보다가 손을 내밀어 남자의 손을 잡는다. 여자는 남자의 새끼손
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빼고 목걸이에 걸린 반지를 뺀다. 두 반지
가 똑같은 디자인에 똑같은 이니셜이 새겨져 있음에 놀란 남자. 여
자는 남자의 반지를 목걸이에 끼워 자신의 목에 걸고 목걸이에 있
던 반지를 남자의 약지에 끼워준다.

▶ 제 4 편 : 사라진 기억

교토역 앞 호텔 라운지, 로비에 있는 간단한 아침식사를 할 수 있
는 카페에 남자가 앉아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가끔 눈을 들어 입
구 쪽을 바라보는 남자. 열두시가 지나고, 방으로 온 남자는 거울 
앞에 서서 옷을 입고 천천히 짐을 싼다.

TV에서는 한 여자가 교토역 전망대에서 뛰어내렸다는 뉴스가 나
오고 있다. 남자는 TV를 보지 않은 채 교토역으로 간다. 역으로 들
어가려다가 문득 뒤를 돌아 전망대 꼭대기를 올려다보는 남자. 주
머니에서 반지를 꺼내어 툭, 하고 떨어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