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몽’ 여걸 4인방 카리스마 대향연
“네 놈이 아니어도 난 어차피 구출 된다”

MBC 월화드라마 ‘주몽’의 주인공 소서노(한혜진)가 했던 8회 대사다. 목숨이 위태로워진 순간 주몽(송일국)이 나타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만 그녀는 한번에 ‘수락’하지 않는다. 도도하고 강렬한 눈빛으로 “네 놈을 어찌 믿겠느냐”며 “네 놈이 아니어도 난 어차피 구출 된다”고 쏘아붙인다. 위험에 빠진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대사치고는 무척, 담대한 수준이다.

‘주몽’의 폭발적인 인기 배경에는 당찬 소서노를 포함한 여걸 4인방 유화(오연수), 여미을(진희경), 원후(견미리)의 장대한 포부와 카리스마가 존재함을 간과할 수 없다.

‘주몽’의 여성캐릭터에서는 활동적이고 도전적인 현대 여성들의 강인함과 다양한 활동영역이 발견된다. 배경은 고구려 건국을 배경으로 하는 사극이지만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는 방법만큼은 현대적 감각이 물씬 풍겨 나온다. 이것이 바로 전 연령층의 시청자를 움직이는 주몽의 힘이다.

여걸 4인방은 유화, 여미을, 소서노, 원후로 압축된다.

대범하기가 하늘을 찌르는 첫 번째 여성은 단연 소서노다. 계루부의 족장 연타발의 딸로 어릴 때부터 장사를 배운 소서노는 “물건이 아닌, 나라를 사고팔겠다”는 아버지의 대찬 포부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남자와 대적할 만한 무예를 갖춘 데다, 무엇이든 한번 ‘의심’하고 되묻고 넘어가는 신중함도 갖추고 있다. “행로를 가로 막는 자들은 대상이 누구든 단칼에 처단 하겠다”는 위용 섞인 말도 서슴지 않는 소서노는 한국 드라마 역사상 가장 대범한 여성 캐릭터 중 한명이다.

제작진은“일생동안 사랑했던 연인의 아내가 될 수 없었지만 그를 정상으로 끌어올리는 가장 지혜롭고 든든한 조력자의 위치에 선다. 사랑을 아끼지 않았지만 사랑이 전부는 아니었던 한민족의 역사가 기억하는 최초의 여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소서노는 ‘삼국사기’에 기록된 실존인물로 동부여에 남긴 아들 유리(고구려 2대 왕)가 찾아와 태자에 오르자 두 아들을 데리고 남하해 백제를 세운 여걸이다.

두 번째 주인공으로는 유화를 꼽을 수 있다. 해모수(허준호)를 숨겨준 죄로 한나라 철기군에게 가족이 몰살당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지만“장군님을 원망하지 않습니다”라는 첫 말을 떼 시청자를 놀래키기도 한 당찬 여성이다.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으로 사랑하는 해모수와 생이별을 하고 금와왕(전광렬)의 아내가 됐지만 아들 주몽을 왕으로 만들겠다는 대찬 포부를 갖고 있다. 유약하게 자란 주몽이 궐에서 쫓겨나자 밤낮 없는 시름으로 잠을 설치지만 정작 감옥에서 아들을 만난 유화는 “건강히 살아있는 것을 봤으니 됐다”라며 차갑게 뒤돈다. 아들을 강인하게 키우려는 포부는 그녀를 점점 강하게 만든다.

세 번째는 신녀 여미을이다. 금와는 한나라를 대표하는 왕이지만 늘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중요한 결단의 순간에 신녀 여미을을 찾아간다. 여미을은 단순히 금와왕에게 미래를 귀띔해주는 인물이 아니다. 해모수를 20년간 금와왕도 모르는 감옥에 가두고 세상 빛을 차단시킨 전략가 여미을은 한나라의 국운을 점칠 수 있다는 ‘권력’을 가졌으며, 이를 이용해 인간의 애절한 인연마저 단칼로 끊어내는 당찬 포부와 전략을 가진 여성이다.

마지막은 금와왕의 부인 원후.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비운의 여주인공이지만 아들 대소(김승수)와 영포(원기준)를 위한 일이라면 쇠검보다 강인해지는 모정의 소유자다. 아들들에게 대권을 물려주겠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모든 전략과 인맥을 동원하는 무서운 인물. 전통 사극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악역이긴 하지만 숨은 포부만큼은 비범하다.

‘주몽’은 허울만 빛나는 왕 금와, 유약한 왕의 아들 주몽, 재능을 가졌지만 왕의 신임을 얻지 못하는 태자 대소, 눈을 빼앗기고 20년간 감옥살이를 하는 해모수를 통해 능력을‘절단’당한 남성들의 한계와 유약함을 그린다. 이와 대조적으로 여성들의 포부와 전략은 원대하고 드높다.

남성 작가 최완규, 정형수가 그려내는 여성들의 행동반경은‘여인열전`이 보여주었던 치졸한 암투와 비열한 복수에 멈춰 서지 않는다. 이는 과거, 역사의 뒤편에서 조용히 함묵했다 사라진 여성들의 존재를 ‘발굴’ ‘복원’ 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저돌적으로 달려 나가는 여걸들의 춘추전국시대. 이제, 시작일 뿐이다.

[TV 리포트 김민영 기자]






2006-06-10 (10:40)