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 왕자에게선 태종 이방원의 체취가..
 
'주몽'의 대소. 작은 사진은 '용의 눈물'에서의 태종 이방원.

요즘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중인 MBC 월화사극 '주몽'. 한동안 속좁되 인간적인 영포(원기준) 왕자나 주몽(송일국) 왕자의 활약상 및 복수에 시선이 쏠린 것도 사실이지만, 역시 '주몽'을 이끌어가는 건 배우 김승수가 맡은 대소 왕자다. 따지고 보면 주몽과 영포는 물론, 소서노(한혜진)와 금와(전광렬)와 갈등을 일으키고 사사건건 부딪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 대소 왕자인 것이다.

최근에는 영포의 난이 볼 만했다. 형의 홀대에 앙심을 품은 영포가 주몽과 손잡으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결국 계루국을 방문한 형을 계루국 군사의 복장을 한 채 기습했다. 그러나 이러한 계략은 오히려 화를 불렀다. 계루국 군장인 소서노의 안위를 염려한 주몽이 영포의 기습을 막아 대소를 구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한나라 볼모는 결국 주몽에서 영포로 바뀌게 됐다.

여기까지. 이러한 최근의 '주몽' 극흐름 중심에 있는 대소 왕자는 조선의 3대 임금 태종 이방원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특히 중견연기자 유동근이 연기한 KBS 사극 '용의 눈물'에서의 그 태종 말이다. 아버지인 태조(고 김무생)를 밀어내고 결국 두 차례 왕자의 난을 통해 조선통치 서막을 본격적으로 알린 인물. 그 태종 이방원의 분노와 갈등, 야심과 좌절이 대소 왕자에게서 엿보이는 것이다.

이방원이 누구인가. 태조 이성계의 아들이자 2대 임금 정종의 동복 동생 아닌가. 그러면서 두 차례 왕자의 난을 통해 왕권을 잡고 이어 자신의 아들 충녕대군(세종)에게 왕위를 넘겨준 주인공이다. 계비를 총애하는 아버지를 그토록 미워했고, 이런 아들이 싫어 아비 이성계는 함흥에서 돌아올 줄 몰랐다는 그 유명한 일화. 죽어서도 아버지의 묘(건원릉)가 있는 선산격인 지금의 동구릉을 버리고 강남의 대모산에 묻힌 독한 임금이 아닌가.

대소도 엇비슷하다. 다른 예 들 것 없이 지난 16일 방송분에서 금와가 아주 잘 요약했다. 물론 동생 영포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에 대소가 분노한 직후다. "권력으로 인해 내 자식이 골육상쟁까지 하다니..대소가 나를 내친 것도, 그 아이들이 그토록 권력에 집착토록 한 것도 모두 내탓이오." 이는 바로 '용의 눈물'에서 고 김무생이 피눈물로 토로했던 바로 그 기분, 그 좌절감 아닌가.

하지만 대소에게서 이방원의 체취가 나는 건 비단 아비를 밀어내고 형제의 난을 겪었다는 외양 때문만은 아니다. 이방원은 그러한 피비린내 나는 패륜의 한가운데서 오로지 '왕권'을 내세우며 합리화에 성공했다. 왕권 강화를 위해 자신의 인간적 고민과 갈등, 살육은 참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서슬퍼런 각오는 정도전을 위시한 신하들은 물론 시청자들을 '굴복'시켰다.

대소 역시 말버릇처럼 내세우는 건 "이 모든 것이 부여를 위해서입니다"이다. 이런 대소에게 주몽은 그저 부여와 자신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방원 입장에서라면 언제나 기회만 있으면 치고나오려는 개국공신 세력)일 뿐이다.

물론 이방원과 대소는 좁혀질 수 없는 간극 또한 있다. 유동근의 톤 굵은 목소리가 상징하듯, 이방원은 한치의 물러섬도, 조금의 빈틈도 없었다. 그의 말은 이미 머리속에서 철저하게 계산돼 압축됐다. 하지만 대소는 실수도, 허점도, 번복도 많은 인물이다. 질투도 많고 성정도 급하고 후회도 많다. 해서, 어머니가 "동생을 살려달라"고 무릎을 꿇을 때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은 역시 이방원보다는 대소에 어울린다. 이처럼 독해보이되 물러서고, 못됐으되 어눌한 대소는 '주몽'이 시청자에 선사하는 흥미로운 사극 캐릭터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그 공의 8할은 작가와 배우 김승수의 몫이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관명 기자]






2006-10-17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