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고 싶은, 혹은 기대고 싶은 연하남의 속내
이기우가 키가 크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189cm의 장신을 눈 앞에 두자 “키 크느라 수고하셨어요”란 농담 반 진담 반의 감탄이 먼저 튀어나왔다. “키 큰 사람이 싱겁다고 하지만 전 안 그래요. 이게 아니다 싶으면 딱 아닌 스타일이거든요.” 수백번도 더 들었을 키에 대한 이야기에 씨익 웃으며 여유롭게 넘기는 모습이 <발칙힌 여자들>의 때론 능청맞고, 때론 귀여운 남자 루키 우진의 모습 그대로다.
한 계단씩 차곡차곡, 휘둘리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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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맡은 역 중에서 루키 역할이 나랑 가장 비슷한 것 같아요. 발랄하고 장난기 많고, 여자 앞에만 서면 어리버리하고. 딱 나를 보는 것 같죠.” 이기우를 <발칙한 여자들>에서 연상의 미주(유호정)와 집 문제로 툭탁거리다 사랑에 빠지는 야구투수 루키로 처음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는 이미 데뷔 3년차 배우다. 영화 <클래식>에서는 조승우, 조인성, 손예진 등 쟁쟁한 배우들과 어깨를 겨뤘고, 이후 영화 <돌려차기> <그놈은 멋있었다> <극장전> <사랑을 놓치다>와 드라마 <이 죽일 놈의 사랑>의 조연으로 등장하며 차곡차곡 이력을 쌓았다. 모델이던 그가 처음 배우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빼족하게 큰 키가 눈에 띄어서였다.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학교 들어와서 모델 권유를 받고 패션쇼나 화보집 모델로 활동했지만 연기는 군대 다녀와서 시작하려고 했죠. 그런데 마침 영화 <클래식>에서 키가 큰 배우가 필요하다고 오디션이 들어와서 제가 낙점됐죠.”
‘<돌려차기>의 그 키 크고 이상한 녀석이 지금 루키야?’
영화 <클래식> 이후 열성 소녀 팬들이 생기는 등 주위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원래의 자신보다 과대평가된 부분이 부담스러워 오히려 활동을 자제하고 1년 동안 연기 공부에 매진하기도 했다.“한두 작품으로 갑자기 뜨는 것보다, 하나하나 계단을 올라가는 지금의 페이스가 좋아요. 재작년만 해도 내가 출연한 작품은 3작품이라 난 언제 오르지 생각했는데 지금은 벌써 8작품이 넘으니까. 차곡차곡 올라왔다는 생각에 뿌듯하죠.”
평소 감정을 내지르기보다는 안으로 감싸서 삭이는 성격이 배우의 길을 걷는 데 도움이 됐다. 이 느긋하게 참고 기다리는 성격이 아니었으면 기본부터 하나하나 오르기보다, 단기간에 승부를 보겠다며 마냥 바깥으로만 휘둘렸을지도 모른다. “<발칙한 여자들> 게시판 보면 ‘<돌려차기>의 그 키 크고 이상한 녀석이 지금 루키야?’ 이런 글들이 올라오거든요. 제가 연기 활동을 하는 한 계속 그런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관객들이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숨은 그림 찾듯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의외의 역할들에서 저를 발견했으면 해요.”
친하게 지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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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을 때는 막내둥이 같이 천진한데도, 매 작품에서 이기우 자신보다 작품 속 캐릭터로 기억되고 싶다고 단도리할 때는 다부진 남자의 얼굴로 돌아온다. 그렇게 소년과 남자의 이중적인 매력이 공존하는 배우이기에 연상의 여인과 멜로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이리라. 인터뷰 마지막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 그는 특유의 소년 같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전 친한 사람이란 말이 제일 듣기 좋아요. 낯을 가리는 편이지만 친해지면 오래가거든요. 오래가는 배우, 사람들과 친하게 어우러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글) 석현혜 action@cine21.com
(사진) 이원우 macqueen505@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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