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정 “제가 사실은 엄청 털털하거든요”

요즘 떠오르는 인터넷 유행어인 ‘쌩얼’(화장하지 않은 맨얼굴)의 인기 연예인은 단연 조여정(26)이다. 그의 사진에 달린 댓글엔 ‘피부가 장난 아니삼’ ‘뽀송뽀송 부러운 얼굴’ 등 시기어린 내용이 대부분. 한 짝짓기 오락 프로그램에서 단아하고 조신한 ‘여인’으로 나왔다가 “예쁜 얼굴에 우아한 척까지 한다”며 네티즌의 곱지 않은 비판도 들어야 했다. 이런 비판에 곧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연약해 보이지만 그는 인상 한번 찡그리지 않고 웃고 만다.

“제가 실은 엄청 털털하거든요. 낯선 곳, 낯선 사람 앞에서만숫기가 없을 뿐이지 밝은 성격에 장난기도 많은 편이에요.”지난 3일부터 방영된 MBC 일일드라마 ‘얼마나 좋길래’(월~금오후 8시20분)에서 그는 직선적이고 솔직한, 그러면서 덜렁대기까지 한 부잣집 큰딸 이선주 역을 맡았다. 지난 1998년 MBC ‘뽀뽀뽀’에서 뽀미언니로 방송에 본격적인 첫 발을 내디딘 뒤 여러드라마와 영화에서 조연을 거친 그가 주인공을 맡기는 이번이처음이다. 그는 이번 역할을 ‘쌩얼’과 ‘우아’ 이미지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예쁘게 봐 달라”고 했다.

“어머니가 집에서 시청하시더니 ‘어쩜 너랑 똑같니. 집에서 하던 버릇 그대로 나올까봐 겁난다’며 걱정하시더라고요. 하지만이 역할은 제 연기 인생에서 연기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발판이될 거라는 점에서 놓칠 수 없었어요. 드라마에서 ‘촌티’가 너무 많이 나서 ‘우아함’을 기대하긴 어려울 걸요? 호호.”조여정은 이 드라마에서 자신의 진면목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버지와 대립각을 형성하며 어촌의 가난한 남자와 당당한 사랑을 펼쳐나간다. 사랑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진가를 확인하는 여성상은 연기를 통해 자신의 실제 삶을 보듬어보는 그의 철학과 맞닿아 있지만, 한계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는 “현실에선 아무리 용기가 있더라도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은 못 할 것 같다”고 고개를저었다.

조여정은 영화 ‘흡혈형사 나도열’ 이후 6개월간 쉬었다. 쉬는동안 해외 여행을 하며 현대 무용과 제빵 기술을 익혔다. 의외라고 하자 그는 “털털하지만 살림하는 걸 좋아할 만큼 여성스러운데가 있다”고 자랑했다.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면서도 꼭 놓치지 않은 게 있었는데, 공연을 규칙적으로 관람하는 일이었다.

“연극이나 뮤지컬을 한 달에 6편 정도는 꼭 봐요. 나름대로 연기 연습을 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에요. 연기는 혼자서 하는게아니라 여행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남의 연기를 보는 것들을 통해 쌓아가는 훈련인 것 같아요.”자신의 실제 성격과 딱 맞는 역할이 첫 주연의 대상이었다면 앞으로는 아나운서 같은 전문 직업이나 사극에서 인상깊은 인물을맡고 싶다고 했다. 내면의 진지함과 무게감이 가장 극적으로 사무치는 김희애의 연기를 가장 존경한다는 조여정. 그 깊이 있는연기를 향해 지금 한 발짝 성큼 내밀었다.

 

문화일보 김고금평기자(danny@munhwa.com)






2006.07.10 (1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