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정, "악역 연기 욕심나요"
저녁잠 많아 밤샘 촬영땐 기진맥진하죠

학창시절 숫기없어 발표 기억 가물가물

드라마 끝나면 친구들과 유럽 배낭여행


MBC 일일드라마 '얼마나 좋길래'는 시청률이 별로다. 잘해야 두 자릿수를 채울 정도다. 한데 한 번 보면 눈을 못 떼게 하는 별난 마력을 지니고 있다. 인터넷 시청자 게시판에도 시청률이 갑절이나 높은 프로보다 유독 이 프로에 대한 평들이 많다.

시청률은 낮지만 '폐인'이 많은 드라마, 시청률은 낮지만 반향이 뜨거운 드라마. 출연진이나 제작진이 희망을 갖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 배경에 동수(김지훈 분)와 애틋한 사랑을 키워가는 선주, 조여정이 있다. 그녀를 가을빛이 번지기 시작한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만났다.


-시청률이 신경쓰일 것 같은데.

▶참 신기해요. 이번 드라마는 넓이보다는 깊이인 것 같아요. 시청률이 썩 높지는 않지만 이례적으로 광적인 팬들이 많아요. 인터넷에서도 난리고, 주위에서도 좋은 말씀들을 너무 많이 해주세요. 그래서 큰 힘을 얻고 있어요.


-드라마를 끌고 가는 주인공이라 책임감도 클 텐데.

▶처음엔 걱정 많이 했어요. 과연 6개월 동안이나 잘 이끌어 갈 수 있을까 하고 말이에요. 하지만, 아예 신경을 안 쓰기로 했어요. 그냥 드라마에 푹 빠져서 편하게 해보자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부담없이 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과의 호흡은 어떤가요.

▶대선배님들이 잘 받쳐 주고 바로잡아 주셔서 잘 되고 있어요.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예뻐서 그런지 많이들 가르쳐 주시죠.
 
-극 중 동수와의 사랑이 큰 화제인데요.

▶다들 너무 잘 어울린다고 난리에요. 주변의 선배님들도 둘이 닮았다는 얘기 많이 하시고요. 시청자 게시판에도 '잘 어울린다', '드라마 끝나고 아예 사귀는 건 어떠냐' 등등의 글들이 많이 올라와요. 심지어 주위에서도 둘이 잘 좀 사귀어 보라고 권할 정도라니까요.

-김지훈과는 두 번째 호흡이죠.

▶네. 2년 전 '흥부네 박 터졌네'에서 함께 연기했었어요. 하지만, 연기 분량이 적어 제대로 된 호흡을 보여주지 못했어요. 대신 드라마 후에도 친하게 지내며 아쉬움을 달랬죠. 그때도 잘 어울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제대로 만나 너무 좋아요.

-실제로 김지훈 같은 남자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너무 좋아요. 귀엽고, 성실하고, 따뜻하고, 수수하고, 다른 사람 배려할 줄 알고…. 여하튼 정말 좋은 친구예요. 김지훈씨는 잘 생겨서 여성 팬들이 많은 편이거든요. 보통 그런 경우 드라마 속의 연인인 제가 욕을 먹게 돼 있죠. 그런데 지금 각종 게시판에는 저를 질투하거나 욕하는 분이 안 계세요. 안티가 없다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에요. 그게 이 드라마의 특징인 것 같아요.

-극 중 이선주와 인간 조여정은 많이 다른가요.

▶엉뚱하고, 밝고, 잘 웃는 점은 같아요. 하지만, 사랑법은 달라요. 선주는 부모님의 반대에 강력하게 맞서지만 조여정은 절대 그렇게 못 해요. 아직 선주 같은 사랑을 해 본 적은 없지만요.

-촬영 때 어떤 게 가장 힘든가요.

▶잠 못 자는 거요. 전 아침잠은 없어도 저녁잠이 너무 많거든요. 밤샘 촬영 때면 거의 죽음이에요. 특히 야외촬영 때면 다른 사람들 촬영하고 있을 때 전 자고 있어요. 선배님들한테 너무 죄송하지만 제가 잠을 견뎌내질 못하는 걸 아시고는 다들 그러려니 생각하세요.

-가장 해 보고 싶은 역할이 뭔가요.

▶다음 작품 때는 일단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악역이면 더 좋고요. 악역은 정말 자신 있어요. 말 안 하고 있으면 다들 저보고 못됐게 생겼다고 그러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장희빈 같은 역할을 해 보고 싶네요.

-원래 성격은 어떤가요.

▶새침해 보인다고들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무척 밝아요. 말을 나누기 전에는 차갑게 보이지만 누구와도 금세 친해져요. 학창시절엔 숫기가 없었어요. 그래서 수업시간에 일어나 발표한 기억이 없어요. 친구들도 저를 그렇게 기억해요. 사람들은 두렵지만 카메라는 안 두려워요. 신기하죠. 어쩔 수 없는 연기자인가 봐요.

-이번 드라마가 끝나면 뭐부터 하고 싶은가요.

▶친구들과 한 달 정도 유럽으로 여행을 갈 거예요. 배낭여행요. 전 고생스런 여행을 좋아하거든요. 프랑스와 스위스, 독일은 가 봤지만 촬영 때문에 들른 곳이라 제대로 유럽을 한번 보고 싶어요.

 

스포츠조선 최재성 기자






2006.09.25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