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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 나주에 위치한 <주몽>세트장. 저 파란색 옷을 단정히 차려입은 귀부인은 누구인가? 바로 소서노다. | |
| ⓒ2006 오마이뉴스 조은미 |
군장인 소서노가 말했다. 전남 나주였다. 거대한 <주몽> 세트장 한켠에선 한창 소서노가 촬영중이었다. 19일 촬영한 이 장면은 23일(월) 방송됐다. 촬영장에 기자들이 들어서서 두리번거리자 행수님이 싱글거리며 한 마디 했다.
"사용과 협보의 러브신은 없습니다."
웃음소리에 돌아보니 뒤쪽에 사용(배수빈)이 서있다. 사용더러 현장에선 '용언니'라고 부른다고 했다. 촬영하는 동안 소리도 내지 말고, 움직이지도 말란 주문이 떨어졌다. 다시 똑같은 장면이 반복됐다.
"컷!"
감독의 컷 소리가 떨어지자마자, 누군가 소서노에게 얼른 다가가 부채질을 해줬다. 새파란색 비단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고 머리를 올린 소서노는 더운 듯했다. 햇빛이 소서노 얼굴에 내리쬐자, 다른 누군가 소서노한테 쏟아지는 햇빛을 가렸다.
촬영이 끝나자 감독이 소서노(한혜진)를 불렀다.
"올라가서 서노하고…. 서노야?"
촬영장에선 한혜진을 아예 '서노'라고 불렀다.
드라마 <주몽>을 찍기 위해 특별히 만든 세트장이 전남 나주에 들어선 건 지난해 10월이다. 이때부터 준공해 올 2월에 완성했다. 다섯 달 공사가 말해주듯 현장은 웅장했다. 곳곳에 많이 보던 부여궁이 보였다.
이 세트장 현장 운영관리를 맡은 '올리브나인' 신현준 이사가 말했다.
"<주몽>이 밤신이 많은 건, 일부러 밤에 찍어서 그래요. 낮에 찍으면 저 멀리 비닐하우스도 보이고 그러니까요. 밤에 찍으면 조명 비추는데만 보이니까, 엉뚱한 게 보일까 걱정할 건 없죠."
"11월 중순부터는 여기서 <태왕사신기>를 촬영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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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웅장하기 이를 데 없는 부여성 전경. |
| ⓒ2006 오마이뉴스 조은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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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여성 입구에 위치한 이것은? 촬영장이 아니라 배우들을 위한 휴게소다. 안에서 마침 대소 왕자가 쉬고 있었다. 그 앞엔 빈 그릇이 놓여있다. 시내에서 외진 여기까지 음식이 배달 된다고. 배달의 힘은 놀랍다. |
| ⓒ2006 오마이뉴스 조은미 |
"올 11월 중순부터는 <태왕사신기>가 여기 와서 촬영할 거예요."
배용준이 출연해 화제인 <태왕사신기>는 현재 제주도에서 한창 촬영중이다. 그런데 <주몽> 세트장에서? 그럼 그림이 똑같지 않나? 설마. 성벽에 페인트로 화강암 무늬를 칠하고, 창문을 화려하게 바꾸면 조선시대로 바뀔 거라고 했다. <주몽>때와 전혀 다른 성곽이 만들어진다는 거였다.
나주 <주몽> 세트장은 현재 관광객에게 오픈 중이다. 입장료는 3000원. 다만 <주몽> 촬영 때는 오픈하지 않고, 촬영이 없는 주말에만 오픈 한다고 했다. 촬영이 되지 않아서였다.
다른 관계자가 귀띔했다.
"일본 관광객은요, '촬영중이니까 조용히 하세요' 그러면 정말 조용해요. 그런데 우리나라 관광객은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어요. '저기, 주몽이다' 그러고 소리 지르고, 그럼 NG 나고 그래서 촬영이 안 돼요."
<주몽> 세트장이 들어선 이곳은 원래 축산물 폐기장 자리였다고 했다. 그걸 문화산업시설로 돌린 거였다. 이곳을 내년 3월까지 위탁관리한다는 올리브나인 신현준 이사는 단지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만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 문화체험 공간도 만들고, 9만평 되는 공간에 청소년들이 역사 문화체험을 하며 호연지기를 키우는 공간도 만들 계획이에요"
널찍한 빈 공간을 가리키며 그가 말했다. 한쪽엔 '주몽 의상실'이 있었다. 많이 본 듯한 가건물 모습이었다. 그 앞에 쓰여 있는 현판 글자가 특이했다.
