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으시오 대사 없애도 8초 절약”
“스토리 전개 속도 올려라” 주문도
45%대 시청률을 자랑하는 MBC 드라마 ‘주몽’. MBC는 당초 60부였던 기획을 25회 더 연장키로 결정했다. 최완규 작가는 연장방송
불참을 선언했고, 대본을 공동집필해온 정형수 작가 중심으로 대본 작업을 완성키로 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진작부터 알아봤다”는 것.
40회분이 넘어서야 겨우 ‘부여’를 탈출하는 주몽을 보며 ‘저러다 고구려는 언제 세우나’, ‘결국 고구려 건국은 자막처리로 끝내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던 터이기 때문이다.
MBC는 결국 ‘연장방송’을 선택했지만, 주몽의 더딘 스토리 전개에 짜증을 내면서도 이미 중독돼 주몽을 안볼 수는 없었던 시청자들은
일찌감치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드라마와는 별개로 오락을 ‘창출’해왔다.
우선 스토리 전개 속도를 올리기 위한 아이디어.
한 시청자는 “주몽을 시청할 때 가장 짜증나는 한마디가 ‘앉으시오’”라며 “제발 알아서 그냥 앉아주면 안되겠니?”라며 제작진을 다그쳤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만날 때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2초), 다시 고개를 들고 상대방을 쳐다본 뒤(2초), 의자에 앉는 데(3초)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니 그거라도 생략해서 스토리 전개 속도를 올려달라는 주문이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9월에 방송된 주몽에서 ‘주몽 총관님이
실종되셨습니다’는 말이 8번이나 나왔다는 ‘고발’이 올라왔다.
또 다른 아이디어는 MBC의 주몽 게시판에서 ‘노는’ 것이다.
한 시청자는 아예 “게시판을 좀더 재밌게 보기 위해 주몽을 본다”고 털어놓는다. 본 방송은 부수적인 ‘텍스트’일 뿐이고 이를 바탕으로 한
시청자들의 다양한 주장과 해석, 반응을 더 즐긴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몽은 코믹물로 변신한다.
이런 식이다. 지난 17일 방영분에서 드디어 주몽이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기 위해 부여를 떠나기로 돼 있었다. 도대체 주몽이 언제 부여를
떠나 고구려를 세우냐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던 와중이었다. 이날 게시판에 한 네티즌이 실시간으로 “한 시간 다돼 가는데 어찌
돌아가죠(주몽의 방영시간은 70분이다). 아직도 부여에 있어요?”라며 주몽의 근황을 묻고, TV를 보고 있던 한 시청자가 “곧 떠난다네요”라며
친절하게 답변 주는 식의 대화가 이뤄진다.
주몽 게시판에는 15만5000여건의 글이 올라와 있다. 역사적인 고찰을 담은 글도 있지만 ‘전원일기보다 출연자가 더 적은 사극은 처음
본다’는 등 주몽 시청자라면 뒤집어질 만한 우스개도 넘쳐난다. ‘역사시트콤’이란 불명예를 안게된 ‘주몽’이 만든 새로운 드라마 시청법이다.
[조선일보 염강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