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 마리 협보, 지금 그들의 협(俠)이 그립다
 
'주몽'에서의 오이(오른쪽. 여호민)와 마리(안정훈).
대소(김승수)와 주몽(송일국)이 활약하는 MBC 사극 '주몽'에서 지금 오이(여호민) 마리(안정훈) 협보(임대호) 이야기를 하는 건 좀 생뚱맞다. 더욱이 이들 삼총사를 중국 삼국시대의 장비 관우 조자룡에 비유한다면 역시 지나친 비약이리라.

하지만 이제 막 주몽이 유민 500여명을 이끌고 고구려 건국을 상징하는 '삼족오' 깃발을 꽂은 지금, 이들의 존재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저잣거리에서 주몽을 만난 그 옛 시절부터, 앞으로 펼쳐질 험난한 고구려 건국과정과 정복전쟁 때까지. 그리고 이런 그들을 돋보이게 하는 건 다름아닌 협(俠)이다.

최근 방송분에서 주몽이 진번 임둔의 옛 부여 유민들을 한나라에 보낼 노예 자격으로 솔선수범(?)해 색출했을 때, 오이 마리 협보는 울분을 토했다. 어쩌면 다른 사람도 아닌 해모수의 아들 주몽이 그런 짓을 할 수 있느냐는 것. 해서 이들은 술집에서 술을 퍼마셨고, 협보는 이들을 떠나 계루국에 머무르려 했다. 불의를 저지르면, 비록 그가 자신이 모신 주군이라 할지라도 가차없이 버릴 수 있는 이들의 판단, 이것이 바로 충(忠)과는 다른 강호의 협인 것이다.

이들의 이런 협이기에 나중에 주몽의 진심을 알았을 때, 그리고 넓은 들판에 삼족오 깃발이 휘날렸을 때, 그 누구보다도 이들은 기뻐할 수 있었다. '삼국지연의'에서 유비의 우유부단함과 촌부같은 근성에 실망을 했다가 다시 정신차린 유비의 모습에 환호한 장비의 마음도 충보다는 협에 가까웠다. 또한 영화 '영웅'에서 그토록 처단하려 했던 영정(훗날 진시황. 진도명)을 결국 이해하고마는 주인공 무명(이연걸)의 복잡한 마음도 그러했으리라.

주몽 입장에서도 오이 마리 협보는 없어서는 안될 참모 중의 참모였다. 한나라 장안으로 가던 행보를 전격적으로 변경, 깜짝 놀란 호위 군사들을 제압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 듬직한 오이 마리 협보가 든든히 지켜주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듬직하기로는 대소의 측근인 나로(박남현)를 빼놓을 순 없지만, 그의 듬직함은 대의명분의 협보다는 일편단심형의 충에 가깝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도 이들의 활약상은 놀랍다. 주몽이 부여를 떠난 직후에 동행한 것으로 기록된 이들 오이 마리 협보는 오히려 고구려 건국후 맹활약을 펼친다. 동명성왕(주몽) 6년, 인근 행인국을 친 것도 오이였고, 동명성왕 33년, 인근 양맥국을 쳐서 그 나라를 멸망시킨 것도 오이와 마리였다. 주몽과 예소야의 아들인 유리명왕 때, 왕이 사냥에 열중하고 민생에 소홀함을 지적하다 관직을 박탈당한 이도 또한 그 협으로 똘똘 뭉친 협보였다.

둘 다 영웅으로 칭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대소와 주몽의 운명이 갈렸던 것은, 어쩌면 이같은 협객이 그 주위에 있었느냐 여부일지도 모를 일이다(운명은 결국 주몽 편이었기에 이같은 협객이 붙어있었을지도). 더욱이 지난 24일 '주몽' 예고편에서는 주몽 곁으로 찾아온 신녀 여미을(진희경)이 주몽에게 인재를 추천하는 대목이 나오니, 그는 분명 오이 마리 협보와는 다른 제갈량 류의 걸출한 브레인임이 틀림없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관명 기자]





2006-10-27 (0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