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몽’에 나오는 여자들의 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 퓨전사극 ‘주몽’은 한 남자의 성장담이자 영웅담이다. 빼앗긴 고조선의 하늘을 되찾고 고구려의 하늘을 연 주몽이 어떻게 영웅으로 우뚝 솟아오르는가 하는 이야기이다. 이를 극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초반 주몽을 얼뜨고 유약한 인물로 그렸다.

하지만 ‘주몽’이 남자의 영웅담만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기는 어렵다. ‘주몽’이 시청자를 몰입하게 하는 데에는 ‘주몽’ 주위에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들 여성은 ‘주몽’이 영웅이 되는 과정을 도와주거나 흠집을 내기도 하고, 또 사랑의 경쟁자로서 주몽의 영웅담에 인간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특히 멜로 코드가 자연스럽게 더해지면 시대와 민족을 넘어서는 보편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

‘주몽’에 나오는 여자들은 소서노(한혜진)를 비롯해 유화(오연수), 여미을(진희경), 원후(견미리), 예부영(임소영) 등이다. 선 굵은 남성작가 최완규가 그려내는 여성들은 암투와 시기, 질투로 점철된 ‘여인천하’ 류보다는 호흡이 길다. 악인 선인 할 것 없이 원대한 포부를 드러낸다.

초반 부각된 여성은 유화, 여미을, 원후다. 주몽의 모친인 유화는 소녀에서 여인으로, 비련의 운명에서 영웅의 어머니로 변신하며 한민족의 모성애를 표현한다. 아들을 강인하게 키우려는 그녀가 빼어난 미모를 갖췄다는 게 시청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금와왕의 부인 원후는 남편의 사랑을 유화에게 뺏겨 두 아들, 대소(김승수)와 영포(원기준)를 위한 일이라면 무슨 짓도 할 수 있는 악역이다.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한 심정을 아들을 왕으로 만드는 것으로 보상받고자 한다. 원후는 전통사극에 수없이 등장하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감정이입이 충분히 되는 여자다.

부여의 신녀(神女) 여미을도 매력적인 캐릭터다. 제정일치에서 제정분리 사회로 이행하는 과도기지만 여전히 제사장의 위력은 살아 있다. 금와왕은 주요 사안을 결정할 때마다 예지력과 의술까지 지닌 여미을의 자문을 받는다. 신비롭고 카리스마 넘치는 여미을을 잘 소화하고 있는 진희경이 국가의 미래를 예언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해 어떤 모략을 펼칠지 궁금해진다.

이상 세 여성은 촬영장에서 ‘미녀 삼총사’로 불린다. 장성한 아들을 둔 여성이 계속 ‘미녀 삼총사’로 머물 수는 없다. 앞으로 젊고 예쁜 소서노가 감당해야 할 짐이 무거운 이유다.

우리 역사에서 나라를 두 개나 건설했던 여걸 소서노는 주몽을 도와 고구려를 건국하지만 뒷날 그의 사랑에 배신당한다. 비류와 온조 두 아들을 둔 돈 많은 과부 소서노는 ‘국가건설 프로젝트’를 거창하게 늘어놓는 8세 연하의 주몽에게 속아 몸도 주고 돈도 주고 결국에는 배신당하는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이다.

주몽은 심성이 착하고 우직한 예부영과 결혼해 왕통을 이어준다. 황후가 되지 못하고 주몽의 둘째 아내로 주저앉은 소서노의 뼈저리고 살 떨리는 절망감은 앞으로 ‘주몽’이 절절하고 유려한 애증의 판타지로 극적 재미를 구성할 요소로서 손색이 없다 하겠다.

벌써부터 주몽은 쫓겨다니는 자신과 해모수를 보호해주겠다는 소서노의 제의를 거절한채 부영낭자를 다정스럽게 맞아들여 소서노의 질투심을 은근히 자아냈다.

[헤럴드 생생뉴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






2006-06-26 (1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