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가 만들어지는 곳 <오버 더 레인보우> 촬영현장을 가다

<오버 더 레인보우> 촬영현장을 가다

<홍릉 수목원>에서 촬영 중인 <오버 더 레인보우> 제작진과 지현우, 서지혜

“곧 해 떨어집니다! 시간이 없으면 당황해서 말을 막 하게 됩니다~ 서둘러주세요!” 

청량리에 위치한 홍릉 수목원에 이은호 FD의 목소리가 울리자 스탭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잠시 후, 음향 감독의 “조용!” 이라고 기합과 함께 사위는 조용해진다. “들어왔습니다!” “큐!” 여기는 MBC 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의 촬영현장이다.

하루에 1시간 잡니다

보통 40여명이 한꺼번에 움직인다

혁주 역을 맡은 지현우

오늘 촬영하는 신은 갑자기 쓰러져 세상을 떠난 아버지(임하룡)의 묘를 찾아간 혁주(지현우)와 그를 쫓아온 상미(서지혜)가 만나는 장면이다. 분량으로 보면 1신밖에 안 되는 장면이지만, 이야기의 흐름상 무척 중요한 장면이다. 오늘 동원된 차량은 모두 4대. 방송 장비를 실은 2대의 차량과 연출부가 타고 온 승합차. 그리고 스탭들이 타고 온 대형 버스다. 보통 30명에서 40명 정도가 한꺼번에 움직인다. “갱스터가 나오는 날은 죽음이에요.” 현장과 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케이블을 정리하던 스탭이 말했다. “그런 날에는 70명도 넘죠, 사람들이… 배우들 각각에 붙는 인원들이 다르니까.” 

"꽃이 있으면 좋지 않겠어?" "가져올게요!"
상미역을 맡은 서지혜
오후 4시부터 준비한 촬영은 어느새 5시를 넘기고 있었다. 9월은 해가 빨리 진다. NG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촬영 감독은 같은 장면을 벌써 4번이나 찍고 있었다. 연출부 스탭 중 하나가 어딘가에서 들꽃을 꺾어왔다. 나무 아래에 흙을 파고 꽃을 심고 다시 촬영을 한 후에야 오케이 사인이 났다. 다음 장면에는 서지혜가 등장한다. 촬영 장소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한 스탭이 카메라 옆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전날 밤을 새고 아침 스튜디오 촬영을 마친 후 점심을 먹고 바로 이곳으로 이동했다고 말하며 카메라 옆에 주저앉아 촬영장을 보고 있었다. 다른 스탭은 하루에 1시간 정도 잔다고 말했다. “주로 이동할 때 차에서 자요. 몸이 적응하죠, 이게 신기하다니까.” 케이블을 걷으며 말하던 그는 그나마 2주 전부터는 매주 목요일마다 쉬고 있다고 했다.

아으, 이 풋풋하고 아름다운 청춘의 감정들!

<오버 더 레인보우>의 촬영은 매주 금요일에 시작해서 수요일까지 2회 분량을 찍는 식으로 진행된다. 목요일에는 촬영이 없는 날이다. 그 일주일 동안 평균 수면 시간은 5, 6 시간. 하루에 1시간 정도이다. 엄청난 강행군인 셈이다. 그래서 PD와 AD, FD가 번갈아가면서 현장을 지휘한다. “감독님은 지금 사무실에서 편집하고 계세요. 우리가 여기서 다음 장소로 이동을 하면 그때 나오실 겁니다.” 이은호 FD는 말한다. “너무 힘들어서 혼자서 다 못해요.” 

혁주와 상미의 미묘한 감정들

김경철 촬영감독

보통 하루 촬영에 도합 10신 정도를 찍게 된다고 한다. 나무 앞에 앉아 있는 지현우와 서지혜의 짧은 대화를 찍는 컷이 의외로 길어져서 물어보니 감정신이라 유난히 오래 가는 거라고 한다. 맨살에 산 모기가 달려들었다. 어딘가에서 물파스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누군가는 다리에 한 가득 모기에 물어 뜯겼다고 수군거리기도 했다. “컷!” 하는 촬영 감독의 기합과 함께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상미에 대한 감정에 변화가 생긴 혁주와 그를 여전히 좋아하지만 마음을 정리하기로 다짐한 상미는 아버지가 묻힌 나무에 기대어 앉아 대화를 나누다가 우연히 손이 맞닿는다. 순간적으로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이 장면을 서지혜와 지현우는 무난하게 정리했고 감독은 마음에 드는 장면을 찾기 위해 카메라를 두 대나 사용했다. 잠시 후, 감독의 큐 사인이 나자 모두들 박수를 쳤다. 오후 6시 30분. 3시부터 준비한 촬영은 3시간 30분 만에야 끝났다. 이동시간까지 합하면 모두 5시간이 넘게 걸린 셈이다. “이제 일산으로 이동합니다. 여기 정리를 하고, 저녁을 먹고 그러면 한 9시는 되어야 시작할 것 같아요. 밤샘이요? 당연하죠.”(웃음) 스탭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진다. 어설프고 서투른, 그래서 아름다운 청춘들의 로망 드라마인 <오버 더 레인보우>는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씨네21 차우진 lazicat@cine21.com

 

 






2006.09.08 (1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