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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쾌한 액션과 영웅 신화의 결합, <주몽>은 시청자들에게 한 시간짜리 환상특급 기차표를 쥐어준다. 답답하게 꽉 막힌 현실에서 사람들은 너도 나도 그 사각의 브라운관 속으로 빠져들지만, 막상 드라마를 촬영하는 스튜디오는 일사불란하게 맞춰진 시간 안에 드라마를 찍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공장이다. 말 그대로 ‘드림 팩토리’(Dream Factory)인 MBC <주몽>의 촬영 스튜디오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오피스텔에는 그 공장에 들어갈 원료를 캐내느라 밑바닥까지 이야기의 광맥을 더듬고 있는 최완규 작가를 만날 수 있다. 93년 데뷔해 <종합병원> <허준> <올인> <상도> 등 굵직한 인기작들을 집필한 그는 지금 <다모>의 정형수 작가와 함께 <주몽>을 공동 집필 중이다. 정형수 작가와는 <상도>에서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왔기에 익숙한 콤비이다. 처음 큰 줄거리뿐만 아니라 세세한 장면의 구성회의까지 함께 한 후 나눠 쓰고, 다시 최완규 작가가 최종 취합하는 식으로 대본을 집필한다. “세수도 안 했는데 사진은 무슨”이라며 “편하게 이야기하라”고 자리를 권하는 최완규 작가는 <주몽> 속 철기방 야장 팔모처럼 우직하면서도 굳건한 인상이다. |
어린 시절을 안 그린 것 캐스팅이 안 돼서
<주몽>은 300억이 투자된 대작이라 알고 있다. 어느 정도의 제작 준비 과정을 가졌나?
최완규 정형수 작가와 1년 정도 같이 준비했다. 원래 <주몽>이 아니라 삼국 통일기를 다루는 <삼한지>를 먼저 하려고 준비했는데 제작 여건이 힘들었다. 일단 삼한지를 하려면 삼국 세트장이 다 있어야 하고, 작가 입장에서는 고구려에 비중을 둬야 하는데, 고구려의 수, 당 항쟁, 안시성 전투 등을 재현하려면 당시 제작 여건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스케일로 소화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주몽>을 먼저 하게 됐다. MBC와는 <주몽>이 성공하면 삼국시대의 역사를 예전 ‘조선왕조500년’ 했듯이 쭉 시리즈처럼 보여주자고 이야기했는데 어떻게 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방송 8회째인 <주몽>의 기세가 무섭다. 국민 드라마 <대장금>의 시청률 상승세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데,
이 정도 반응을 예상했나? 최완규 관심을 끈 것은 좋은데 솔직히 부담된다. 페이스가 좀 완만하게 올랐으면 좋았을 텐데 관심이 확 몰리니까 정작가도 그렇고 나도 심리적으로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초반에 워낙 밀도 있게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니까, 오히려 시청자, 네티즌들이 먼저 걱정하더라. 지금 이렇게 빠르게 진행하면 남은 50부작을 어떻게 가나 하고. 솔직히 나도 걱정된다.(웃음)
보통 사극에서 어린 시절을 먼저 보여주는데 <주몽>은 부모 세대인 해모수(허준호)-금와(전광렬)-유화(오연수)의
이야기가 먼저 펼쳐져 인상적이었다. 특히 고조선 유민을 이끄는 비극적 영웅 해모수의 인기가 대단하다. 최완규 그게 지금 문제인데. 드라마가 지금 전체적으로 해모수에 너무 눌려 있다. 작가 입장에서도 아역시절을 빼고 부모 세대 이야기를 강하게 배치하는 것은 모험이었다. 원래 대본에는 10대 중후반 정도부터 시작하는 설정이 있었는데 아역배우 캐스팅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주몽, 소서노뿐 아니라 대소, 영포, 부영을 다 캐스팅해야 하니까.
해모수는 원래 1, 2회에서 짧게 나오는 정도였는데, 오연수가 유화 부인에 캐스팅되면서 길게 갈 수 있었다. 극 전체적으로 강한 어머니 역할을 하면서도 또 젊은 시절의 애절한 로맨스를 소화할 배우가 필요했는데, 오연수가 캐스팅 안 됐으면 그 부분들을 다 짧게 치고 가버리려 했다.
