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와왕, 왜 급속히 무너졌을까?
 

MBC 사극 ‘주몽’(극본 최완규 정형수 연출 이주환)에서 금와왕(전광렬 분)은 해모수(허준호)와 함께 드라마 초반을 끌고가는 강력한 캐릭터였다. 원래 얼뜨고 유약한 주몽(송일국)이 완전히 성장할 때까지는 두 사람이 극의 상당부분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런데 해모수가 너무 일찍 죽는 바람에 그 소임은 금와에게 떨어졌다.

해모수와 함께 다물군을 이끌고 고조선의 재건을 꿈꾸었던 금와는 초반에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합리적인 판정관으로서의 면모는 그에게 강한 카리스마를 부여했고, 전광렬의 호연으로 금와 캐릭터는 더욱 매력을 발산했다. 대소와 영포, 주몽 등 세 아들에게 태자 자리도 경합을 시켜 애초에 권력 집중을 막는 등 효율적인 통치술을 보여줬다.

이 시기 금와의 권력은 강해졌고 통치 범위는 넓어져갔다. 한나라와 강경외교를 펼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기반에 힘입었기 때문이다.

한없이 부드럽고 온화한 해모수의 리더십이 이상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면, 강온 양면을 적절히 구사할 줄 아는 금와는 현실적인 지도자상으로 보였다.

그러나 금와의 권력은 급속도로 쇠퇴했다. 전쟁에서 큰 부상을 당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태자인 대소가 왕권 권한 대행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금와가 엄연히 왕이다. 그런데도 금와는 아무런 힘을 행세하지 못한다.

금와가 무력해진 결정적인 이유는 대소와 주몽 사이에서 자신의 중립적 위치를 버리고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쉽게 주몽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고, 자신의 카드를 너무 일찍 보여준 탓이다.

그럼으로써 금와는 해모수의 아들인 주몽과 후궁인 유화(오연수)를 얻었지만 친아들 대소와 첫째부인 원후(견미리), 원후쪽 신료들을 모두 잃어버렸다.

물론 자신의 혁명동지인 해모수를 죽게 한 ‘미필적 고의’라는 죄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일지는 모르지만, 친자식보다 해모수의 아들을 더 좋아하는 금와왕의 캐릭터에 더 이상 변화를 주는 건 어려웠다. 금와를 선과 악의 경계에서 고뇌하는 인간상으로 그려낼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자신보다 남의 자식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낀 대소는 금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사출도의 군사들을 총동원해 궁궐을 장악했고 흑치대장군 등 금와의 측근들을 모두 제압했다. 그러니까 지금 금와는 대소에게 대리청정을 맡긴 상태지만, 실제로는 왕권이 이양된 것이나 다름없다.

금와의 파워가 약화됐을 때는 여성들의 궁중암투라는 대리전을 통해 힘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 그러나 독자적인 세력이 전무한 유화는 애시 당초 원후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또 하나, 금와가 해모수를 동굴감옥에 가둔 여미을(진희경)과 결별한 것도 금와의 리더십과 카리스마에 힘이 빠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시는 완전한 제정분리사회가 아니어서 천지신명을 관장하는 여미을의 예지력은 여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여미을이 금와를 사모하는 듯한 설정과 여미을이 주몽을 주인으로 모시게 됨으로써 여미을과 금와가 완전한 적대적 관계가 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이 역시 금와 주위에서 사람들이 떨어져 나간 요인이 된 셈이다.

금와 주위에는 사람이 너무 적다. 주몽과 유화, 호위무사인 송주 정도다. 주몽의 곁에도 ‘오마협’과 모팔모, 무송밖에 없다.(물론 유민의 지지가 있겠지만). 따라서 말년의 금와에게 권력무상을 달래주려면 주몽 혼자의 초인적인 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






2006-10-25 (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