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작진이 뽑은 올해의 명 장면

    올 한 해도 수많은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일상의 화두가 됐다. 그 중 몇몇 장면은 많은 사람의 인생 속 한 페이지가 돼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추억으로 남게 된다.

     

    그렇다면 제작진이 뽑은 2006년 드라마 최고 명장면은 무엇일까? AGB 닐슨 미디어 리서치가 1월 1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집계한 시청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기순위 1~6위에 들어간 드라마(일일드라마 제외) 중, 제작진이 선택한 명장면 이야기를 들어봤다.

     

     

     

    ◆주몽―정운현 CP(평균 시청률 38.44%, 최고 시청률 47.13%)

 
  •  

    주몽(송일국)과 해모수(허준호)가 동굴에서 상봉하는 장면(9회). 부자지간인 줄 모르면서 나누는 대화가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만들었고 드라마적 요소를 강하게 불어넣었다. 동굴 속은 산소가 부족한 데다 석회 가루가 많아 배우나 스태프 모두에게 힘든 촬영장소다. ‘주몽’의 성공요인은 우선 영웅이 갖고 있는 소재의 흡인력이다.

     

    게다가 주몽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드라마적 요소가 탄탄하게 갖춰져 있다. 멜로적 측면도 많이 가미돼 퓨전 사극이라 할 수 있다. 초기의 판타지를 연상시키는 무협이 젊은 시청자를 움직였다는 점도 지나칠 수 없다.

     

     

     

    ◆소문난 칠공주―배경수 PD(평균 시청률 29.95%, 최고 시청률 44.44%)

 
  •  

    설칠이(이태란)와 연하남(박해진)의 결혼식 장면.(74회) 일반 사람들이 보기 어려운 풍광이었다. 감동적 측면보다는 시각적 요소가 좋았다. 이 드라마는 이혼, 불륜, 과외 선생과의 사랑 등을 다루면서 ‘통속적이고 불건전한 드라마’라는 평가도 받았지만 우리가 추구한 건 그와 상반된 이미지였다.

     

    각 인물들이 갖고 있는 비극성을 코믹한 요소로 포장해 감정을 극대화 시켰다. 미칠이(최정원)나 반찬순(윤미라)처럼 극단적일지 모르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캐릭터를 잘 살린 것이다.

     

     

     

    ◆하늘이시여―이영희PD(평균 시청률 28.1%, 최고 시청률 44.85%)

 
  •  

    자신의 생모가 시어머니(한혜숙)라는 사실을 알고 실어증에 걸린 자경(윤정희) 앞에서 왕모(이태곤)가 입술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님은 먼 곳에’를 불러주는 장면(84회). 이 노래는 원래 왕모가 자경이한테 프러포즈할 때 불러줬던 곡. 기억을 되살리려고 이런 행동을 한 것인데 모든 스태프가 이 장면을 찍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엽기 드라마’로도 불렸지만 ‘시어머니가 친정 어머니처럼 편했으면 좋겠다’는 많은 주부들의 환상을 충족시켜줬기 때문에 인기를 끈 것 같다. 운명의 질곡 속에 꽃피는 애틋한 모정도 아름답게 그려지지 않았나?

     

     

     

    ◆궁―김미나 제작담당PD(평균 시청률 21.7%, 최고 시청률 26.59%)

 
  •  

    율(김정훈)이 채경(윤은혜)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한 장면(21회)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뤄질 수 있는 사랑도 아니고 긍정적인 사랑도 아니지만 그런 감정들이 거부감 들지 않게, 세련되게 표현된 것 같다. 그 또래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복잡한 사랑의 감정이 매끄럽게 나왔다. 눈물이 났다. ‘궁’은 황실이라는, 우리나라에 없는 소재 자체가 호기심을 많이 끌었다. 감정의 디테일을 잘 잡은 것도 유효했다. 만화의 강점, 발랄한 10대가 좋아할 만한 소재가 황인뢰 감독의 유려한 영상과 하모니를 잘 이뤘다.

     

    ◆돌아와요 순애씨―최순식 작가(평균 시청률 21.33%, 최고 시청률 25.84%)

 
  •  

    허순애(심혜진)와 한초은(박진희)의 영혼이 뒤바뀐 뒤, 바닷가에서 서로를 쳐다보며 “네 안에 나 있나, 내 안에 너 있다”라고 말하는 장면(2회). ‘파리의 연인’ 대사를 패러디 했는데, 바뀐 영혼으로 서로 다른 입장에 서게 되는 두 사람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우스운 대사를 진지한 자세로 촬영하다 보니 NG가 많이 났다. 이 드라마의 첫 번째 인기 요인은 아줌마들의 환상을 잘 공략했다는 점. 허순애가 젊고 예쁜 스튜어디스가 돼 남편에게 복수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주부 시청자가 많았을 것이다. 누구나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은가?

     

     

     

    ◆서동요―김영현 작가(평균 시청률 21.20%, 최고 시청률 22.49%)

 
  •  

    선화공주(이보영)가 호위무사한테 죽음을 당할 뻔한 장이(조현재)를 살려주면서 “내가 너를 필요로 하는 한 나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 네 운명”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장이가 무왕이 되는 과정에서 선화공주와의 사랑도 놓지 못한 채 어려운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보여준다. 전작(前作)인 ‘대장금’처럼 폭발적인 시청률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우리에게 문화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 백제를 최초로 다룬 드라마를 썼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 [조선일보]





2006-12-22 (0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