초반에 그렇게 눈길 끈 것이 잘됐다는 생각도 들지만 독이라서 위험한 부분도 있다. 해모수가 아웃되기 전에 주몽이 빨리 무술을 전수해줘야 하는데, 두 사람 사이의 시간적 여유가 없어 빠른 시간 안에 어떻게 전수하게 만들지 고민하고 있다.
영웅은 시청자를 흡입하는 나만의 테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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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영웅인 아버지와 그의 못다 이룬 꿈, 출생의 비밀, 미모의 남장 여인, 기인을 만나 무술을 전수받는 설정 등 무협지의
정석을 충실하게 밟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평소 무협지를 즐겨 보는가? 최완규 개인적으로 무협지를 잘 안 읽는다. 책을 읽다 보면 무협지에 미친 듯이 빠지는 시기가 있다고 하지만 난 없었다. 그런데 내가 쓴 <허준> <상도> <올인> 등을 보며 그 이야기 구조가 무협지와 같다고 하더라. 내가 무협지를 재밌어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냥 나 스스로 사람들이 드라마에서 무엇을 재밌어하는지 체득한 것이 있고, 그게 아마 무협지의 구조와 비슷한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작가마다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자기만의 이야기와 기술이 있다. 십년 넘게 드라마 작가 생활을 하면서 느끼지만 우리 시청자들이 아무리 비판하고 부정한다 해도 드라마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티브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성공 이야기, 신데렐라 이야기, 핏줄에 얽힌 이야기 등은 끊임없이 사람을 매혹시킨다.
<허준> <상도> <올인> 등 남성 영웅 이야기를 풀어놓는 데 탁월하다. 비슷비슷하고 평면적인
영웅 캐릭터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당신에게 영웅이란 어떤 의미인가? 최완규 내가 드라마에서 주목한 것은 성공 스토리와 전문 직업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문직 드라마,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궁금해할 의술, 상술 등의 전문직 이야기와 성공 스토리가 합쳐지면 사람들이 재미있어할 테니까. 내가 굳이 영웅에 특별한 의미나 사명감을 부여한다기보다는 그저 내 기준에서 시청자를 흡입하기 위한 일종의 테크닉과 같다.
<주몽>의 경우 전문직에 대한 이야기가 좀 약하기 때문에 걱정되는 측면도 있다. <허준>에서는 한의학이, <대장금> 같은 경우는 음식 이야기가 스토리 외에도 보여주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주몽>의 경우는 그런 것은 아니니까.
시대 고증? 고구려 논의가 활발해진다면 소임은 다한 것
그렇다면 <주몽>을 쓰면서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최완규 최대한 쉽게 쓰는 것이 목표다. 쉽고 단순하게. 시청층의 폭을 넓혀서 미취학 아동부터 시골의 촌부, 촌로들도 편하고 즐겁게 볼 수 있게, 그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기분으로 드라마를 쓰고 있다. 드라마를 엄격하게 비평하는 측에게는 그것이 ‘유치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나도 물론 특정 계층이 열광하는, 마니아 팬들을 거느린 작가들을 보면 부러울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나는 폭넓은 시청층에게 쉽고 재밌게 다가간다는 내 스타일이나 테크닉을 바꿀 생각은 없다.
<주몽>의 경우 역사적 사실과 작가적 상상 사이에서 어떻게 무게 중심을 잡는가? 한나라가 고조선 붕괴 후 세력권을
식민지처럼 지배하고, 철기 제조기술을 둘러싸고 부여가 한나라의 눈치를 보는 설정을 두고 고대사 왜곡이며 도리어 중국의 동북공정에 말려든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도 있었다. 최완규 <주몽>에 대한 사료는 정작 종이 3, 4장밖에 되지 않는다. 인터넷 등을 보면 잘못된 고증이라고 문제를 많이 제기하지만, 그중 상당수는 분분한 학설 중에 하나만을 기준으로 잡고 재단한다. 아직 진위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한단고기>(한국 상고의 단군조선을 대통일 민족국가로 서술한 책)에 지나치게 경도된 이야기도 있고, 국수주의에 가까운 선정적인 비판도 있다. 물론 한사군의 영향력에 대한 해석 부분은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우리 역시 드라마를 준비하며 사료를 검토했고, 전문가들의 감수를 받는다. 하지만 고증과는 다르더라도 드라마적 상황에서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부득불 상상력으로 그려야 하는 부분도 있다. 드라마는 드라마고 역사는 역사다. 요즘 사람들이 드라마를 역사 그 자체로 받아들일 만큼 무분별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주몽>으로 시청자들에게 이 고구려 건국 시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서, 그 시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다면 내가 할 역할은 다 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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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는 별개로, 드라마 속에서는 현실 법칙과 판타지의 법칙이 뒤섞여 있다. 신녀 여미을처럼 신비한 힘이 존재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상권, 전제군주적인 왕권이 모두 혼재돼 있어 실재하던 특정 시대라기보다는 RPG 게임의 가상현실 같다.
