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ㆍ웃음 … 4人4色의 발칙한 복수극
MBC드라마`발칙한 여자들`인기 해부

결혼ㆍ이혼 새 시각 접근…다양한 커플 캐릭터 재미

`발칙하다`는 표현은 지체 높으신 분들이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아랫것들을 향해서나 뱉는 말이다. 그래서 그 단어 속에는 신분 혹은 성차별적 요소가 다분히 내포돼 있다.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는 MBC 드라마 `발칙한 여자들`의 묘미는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드라마는 등장 여성들을 `발칙하다`면서 그녀들을 더없이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결혼과 연애라는 틀 안에서 약자로 남아 있는 여성들이 벌이는 `발칙한` 행위들. 시청자들은 우스꽝스런 에피소드에 웃음을 터뜨리며 자신 안에 내재돼 있는 도발성에 불을 붙인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이런 발칙한 것들` 가운데 단연 중심은 `복수의 화신`(화신이라기엔 지나치게 귀엽지만)이 돼 돌아온 미주(유호정 분)다. 고된 생활고를 견디며 의대생 남편을 뒷바라지했지만 결국 어린 아들과 함께 버림받았던 과거가 있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의 미주는 자신에게 어울릴 법하게(?) 나이 많고 애 딸린 홀아비에게 재가한 처지도, 가난에 쩔어 구차한 입장도 아니다. 오히려 사회의 동정적인 시선이나 관습적인 편견에 `왜?`라는 물음표를 멋지게 날린다.

"당신 뽀사(부숴)버릴거야"라고 말하지만 `청춘의 덫` 춘희(심은하 분)처럼 처절하지도, 또 다른 남자가 그 발판이 되지도 않는다. 미주에게 이제 남자는 짜릿한 로맨스의 대상(루키 역 이기우 분)일 뿐이다.

돈과 사랑 사이에서 저울질이 한창인 다림(오주은 분), 잘나가는 남편에게 무시당하고 시어머니에게 구박받는 상미(사강 분)는 결혼과 가정이 삶의 질을 좌우하는 현실 안에서 나름대로 나은 삶을 모색하는 영악스러움이 돋보이는 캐릭터다. 경제력을 무기로 남편을 휘어잡는 은영(임지은 분)은 실질적인 가장에다 외간 남성과 불륜도 불사하니 남자들 입장에선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처지와 성격의 네 여성이지만 이들이 긋는 사선은 결국 하나의 접점을 이룬다. `행복 추구`라는 욕망이다. 네 명 모두 남성으로 인해 인생의 변화를 겪고 이에 다르게 대처하지만, 능동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해결하려 한다. 이를 위해 `그들`은 간담을 서늘케 할 만큼 용감하고 이기적이다. 하지만 또한 욕망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복수에 실패했다거나 남편에게 결국 배신당했다 해도, 소맷자락으로 눈물을 쓱 닦고 다시 툭툭 털고 일어설 이들이다.

버림받은 여자의 복수극이라는 무거운 상황 설정에도 시종일관 위트와 웃음이 넘친다는 것은 이 드라마의 최대 강점이다. 눈물 대신 킥킥 웃음을 터뜨리게 하면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새로운 정화극(淨化劇)이다. 제작진 역시 발칙하다.

정은정 기자(koal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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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0 (1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