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제작사, 드라마愛 빠지다”

‘음반 제작사들, 드라마愛 빠지다.’  

음반 제작사들이 마이크 대신 카메라를 집어들었다. 드라마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가수 이효리와 SS501의 기획사인 DSP엔터테인먼트가 SBS 대하드라마 ‘연개소문’을 제작하고 있고, 제시카H.o와 드렁큰타이거 등이 소속된 도레미미디어는 MBC 수목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를 필두로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었다. 매년 2편 정도의 드라마를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최대 음반사인 SM 엔터테인먼트도 소속 가수인 동방신기를 주인공으로 하는 극장판 드라마 ‘베케이션’(Vacation)을 지난달 공개하며 기지개를 켰다.  

음반제작사들의 드라마 제작은 팬엔터테인먼트에서부터 시작됐다. 가수 이상우 등이 소속된 음반회사였던 팬엔터테인먼트는 ‘가을동화’ 등의 드라마 OST를 제작하다가 2002년 ‘겨울연가’를 제작하면서 ‘대박’을 터트렸다. 그리고 현재까지 ‘여름향기’ ‘구미호외전’ ‘장밋빛 인생’ ‘인생이여 고마워요’ 등을 잇따라 제작했다. 여기에 SG워너비·송승헌·씨야·엠투엠이 소속된 포이보스가 지난해부터 드라마 ‘슬픈연가’ ‘루루공주’를 제작하며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렇게 음반 제작사의 드라마 제작 러시의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번째 수동적인 요인으로는 음반시장 불황에 따른 사업 다각화 측면이다. 1990년대에 호황을 누렸던 음반산업은 MP3의 보급과 소리바다 등 P2P 서비스의 활성화로 인해 위축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업이 불가피한 상황. 소속 가수들을 연기자로 새롭게 활용하는 방안도 여기에 해당한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음악과 영상 콘텐츠의 결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 극대화다. 음반 하나를 만드는 데도 제작·홍보비 등을 고려하면 수억원이 투입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드라마를 제작하고 여기에 음악을 결합할 경우 새로운 음원을 창출하면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따라서 음반 제작사의 드라마 제작은 벗어나기 힘든 유혹이다.  

도레미미디어의 서태원 이사는 28일 “음반 팔아서 회사를 유지한다는 것은 이제 옛날이야기가 됐다”며 “드라마 제작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달라진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어 “음반 제작사가 드라마를 제작할 경우 음악만은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서 이사는 또 음원 외 “다양한 부가사업도 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버 더 레인보우’의 경우 시청률은 10% 미만으로 저조한 편이지만 드라마의 외전 형식인 ‘언더 더 레인보우’를 모바일 서비스하고 있다. 홈쇼핑에 별도의 스타숍을 마련해 추가 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음반사의 드라마 진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방송사의 한 드라마 PD는 “드라마 ‘슬픈연가’처럼 음반제작사가 부가수입을 의식해 스토리 라인을 흔들 만큼 음악을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드라마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들었다. “또 ‘세잎 클로버’처럼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소속사 가수를 무리하게 끼워넣는 것도 드라마의 흐름을 망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강영구기자(ilove@kyunghyang.com)






2006.08.29 (0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