최완규 사실 <주몽>이 동명성국 신화를 기본으로 하다 보니 이야기를 풀어가는 입장에서 힘든 점도 있다. 가능하면 현실적인 이야기로 풀어가려고 하지만, 한계가 있다. 가령 유화와 어린 주몽을 해치려던 부여 장군이 벼락을 맞아 죽는 장면 같은 경우도 원래는 다른 병사가 그를 죽이는 식으로, 초자연적인 힘이 개입하지 않도록 하려고 했는데 결국 판타지 요소를 안 넣을 수가 없어서 바꿨다. 주몽이 부여에서 도망칠 때 물고기나 거북이가 다리를 놓아주었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도 고민이다. 아예 처음부터 알에서 난다고 할까?(웃음)
신녀 여미을은 사실 우리가 할 이야기가 떨어졌을 때 비빌 언덕이다. (웃음) 제정일치 사회인 부여에서 왕권 중심의 고구려라는 큰 국가로 이행해가는 단계이고 이 과정에서 고대국가의 신녀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있을 것이다. 여미을은 금와를 마음에 둔 여인이면서도 또한 신을 받드는 신녀로 하늘의 뜻을 전하는 인물이고, 그러면서 현실 정치에서 자신의 권력이 위협받는 인물이므로 이중적이고 재밌는 존재이다.
죽겠다, 사료가 없어서 60부작 통으로 지어내야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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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전개하는 지금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면? 최완규 주몽과 소서노의 멜로 라인과 주몽이 언제 부여를 떠날지 결정짓는 일이다.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많다 보니 처음 홍보부에서 마케팅 방향을 ‘멜로’를 강조하는 쪽으로 잡았는데, 사실 소서노와 주몽의 멜로는 참 어렵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지금 소서노와 주몽이 만나면 안 된다. 원래 소서노는 자식이 있는 과부 상태로, 주몽은 부여에 처자식을 두고 온 유부남으로 만나는데, 그들의 만남이 사랑인지, 정치적 결합인지는 모른다. 그래도 드라마에서는 재미가 있어야 하니까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해 미리 만나게 하는데, 어쨌든 이들은 각자 다른 상대와 결혼하게 된다. 그런데 이게 우리 국민 정서에 안 맞으니까. (웃음) 우린 서로 운명의 상대면 한쪽이든 양쪽이든 다 기다려줘야 멜로거든. 그래서 엄청 고민된다. 고구려 세우고 나서도 주몽이 고구려 왕위를 자기 전부인의 아들에게 물려주니까 소서노가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백제를 세워버리는데, 이것을 화가 나서 한을 품고 갔다고 해야 할지, 주몽을 사랑해서 자신이 물러난 것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아예 그 부분을 안 보여줄지 고민이 많다. 원래 멜로가 어렵다. (웃음)
주몽이 부여를 떠나는 시점을 정하는 것도 어렵다. 등장인물들이 계속 만나야만 갈등이 나오고 이야기를 보는 재미가 있는데, 바로 부여를 떠나버리면 등장인물들이 서로 직접 만나게 될 연결 고리가 부족해지니까. 차라리 조선왕조실록처럼 사료가 많다면야 그 아이템 잡아서 죽죽 가버리면 되는데, 이건 사료가 없어서 60부작 사건을 통으로 지어서 가야 하니 아주 죽겠다. (웃음) 해모수가 아웃하면 새 캐릭터로 수혈 좀 받아야지.
[매거진T 정리 / 석현혜 사진 / 백가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