부여궁을 나서서 언덕을 한참 내려오자 저 너른 평원에 천막 몇 채가 보였다. 그 앞에서 새까맣고 듬직하니 잘 생긴 말들 몇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었다. 현재 그곳에선 주몽(송일국)이 한창 촬영 중이었다. 촬영 장면은 주몽이 유민들을 빼돌려 부여를 탈출하는 신이었다. 하지만 부여 군사의 추격이 급박했다. 주몽이 유민들 가운데 노인과 아이들을 따로 빼돌리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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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날은 주몽이 무사들을 데리고 고조선 유민들을 빼돌려 달아나는 장면 촬영이 한창이다. 나무를 때워 피어올린 연기가 촬영장에 그득하다. |
| ⓒ2006 오마이뉴스 조은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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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몽이 고조선 유민들을 빼돌리는 장면을 찍던 촬영장. 유민들로 분한 엑스트라들이 쉬는 틈을 타 물을 마시고 있다. 식수통이라고 쓰여있는 물통이 꼭 약수통 같다. |
| ⓒ2006 오마이뉴스 조은미 |
촬영장엔 매캐한 연기가 가득 했다. 주몽이 군사들과 서 있는 쪽 뒤편에 나무를 모아 불을 피웠다. 거기에서 시뿌연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나무에 석유를 부어서 연기가 저렇게 많이 나오는 거라고 했다. 하늘은 맑은데, 촬영장은 뿌옇다. 알 수 없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아슬아슬한 상황을 표현하려고 그런 건지, 그리 많지 않은 엑스트라 숫자를 가리기 위한 건지.
다시 촬영에 들어가려는 찰나, 카메라에 유민도 병사도 아닌 인물이 잡혔다. 주몽 뒤쪽을 보고 스태프 중 한 명이 외쳤다.
"어. 거기 나오세요. 현대물."
화들짝 놀란 현대물 인간이 카메라가 잡히지 않는 곳으로 대피했다.
촬영장을 뒤덮은 알 수 없는 매캐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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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촬영이 쉬는 틈을 타, 병사로 분한 엑스트라(오른쪽)는 거추장스러운 투구도 벗었다. | |
| ⓒ2006 오마이뉴스 조은미 |
이날 주몽이 처한 상황은 급박했다. 까만 독수리처럼 새까만 옷에 갈색 갑옷을 걸친 주몽의 카리스마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등엔 활을 메고, 한손에 장검을 그러쥔 채, 폭풍우라도 한 손에 막아낼 듯한 기세로 두 다리를 쩍 벌리고 선 주몽이 한껏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한나라 장안으로 출발한다. 예전보다 행군 속도를 높일 것이다. 만에 하나, 행군을 방해하거나 도주하는 자들은 엄벌에 처할 것이다. 거동이 불편한 아이들과 노인은 따로 분리하라."
그 말에 주몽 앞쪽에 오글오글 모여 있던 유민들이 웅성거렸다. 엑스트라였다. 그들은 얼굴에 숯검정을 묻히고 꾀죄죄한 모습이었다. 아이들도 있었다. 역시 엑스트라였다.
주몽 뒤쪽엔 파란색 옷을 입은 협보, 오이, 마리가 보였다. 주몽인 송일국은 키가 컸다. 덩치도 컸다. 딱 버티고 서서 무게 잡고 말하자, 근사했다. 고대 장군이 출연한 듯 카리스마가 철철철 넘쳤다.
"컷!"
감독의 컷 소리가 떨어지고 흩어지려는 찰나, 송일국이 다시 하겠다고 했다.
"다시 할게요. '만에 하나' 붙이면 안 되는데 붙였거든요."
송일국은 꼼짝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웅얼웅얼 입으로 대사를 읊조렸다. 다시 촬영 신호가 떨어지자 송일국이 카메라를 노려보며 말했다.
"만에 하.나. 행군을 방해하거나, 도주하는 자들은…."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또박또박 힘주어서 말했다.
한 장면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엑스트라들이 우르르 물통 옆으로 몰려들었다. '식수통'이라고 쓰인 물통 위엔 달랑 컵 두개가 올려져있었다. 유민으로 분해 엑스트라 체험을 한 기자 한 명이 말했다.
"웃겨서 혼났어. 주몽이 다른 길로 가라고 하자 말야. 엑스트라 경력이 많은 듯한 아저씨가 대사를 치는 흉내를 내면서 말로는 그러는 거야. 어디로 갈까? 청량리로 갈까? 을지로로 갈까? 웃겨 죽겠는데, 웃으면 안 되고. 얼굴 가리고 우는 것처럼 했잖아."
촬영이 끝나자 촬영장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던 아줌마들이 하나둘 애들 팔을 잡았다. 엑스트라로 나온 아이들 엄마들이었다. 엄마들은 아침 일찍 아이를 데리고 왔다고 했다. 집은 서울이나 경기도로, 나주까지 먼 길을 차로 달려 온 거였다. 연기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었다.
유민을 통솔하는 장면이 끝나자, 송일국은 옆에 서있던 새까만 말에 훌쩍 올라탔다. 다음 촬영지는 영산강 강가라고 했다. 주몽과 마리 등은 다음 촬영장으로 이동했다. 따그닥따그닥 말을 타고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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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촬영 쉬는 틈에도 쉬지 않고 틈틈이 대본을 보느라 열심인 송일국. |
| ⓒ2006 im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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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몽이 무사들에게 호령하고 있다. 새까맣게 입은 주몽 뒤에 오이, 협보, 마리가 서있다. 다른 배우들보다 머리 하나는 큰 송일국의 카리스마가 빛났다. |
[오마이뉴스 조은미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